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해외 나들이

태국의 코끼리 트레킹

김창집 2012. 3. 9. 12:47

 

  태국은 코끼리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가는 곳마다 코끼리나 코끼리상이 보인다.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코끼리는 영험 있는 동물로 인간이 가지는 오감(五感)에다 예지력이랄까 즉 앞을 내다보는 감각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코끼리를 좋아하고 신성시한다는 것이다. 사진은 태국 치앙마이 매땡 코끼리 캠프에서 트래킹 도중, 물을 건너는 장면을 찍은 것이다.

 

  그러나 현재 태국에서 코끼리가 태어나면 능력에 따라 ABC 등급으로 나눈다는 것이다. 코끼리 학교에서 A등급에 속하는 무리는 연예계로 진출시켜 쇼를 시키고, B등급에 속하는 무리는 운항과를 나와 이 사진에서처럼 사람들을 태워주고, C등급에 속하는 머리 나쁜 놈들은 몸으로 때우는 일로 삼림에 들어가 무거운 원목을 나르게 한다고 한다.

 

 

  코끼리는 포유류 코끼릿과에 속한 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육지에 사는 동물 중 몸집이 가장 크다. 몸높이 3~3.5m에 이르며, 네발은 기둥처럼 크고 튼튼하다. 귀는 잎 모양으로 크고 피부가 두꺼우며 털이 거의 없다. 코가 원통 모양으로 길게 늘어져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어 있어 물건을 들어 올리는 따위에 쓰기도 한다. 인도코끼리, 아프리카코끼리의 두 종류가 있다.

 

 

♧ 코끼리 - 강위덕

 

코끼리의 각오에 찬 둔중한 걸음이

목마른 발목에 먼지를 일으킨다

건기서린 사바나 길목은

질기고 질긴 목숨들로 후미지고

껍질의 메마른 무개가 지나쳐 온 길을 바라본다

허공의 텅 빈 무게를 가늠하며

바닥을 부여잡고 선채로 잠이 드니

평일 속도의 흔적으로 미래가 걸어온다

정조만큼이나 아끼는 기다란 코의 끝자락도

잠잘 때는 사타구니에 숨기고

사바나 대 평원의 진통 같은 것이

아직도 저들 내부 속에 숨쉬고 있다

저 늙고 병든 숫 코끼리는

이순(耳順)을 지나 여기까지

청천벽력도 동문서답도 선문답으로 통하는

고목 둥치 같은 저 노인의 깜깜한 귓속 터널을 지나

하마처럼 느린 하품을 넘는다

뼈를 가죽으로 지탱하는 코끼리는

끝까지 큰 코가 콧대로 살아 있다

 

 

♧ 맨발로 서면 - 주용일

 

초록 들판 위에 맨발로 서면

발 밑의 일들에 대해

나는 코끼리처럼 예민해진다

그 덩치 큰 초식 코끼리가 발바닥으로

사물이며 생명을 감지하듯이

작은 흙 알갱이가 발을 간질이는 것이며

흙 속의 벌레들이 꿈틀거리는 것이며

개미 한 마리의 버둥이는 감촉까지

나는 정말 싱싱하게 느끼는 것이다

마야부인의 꿈속으로 걸어 들어온

흰 코끼리의 비밀은 발바닥에 있었다

하여 맨발로 들판을 걸어가노라면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뭇 생명의 움직임에

발걸음을 뗄 때마다 나는 움찔움찔

크고 순한 코끼리처럼 놀라는 것이다

 

♧ 코끼리 쇼 - 주대생

 

인내의 세월과 채찍의 쓰라림에

어느덧 곳곳에서 울리는 박수소리

 

거구의 몸을 움직일 때마다

감춰진 아픔들이 선명해지는데

환호성은 높아만 진다.

 

한 번의 실수

답례하는 조련사의 송곳

날카로운 내 눈이 밉다.

 

겪어보지 못한 일은

이해되지 못하고

단지 쇼이다.

 

 

♧ 동물의 왕국 - 고명

 

  펄펄 뛰고 있다 불길처럼 씨익! 씩! 씩! 콧바람을 불어제끼며 갈가리 찢겨가며 온몸으로 어둠을 들이받고 있다 폭풍처럼 달겨드는 사자들에게 피 철철 흘려가며 무지막지 들소 하나 제 새끼 제 살핏줄 지키겠다고 무리에서 떨어져 제 목숨 덫에 걸린 줄도 모르고 캄캄하게 캄캄하게 돌진하고 있다

 

  못간다 차마 못떠난다 죽은 새끼 못 잊어 못 잊어 제 무리 따라 몇 걸음 가다가는 되돌아온다 또 되돌아와 눈물 아롱아롱 제 새끼 살 내음 부벼 보고 핥아본다 아프리카 초원에 노을이 슬픔처럼 붉게 흐르는데 코끼리 하나 산그늘처럼 코를 떨어뜨리고 있다 지는 해 불덩어리를 가슴 속으로 집어 삼키고 있다

 

 

♧ 코끼리 - 이장욱

 

코끼리를 천천히 허물어지는 코끼리를

그대는 본 적이 있으십니까. 그날 저녁 14인치 브라운관을

황홀하게 적시던 사바나의 석양과, 코끼리의 한 生 너머에서

이제야 다른 生을 꿈꾸듯 너울거리던 코코야자수들의 풍경을

그대는 본 적이 있으십니까. 그의 거대한 육체가

황폐하지 말라 황폐하지 말라 중얼거리듯

무심하지만 지극히 섬세한 자세로 무너져가는

그 아늑한 풍경을,

멀리 있는 그대는 본 적이 있으십니까.

 

 

이제 천막 바깥은 간신히 기억해 낼 수 있는 이름들처럼

잦아들고 잦아드는 섬들. 그렇군요,

보도블럭을 들어 보라 그곳에 해변이 있다,

라는 저 불란서 68세대의 구호에는 이상한 미신이 스며 있습니다.

迷信미신. 혹은 迷路미로. 헤매면서 붉어가는 바다에 일렁이는 섬들.

지금 인천에서 출항하는 바지선에 시선을 두고

온 밤을 공포로 소진하는 유약한 사내에게도 미신은 있습니다.

그의 술병에 떨어지는 쓸모 없는 流星유성 하나,

그리고 그만두라 그만두라 중얼거리듯

일생을 해변에 묻은 初老초로의 여자, 여자의 낮은 휘파람.

이제 무심히 온몸을 그을린 그녀의 피조개 몇 점과 더불어

황혼은 부두 쪽의 검은 공장들 뒤로 인천 하늘을 적십니다.

 

 

문득 그의 生을 관통한 납탄이

아주 오랜 세월의 오장육부를 지나 천천히

의탁할 무엇도 없는 황홀한 황혼으로 내리는 풍경을 그대는,

그대는 본 적이 있으십니까. 그토록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다리가

그토록 섬세하게 구부러질 수 있다는 것을 믿기 위하여

누군가는 더러운 황혼녘의 부두로 스며든다는 것은.

그러므로 멀리 있는 그대여 그대 멀리 있는 이여,

가장 단순하므로 애절한 자세로 무너져가는 것들을

한 번만 보아주세요. 서해 바다의 14인치 브라운관 속에서

처연히 무너지는 것들을, 무너져서, 무너짐으로써,

고요히 무너져가는 것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