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섬잔대 추운 날씨에

김창집 2011. 11. 26. 00:23

  

탐라국 입춘굿놀이 육성정책 세미나에 다녀왔다.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과 제주전통문화연구소가 주최한

이 행사에서는 ‘탐라국 입춘굿놀이 발전방향 모색’이라는

주제를 다루었는데,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수많은 축제 중

국내 유일의 입춘절 축제이며, 제주도 유일의 전승문화축제로

우리문화를 회복하는 문화사적 의미가 크다고 한다.

그리고 이 축제는 공동체적, 지역정체성 강화에 적합하며

한국문화의 다양성과 제주문화의 독자성을 증명하는

전승문화유산으로서 더욱 발전시켜 세계적인 축제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할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섬잔대는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높이는 20cm

정도이며 잎은 어긋나고 갸름한 달걀 모양인데

거친 톱니가 있다. 7~8월에 종 모양의 하늘색 꽃이

줄기 끝이나 가지 끝에 핀다.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한라산에 분포한다. 사실 한라산 영실 주변에 있는

섬잔대가 진짜라고는 하나, 제주의 각 오름에 분포하고

있는 잔대들도 섬잔대와 매우 가까운 종자여서

섬잔대라고 할만하다.

 

 

♧ 산 위에서 - 도종환

 

산꼭대기에 서서 보아도 산의 안 보이는 곳이 있다

웅혼하게 벋어 있는

밀려오고 밀려간 산자락의 내력과

육중함을 평범함으로 바꾼 그 깊은 뜻도 알겠고

영원하다는 것은 바로 그 평범하다는 데 있는 것도 알겠는데

산이 제일 잘 보이는 곳에 올라서서 보아도

다 못 보는 구석이 있다

산 아래 살면서 내 집 창으로 산을 보거나

일터를 오가는 길에 서쪽 벼랑에서 늘 보아오던 모습으로

언제나 그 산을 잘 아는 것처럼 말해왔는데

잘 안다는 그 짧음 한쪽에서만 보아온 그 치우침을

오늘 산 위에서 비로소 깨닫는다

가까이 있는 산 하나도 제대로 못 보는데

하물며 사람의 삶에 대해서는 어떠했을까

꼭대기에 오르기는커녕 말 한마디 깊이 나누어보지 못하고도

얼마나 많은 편견을 사람들에게 쏟아부었던가

산꼭대기에 올라서서 보아도 다 못 보는 구석이 있는 것을.

 

 

♧ 행복 -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 산은 말한다 - 박덕중

 

산은 말한다.

낮은 곳에 뿌리 뻗어라

맑은 물소리, 새소리 들으며

낮은 곳에 살아라.

하늘과 가까이 만나러

저녁별과 가까이 만나러

산비탈 기어 오른 나무들을 보라

심한 바람 속에 울고

뿌리조차 뽑힌다.

 

산은 말한다.

조용히 살아라

칼바람 소리도 귓가에 흘리고

뿌리로만 조용히 살아라

천둥이 내려치든

억수가 내려치든

불빛 칼날소리 받아치지 말고

조용히 뿌리로만 살아라.

 

산은 말한다.

그렇게 낮게 조용히 살다가

죽거든 내 품에 묻히거라

내 품 안에 잠들며

나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리라.

언젠가 나의 자궁 안에서

너는 다시 山有花로 태어날 테니.

 

 

♧ 정상에서 - 김점희

 

내려다보는 기쁨을 가지려면

오르는 고통을 먼저 맛 보아야한다.

홀로 서 있는 정상의 자리엔

인내하지 않으면 무너지는 나를 이겨내어

스스로 씌워야하는 아픔의 월계관이 있어

경건함이 흐른다.

망망한 바다도 하늘을 다 담지 못하고

쉬지 않고 불덩이 이고 다니는 태양도 세상 다 밝힐 수 없다.

내 앞에 보이는 것에 만족하며

바보같이 웃을 줄 아는 헛헛한 지혜로움으로

찬바람 된서리도 묵묵히 견디며

외롭다 않고 서 있는 바윗돌이여,

네 앞에선 울 수도 없다.

네 앞에선 넋두리도 할 수 없다.

천만년을 지켜온 침묵 앞에

반백년도 살지 못한 내가 무슨 말을 할까.

 

 

♧ 동행 - 용혜원

 

인생길에

동행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힘들 때 서로 기댈 수 있고

아플 때 곁에 있어줄 수 있고

어려울 때 힘이 되어줄 수 있으니

서로 위로가 될 것입니다

 

여행을 떠나도

홀로면 고독할 터인데

서로의 눈 맞추어 웃으며

동행하는 이 있으니

참으로 기쁜 일입니다

 

사랑은 홀로는 할 수가 없고

맛있는 음식도 홀로는 맛없고

멋진 영화도 홀로는 재미없고

아름다운 옷도 보아줄 사람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어줄 사람이 없다면

독백이 되고 맙니다

 

인생길에 동행하는 사람이 있다면

더 깊이 사랑해야 합니다

그 사랑으로 인하여

오늘도 내일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 겨울 초입에서 - 정윤목

 

이슥한 밤 거센 바람,

겨울 몰고 오는 말발굽 슬픔의 소리들

광야의 어지러운 세상 살아가시는

하루를 살고도 내일 더 살아갈 수 있는 은총

소록소록 더욱 깊은 잠으로 고마워하시는 모습

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우셔라

겨울 다가올수록

더욱 뜨겁게 사랑하고 싶습니다

얼마를 더 걸어가면

어머니 품 속 같은 평안함에 정박할런지,

바람의 소리

다만 거세게 타이릅니다

일어나라

흔들어 깨워라

더욱 세게 흔들어 깨워라

초극에 이르는 깨달음으로

꼬옥 꼬옥 다가서는 아름다움

하늘 끝에서 고단히

백마를 타고 내려오는 은하수

희디 흰 눈꽃송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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