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탐문회 강원남부 답사기(6)
* 해신당
♧ 벼랑 끝 해신당의 남근들
황영조 기념관을 나온 일행은 7번 국도를 따라 동해를 바라보며 남으로 내려가다 시간 관계상 공양왕릉은 들르지 못하고, 궁촌, 용화, 장호해수욕장을 지나 삼척시 원덕읍 갈남2리에 자리한 해신당 공원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원래는 그냥 해신당만 있었는데, 해신당의 남근 숭배 사상의 모티브를 살려 커다란 성기(性器)들을 깎아 세워 공원을 만들었다.
매표소를 지나 여기저기 깎아 세워 놓은 커다란 성기들을 바라보며 능선에 올라서자 나무 사이로 겨울 바다의 하얀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 물보라를 일으키는 멋있는 광경이 펼쳐진다. 먼저 오른 쪽으로 난 길을 따라 해신당(海神堂)으로 갔다. 중간에 향나무 한 그루가 서 있고 거기다 금줄을 묶어 놓았다. 그리고 소나무 사이에는 해신당이 있었다. 문을 열고 바라보니, 한 처녀의 전신 초상화가 그려져 있고, 옆에 작은 나무를 깎아 만든 성기 몇 개가 결려 있다.
* 금줄이 걸린 향나무
해신당의 주인 처녀신은 이제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 되어 있다. 전설에 의하면, 지금으로부터 약 500년 전 장래를 약속한 처녀와 총각은 앞 바위섬에 돌김을 뜯으러 갔다. 총각이 점심을 가지러 집에 간 사이에 그 처녀가 잘못하여 바다에 빠져 죽었는데, 그 총각이 돌아왔을 때는 풍랑이 심하게 일어나 배를 띄울 수 없었다.
그 처녀가 죽은 뒤부터는 이상하게 그 바다에서는 고기가 잡히지 않았다. 거기다 더해 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나간 총각들이 조난을 당해 돌아오지 못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지금도 그곳 조그만 바위섬은 ‘애바위’라 부르고 있다. 어느 날 꿈에 나타난 처녀가 총각에게 ‘처녀로 죽은 것이 원통하니, 자신을 위로해 달라.’고 했다.
* 안에 모신 처녀 영정
그 사실을 안, 마을 사람들은 뜻을 모아 애바위가 보이는 언덕에 있는 향나무를 신목으로 하여 제사를 지내 그녀의 넋을 위로 하였다. 그래도 마을의 재앙은 그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마을 사람 하나가 술김에 이렇게 정성을 들여도 소용이 없다면서 신목에 오줌을 갈겼다. 그 다음 날 그가 바다에 나가 그물을 던졌는데, 고기가 많이 잡혔다. 그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신목에 오줌 갈긴 생각이 나, 다시 갈기고 나갔더니 또 많이 잡혔다.
그 사실이 알려지자 마을에서는 죽은 처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차리고 남근(男根)을 깎아 제물로 걸어놓았다. 그 뒤부터는 마을이 예전처럼 바다가 풍요해졌다고 한다. 지금도 마을에서는 해마다 정월 대보름과 시월에 남근을 깎아 바치며 정성껏 제사를 지내는 치성을 드리고 있다 한다. 특히 10월에는 성기가 가장 큰 말의 날인 오일(午日)에 제를 지내고 있다.
* 양반과 기생이 노는 모습
♧ 거대한 남근의 전시장
다시 방향을 바꿔 무지개다리를 지나 언덕으로 올라가다 보니, 각종 재료로 만든 여러 형태의 거대한 남근들이 전시되어 있다. 대포형이 있는가 하면, 장승형이 제일 많고 껄떡거리는 물레방아도 있다. 그 재료도 나무, 돌, 시멘트, 금속 등 다양하고 해학적인 것들이 많아 하나도 흉물스러워 보이지 않은 것이 특색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웃음을 머금고 지나간다.
거기다 더해 남근상에 여인의 몸을 새긴 것도 있고 은근히 여성의 성기를 새겨 넣은 것도 있다. 그 중에는 1998년 삼척시가 개최한 '남근 깎기 대회'에서 입상한 60여 개의 작품들도 세워 놓았다. 장승의 모습을 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서쪽 끝에서 북쪽으로 넘어서 보니 바지를 내린 총각 몇이 일을 하다 말고 옷을 내려 자위행위를 하는 우스꽝스런 모습도 있고, 북쪽 끝에는 12지신상을 새긴 남근들이 둘러서 있기도 하였다.
* 12지신상을 새긴 남성기 모양의 돌
초가집 안에는 양반과 기생이 옷 속으로 그것을 끼워 넣은 채 딴청을 부리는 장면과 민속 그림에 등장하는 음화(淫畵)를 재현해놓은 장면도 있다. 창호지에 뚫린 구멍으로 방안에서 벌어지는 성행위를 엿볼 수 있는 곳도 있다. 공원 내에는 어촌민속전시관과 다른 나라에서 들여온 성과 연관된 유물들을 전시해 놓는 등 관광객을 끌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전시관에서는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에 기둥을 돌거나 승강기로 직접 바다로 내려갈 수 있는 시설도 만들어 놓았다. 공원을 한 바퀴 돌아 나오다 재빨리 바다로 내려가 소나무가 있는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밖으로 나와 보니 입구 양쪽에 쭉 늘어선 허름한 가게에서 도루묵과 같은 생선을 구워 파는 곳이 있어 할머니 가게에서 소주 한 잔을 얻어마셨다.
* 해신당 앞 바닷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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