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문경공 묘역 부근에 갔다가
산수유 피었나 보러 갔는데
아직 피지는 않고 꽃봉오리만 몽글몽글 맺혀 있어
발돋움하여 조그마한 가지 한 개를 떼다가
꽃병에 꽂아 두었더니 이렇게 벌었다.
지금쯤 현장에서도 제법 피었을 터이고 보면
봄은 이미 이곳 제주를 지나간 모양이다.
산수유는 층층나무과의 낙엽성 활엽 소교목으로
우리나라 각처의 낮은 산에 자생하고,
인가 부근에서는 재배하며, 공원에 조경수로 심는다.
나무껍질은 갈색이며 비늘조각처럼 벗겨지고 잎은 마주나는데,
계란형으로 끝이 길게 뾰족하며,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3~4월에 노란색의 꽃이 잎보다 먼저 피고,
8~10월에 타원형의 열매가 붉은색으로 익는데 광택이 나며,
맛이 시기도 하고 떫기도 하다. 열매를 식용하며,
한방에서 ‘산수유(山茱萸)’라 하여 열매의 과육을 약재로 쓴다.
공해가 심한 도심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이다.
♧ 都心(도심)에서 핀 산수유 - 김승기
버짐 먹은 겨울의
각질이 비듬으로 부서지는 봄날
교차로의 사거리 화단 모퉁이에서
산수유 피다
철쭉은 아직 삭정이로 잠들어 있고
소나무와 진달래는 언제 꿈에서 보았던가
기억이 아득하다
그릇된 인간의 욕심으로
매연이 숨을 막는 아스팔트 길
회색 콘크리트 빌딩 숲에서
잎보다 꽃을 먼저 피워야 하는 몸
도화지에 그려진 노란색 크레용 밑그림처럼
초라하다
남들 시선 아랑곳없이
꽃 피우는 일밖에 모르는 미련
나를 닮은 건 아닐까
눈으로 들어온 순간
꽃잎마다 바늘침 되어 온몸을 찔러대더니
그날 밤 열병을 앓아야 했다
꽃 지고 잎 틔울 때까지 봄날을 내내
몸살을 앓아야 했다
♧ 산수유 피다 - 권옥희
보낼 수 없는 계절 끝에서
보낼 수밖에 없는 계절의 방황 끝에서
산수유, 노오란 꽃망울 움켜잡으며
3월에도 함박눈 내리네
상처 난 것은 아파
뭉클뭉클 솟는 슬픔
봄은 멀리 있어도
보드라운 혀끝에 감기어
그립다는 말 끝내 뱉고 마네
그래도 빛 잃은 별처럼
말랑말랑해진 겨울이여
이제는 안녕을.
♧ 산수유꽃 - 박얼서
노랗게 웃음 짓고 있었습니다
혹한훈련을 마치고 복귀한 것입니다
언제나 혼신을 다할 줄 아는 개나리였기에
그저 순리인 양 다투지 않았는데
이번엔 산수유에게 밀렸습니다
잉태한 새봄을 한 몸 가득 안고
갓 태어난 햇병아리 종종걸음으로
한달음에 내달려온 발자국들이
승리보다 훨씬 더 장렬한 모습입니다
보고도 아니 본 척
지나쳐버릴 만한 담력이 나에겐
허락되지 않았다는 걸
이때 처음 알았습니다
일어서는 노오란 바다 위로
솟구치는 생동의 맥박소리
희망의 메시지 지상파로 전해지며
꽃샘 질투마저 누그러진 오늘
축하와 갈채 서로 부둥켜안고
신춘의 첫 조명탄 터뜨린 한낮입니다
다양하게 번지는 울타리 아래로
하객들 모여드는 봄날입니다
♧ 산수유 수채화 - 李順姬
88고속도로 지나 밤재 터널 빠져나오자
멀리 노란 연기 피어오르는
마을 언덕이
평온한 그리움 채색하고 있었다
긴긴 추위
고통의 맨 밑바닥을 차고 솟아올라
그래서 더 현란한 수채화인가
하위 마을
청순한 소녀의 노란 댕기가 나풀나풀
아찔한 현기증 같은
봄을 터뜨린다
노란병아리 종알거림이 뒤 따라 오는
돌담장 숲 길
상위마을 온 둔덕에 자잘한 꽃술이 무리지어
넋을 빼놓을 듯
흩뿌려 놓은 샛노란 물감 속에서
배운, 환한 미소
마음 푸근한 수채화 한 폭 얻어
아직
웃음 쏟아지는 상위 마을 속을 걷고 있다.
♧ 산수유 꽃 - 박인걸
황사바람 부는데
진눈깨비 내리는데
어찌하여 그토록
몸치장을 하나했다.
바람이 났구나.
봄바람이 났구나.
사내가 그리워
봄밤을 설쳤구나.
달아올랐구나.
가슴이 뛰는구나.
아지랑이 도는 날에
換腸(환장)을 했구나.
못 견디겠으면
얼굴이 화끈거리면
달려가 만나야지
숲속이면 어떠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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