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붓순나무의 봄맞이 꽃

김창집 2012. 3. 21. 00:29

 

신산공원 옆을 지나다가

지금쯤 붓순나무 꽃이 피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얼른 다가가 보니, 나무가 온통 꽃으로 장식돼 있었다.

다른 때 같으면 몇 송이만 피었을 때 벌써

찍어 올렸을 텐데, 오늘은 너무 부자된 느낌이다.

이글을 써 올리는 시간에도 추위가 여전한데

언제 봄다운 봄이 올까?

 

붓순나무는 붓순나뭇과의 상록 활엽 소교목으로 높이 5m이며,

잎은 어긋나고 긴 타원형에 윤기가 있고 특이한 향기가 난다.

3~4월에 잎겨드랑이에서 짧은 꽃줄기가 나와 녹색을 띤

노르스름한 꽃이 피는데 꽃잎이 가늘고 길어서 꽃받침과의

구별이 정확하지 않다. 열매는 골돌과로 8~12개가

사슬 모양으로 열리어 9월에 익으며 독이 있다. 나무껍질과

열매는 향료용으로 쓴다. 산기슭의 따뜻하고 습한 땅에 저절로

나는데 우리나라의 진도, 완도, 제주도 등지에 분포한다.

 

 

 

♧ 붓 하나 있지요 - 권애숙

 

  붓 하나 있지요. 정수리 그득 끈끈한 고뇌를 채운 채 깊고 뚜렷이 디디고 가는 발자국, 움푹 패인 상처마다 뭉클하게 진국 풀어놓는 이 시대 못 말리는 길손이 있지요. 가슴께 불룩한 정감의 방 넓혀 놓고 차가운 이성으로 여는 세계, 먹물은 밥풀로 문질러야 말끔히 지워지더라. 우리 끈적한 밥덩이로 치대면 허허허 검은 갈등을 게워내는 푹 젖고 싶은 수묵빛 사랑이 있지요. 우리 알 수 없는 희열에 들떠 찬연히 살아 꿈틀거리는 문자가 되지요. 앞서거니 뒤서거니 깊은 화폭에 출렁이는 한 폭 그림이 되지요. 때때로 무거운 몸 씻어 쫙 펴 말리는 붓 대롱 곁 칭얼거리는 여백으로 드러눕지요. 한 자루 색다른 붓으로 엮이어 허공을 칠 할 수 있을 까. 부드럽게 깃털을 다듬지요. 부챗살 날개 퍼덕여 둘둘 말아올릴 세상 끝자락 선명한 낙관을 찍자 온밤 온낮을 두근거리지요.  

 

 

♧ 당신이 그려주신 붓 - 정세일

 

당신이 나에게 주신 그리움의 붓으로

당신을 향한 나의마음을 꽃으로 그릴수 있다면

나에게 이슬눈물 맺힘으로 안개새악시를 보내주셔서

눈물비로 촉촉이 가뭄가슴을 적셔 주십시오

 

사랑하는 당신!

나의 가슴은 어느새 봄을 피우는 땅이 되고 있습니다

나는 당신의 정원에서 한 송이 꽃으로

당신이 그려주신 붓으로 다시 피어나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풀벌레의 울음소리가 너무나 작습니다

땅에서 솟아오르는 흙의 냄새로

당신 손으로 심어놓으신 봄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당신이 봄을 그리시면 꽃은 내가 됩니다

나는 꽃처럼 그곳에 누워 당신의 하늘을 바라봅니다.  

 

 

♧ 화가의 붓 소리 - 산월 최길준

 

현란이 움직이는 손끝

몽당연필이 춤을 춘다

하나 둘 수 없이 그어지는 선

화가는 요술과 마술을 부리고 있다

 

하얀 화선지

산이 탄생하고 나무는 물이 올라

꽃을 피우며 새가 우네

삼라만상이 그림 속에 살아 숨을 쉰다

 

붓끝에 묻어나는 세월

심오한 혼을 하늘 속에 담고

넓은 바다를 가슴에 품는다

먹물에 젖어드는 마음이 곱다

 

붓은 그렇게 멋스런 춤을 추며

종이를 적시니 스며드는 묵향은

소리 없이 가을 속에 눕는다

화가의 붓 소리 가슴을 울리는 소리

 

 

 

♧ 새 붓을 걸어놓고 - 정재영(小石)

 

실눈 뜨고 들으면

춘란 자라는 소리도 보이는데

열두 해 묵은 주목의 속울음을

지나는 바람소리라 하는가

 

가지 사이로 빠져나간 날들의 덧없음에도

이슬 맞고 자란 나무라 하여

누가 풀잎이라고 하겠는가

 

이 뿌리 하나 살리려 잠 못 이루며

하얀 그림자 드리우고

촛불 밝혀 새울 때에

 

붓을 든 마음 쉬고자 풀어 씻어 놓으면

먹물로 강을 이룬 마음 가두어 놓지 못하니

내일 쓸 큰 붓 다시 매어 벽에 걸어 놓는다  

 

 

♧ 붓을 빨다가 - 김시천

 

붓글씨 쓰는 재미

모양내는 일인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구나

 

시커먼 먹물 다 빠질 때까지

맑은 물에 헹구어

다 쓴 붓 걸어두는 재미

그만이구나

 

언제인가

다 쓴 붓처럼

내 한 몸 걸어둘 날  

 

 

♧ 붓(筆)의 춤사위 - 雲史 이종환

 

하이얀 어진 양이

묵향墨香에 취하여

백옥白玉같은 무대舞臺에서

덩실덩실 춤을 춘다

 

하늘(天)로 올라갔다

땅(地)으로 내려오고

말(馬)타고 광야를 달리더니

매화향梅花香 드높고

비룡飛龍이 승천昇天하네

 

삼계를 휘몰아치는 자유자재로움은

운필運筆 팔법八法으로 득도得道하여

방랑시인放浪詩人의 벗이 되었다가

문인화가文人畵家의 넋도 되니

 

너야말로

이 세상에 제일가는 무희舞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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