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향토문화 기행

양창보 심방의 ‘용놀이’

김창집 2008. 7. 25. 21:46

   * 양창보 심방이 나와 제상에 절을 하고 있다. 

 

♧ 심방굿놀이의 전승보전과 활용 방안


 지난 7월 4일 금요일 오후1시부터 국립박물관 대강당에서는 제주 민속극 세미나와 양창보 심방의 심방굿놀이 ‘용놀이’가 제주전통문화연구소 주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후원으로 열렸다. 민속학자 심우성 선생의 축사로 시작된 세미나에서는 심방굿놀이의 전승, 보전과 활용방안(문무병), 제주의 민속극과 아시아의 민속극(김익두, 전북대), 1982년 하도리 면수동 당굿 '서천꽃놀이'(황루시, 관동대), 큰굿 열두거리와 심방굿놀이(이수자·중앙대), 심방굿놀이 무형문화재 지정의 중요성(박경훈 전통문화연구소장)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문무병 제주전통문화연구소장은 주제 발표에서 ‘양창보 옹은 제주를 대표하는 큰심방으로 그가 전승보유하고 있는 심방굿놀이 중 용놀이, 고분멩두, 애게마을굿 등은 다른 큰심방들이 할 수 없는 대단히 중요한 놀이굿’이라고 평가하면서, ‘양 옹의 생존시 보유 자료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시급히 조사, 발굴 정리하여야 하며 전수자를 지정 양성해 전승 여건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창보 옹은 25세때부터 제주시 외도2동 김제두 심방에게 제주무가 전 과정을 배우기 시작하여, 27세 때는 귀덕2리 양태욱 심방으로부터 세경놀이, 전상놀이, 영감놀이를 배웠고, 이후 구좌읍 강봉원 심방에게 표선면본 산신놀이를, 서귀포시 도순 조병문 심방에게 서귀읍 내 본향굿을, 함덕리 김만보.김녕리 양금석 심방에게 칠머리당굿을 각각 전수 받는 등 47년간 제주 전통 심방굿놀이를 꾸준히 전수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심방굿놀이 무형문화재 지정의 필요성


 박경훈 전통문화연구소장은 그의 주제 발표에서 ‘심방굿놀이를 비롯한 도내 무속문화들이 사회생활상의 변화에 따라 급속히 사라지는 가운데 인간의 기능보유에 의한 전승 특성을 고려, 하루빨리 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제주의 무형문화재들이 행정의 문화재보존정책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채 소멸돼간다며 전승 체계 확보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신화와 굿이 어우러진 무속문화는 제주도가 보유한 가장 세계적인 자원’이라고 언급하면서, ‘도내 국가지정문화재 82건 중 무형문화재는 5건(6%)에 그쳐 비정상적이고 불균형적인데다, 인간 전승에 따른 다급함이 무시된 선후차성의 정책적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제주의 많은 무형문화들이 기능보유자들의 고령화로 인해 전승이 끊길 위험에 처해있다.’며 ‘전통문화의 전승 가능 도민으론 일상적인 방언을 사용하고 전통시대 생활문화를 올곧게 영위해온 70세 이상에다 노환 등을 감안해 80세 이하로 본다면 수적으로 매우 빈약하다.’고 전승 체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경훈 소장은 전통문화 기능보유자는 자연인을 넘어 하나의 인류학 박물관으로 봐야한다며 무형문화재로 지정이 시급한 무속 전통문화로 입춘굿, 와흘당굿, 송당당굿, 김녕리 잠수굿, 두린굿, 무혼굿, 심방굿놀이, 서천꽃놀이, 행원리 남당중놀이, 기메전지 등을 꼽았다. 오늘 시연을 한 양창보 심방이 건강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고 들었다면서, ‘불자동차는 불이 난 다음에 달려갈 수밖에 없는 숙명을 타고 났다지만, 무형문화재의 보존이야 제도적인 대비만 적절히 한다면, 숙명까지 갈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끝을 맺었다.

 

 

♧ 양창보 심방의 굿놀이 ‘용놀이’


 ‘용놀이’는 큰굿의 ‘젯상계’에서 ‘굿중놀이’로 연행되는 심방굿놀이다. ‘용놀이’는 ‘천구아구대맹이’라는 큰뱀[大蛇]를 잡는 희극적인 놀이굿이며, 신성 공간인 굿청의 부정(不淨)을 말끔히 씻는 일종의 정화 의례(淨化儀禮)다. 이 ‘용놀이’를 다른 이름으로 ‘갈룡머리’ 또는 ‘아공이굿’이라 하며, 큰굿의 ‘젯상계’에서 행해진다. ‘젯상계’는 굿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시왕맞이’와 ‘삼시왕맞이(당주연맞이)’에 들어가는 예비굿으로 이들 굿에 모셔 들일 아직 참석하지 못한 신들을 재차 청하여 모셔놓고, 화려하고 웅장한 자리에서 신들을 향응 접대하고, 굿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젯상계’의 재차는 ‘풍류놀이 → 방애놀이 → 전상놀림 → 용놀이(갈룡머리) → 뱀장사놀이’로 이어지게 된다.

 

 

 ‘용놀이’는 신들을 모시는 당클(제단에 매어놓은 선반)에 청룡, 황룡 두 구렁이가 들어 서 있는 상태에서 시작된다. 시각적 효과를 위해 당클 양쪽에 긴 광목천을 바닥까지 늘게 드리워진 것이 구렁이다. 당클은 하늘이고 바닥을 땅으로 친다면, 구렁이가 머리는 하늘에 R꼬리는 땅으로 드리운 것이며, 이는 신성한 공간인 제장이 부정 탄 것이다. 그러므로 심방은 이 두 구렁이에게 술을 먹여 잠들게 하고, 잠이 든 뱀인 ‘천구아구 대맹이’를 신칼로 죽이고, 뱀의 골을 후벼 약으로 파는 뱀장사놀이를 한 뒤 제장에서 뱀을 퇴치하여 죽여버리는 순서로 진행된다.

 

 

 ‘뱀장사놀이’는 사악한 뱀을 죽여 그 골을 후벼 파서, 인간의 생명을 살려내는 약으로 파는 데 극적 풍자가 있다. 징그러움, 무질서, 병, 악과 같은 무형의 것들을 뱀으로 설정, 주력(呪力)을 가진 신칼로 죽일 때까지 술을 빚고, 뱀에게 술을 먹여 잠들게 하고 죽이는 과정에서 끝맺지 않고, 역설적으로 뱀의 골을 파서 장사를 함으로써, 뱀의 골을 생명력으로 환치되어 정력을 주는 약이 된다. ‘사람을 죽이고 병을 고치는’ 약이라는 뱀골은 ‘나쁜 전상’으로 제장 밖으로 청소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심방은 본주의 인정을 받고서, 집안의 우환과 흉험을 가져오는 ‘나쁜 전상’을 밖으로 내놀리는 것으로 ‘용놀이’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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