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제주어 글

우리 아바님 살아실 적(2)

김창집 2012. 7. 29. 00:30

* 붉은사철란 

 

[제주어 산문]

 

                                                                       우리 아바님 살아실 적(2)

                                                                                    

5. 사모곡(思母曲)

 

  우리가 클 땐 설날을 ‘정월멩질’, 추석을 ‘8월멩질’이엔 여십주. 십관[習慣]이엔 수와서 왜정(倭政) 말기에 민족문화말살정책으로 음력 정월 초를에 지내단 설멩질을 일본 ‘오쇼가쯔(お正月)’에 맞추앙 양력 1월1일에 지내도록 여신디, 해방이 뒈여도 오래오래 성안 서펜 실더렌 그냥 양력으로 지내여서마씀. 의식이 깬 동펜 실더렌 해 음력으로 돌앗주마는.

 

 우리 집안읜 멩질 먹는 집이 라밧디라 노난 정월 멩질쯤은 지 가십주. 짐해짐씨[金海金氏] 집안은 잇날부떠 술 잘 먹곡 목청 크덴는디, 매 집이 강 음복(飮福)투당 보문 어두와부렁, 불 쌍 제 지내기도 여십주. 경문 우리 아바님은 뒷날 아적이 뒈여사 날 랑 꼭 새배레 가는 디가 셔서마씀. 나신딘 할마님이곡 우리 아바님신딘 어머님 집입주. 우린 웃동네 살곡 할마님은 알동네 살앗수다.

 

 주팔가 기구 아바님은 하르바님 얼굴도 몰르게 태어난 유복자(遺腹子)라마씀. 시대가 여북 때라 하르바님이 스물에 돌아가난 장지내여둰 얼매 으선 아바님을 나신디, 일레만이 할마님이 물애기 안 재가(再嫁) 거라마씀. 그것도 멀지 아니 알동네레. 경여부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여십주. 할마님은 농 지성 살젠 난 애기 볼 사름은 읏고, 젯 떼난 대문 안의 가두와뒁 밧디 가불문 뭇 울당 버청 이녁 똥 쌍 아먹곡 염시난, 동네 사름이 그걸 봔 완 우리 왕할망(증조모)신디 르난, 왕할마님은 손질 아단 키운 거라마씀. 그 왕할마님은 나 두 ㄹ 때 돌아가신디, 나를 나난 웨롭게 키운 손지가 아 낫젠 지꺼젼 그 어린 걸 업엉 댕기멍 동네 사름덜신디 고치 자랑시켯젠 디다.

 

 

 재가 할마님은 우트로 둘 나둰 아 나이 낳고 또 을 나난 늬 오누인디, 어떵사 잘 여신딘 몰라도 그자 아방 ㅌ은 성제덜 ㅌ지 지내여서마씀. 그 집은 진(秦)칩이곡 우린 짐[金]칩이주마는 우리 집의 잔치라도 문 꼭 그 아(아바님의 성 다른 동싕)이 왕 청객멍 죽을 때장 성님으로 모셔십주. 나 랑 과세 가문 새뱃돈 준비엿당 주는디, 유일게 새뱃돈 받는 디라낫수다.

 

 이녁 내부러뒁 시집 가분 어멍이주마는 그 어머님신딘 지극 정성이랏수다. 어디 갓당 돗추렴 염시문 이녁은 못 먹어도 꼭 궤기 멧 근 사당 아무도 몰르게 드리곡, 모이나 산뒤 ㅌ은 거 장만문 질 몬저 두어 말 거령 놔둿당 져가곡. 번은 개가 꿩을 사농연 잡아와신디 궤기 먹어지카부덴 지드리단 보난 오고셍이 다 할마님 단 드려분 거라마씀. 그치록 어디 강 맛존 거 봐지문 어멍 생각ㄹ게 곱젓당 당 드리곡 여십주. 번은 할마님 사는 동네 가차운 듸 우물을 파신디, 우리 어머님 펜게 뒈엿젠 준공식 날 30근베끼 안 뒈는 어린 도새기 내어놘 동네잔치 벌린 일이 싯젠 이제지끔 어른덜이 라마씀.

 

 

6. 비슷한 처지의 어머님과

 

  우리 아바님이 유복자로 할마님이 재가여부난 할마님광 디 웨롭게 살앗덴 문, 우리 어머님도 바립주. 어머님 갑자기 돌아가부난 아바님은 서너 ㄹ을 어멍신디 매껴둰 일본더레 튀어부난 어멍아방 으시 족은 아방네 밧거리에서 할망광 살아십주. 1920년대여신디, 일고ㄹ 뒈어실 때 일본서 웨할아버님이 애기업게 시키젠 레 오난, 친족광 친구덜이 가문 다슴어멍아픠 고생덴 곱아불렌 연 안 갓젠마씀.

 

 웨롭긴 주마는 친구덜이영 야[夜學]도 곡, ㅌ이 검질매레 댕기기도 유롭게 살단, 아무 것도 으신 집이 사름 나 믿엉 스무 ㄹ ㄹ 아래 아바님안티 시집 왕 아의덜도 하영 나고, 아 시 성제 꾸짝게 난 짐씨 집안을 일루와십주. 아무 것도 안 영 몸만 와도 뒌덴 엿주마는 경여도 사발고 숟가락 멧 갠 상 가사주기 연 완 보난 할망고 살멍 볼침이 으선, 사발 더 사고 이불요 전 완 살앗덴마씀.

 

 

 이제 완 만이 생각여보난, 우리 어머님은 성격이 활달영 야 롬으로 글줄이라도 익어시난 신이 이성 베꼇 일에 나사곡, 아바님은 부치러움 탕 그자 부지런히 일만 당 손재주 항 집안의서 하간 거 독독 고치곡, 그자 밧듸 강 해 지는 중 몰르게 일멍 부지런 부제[富者]가 뒈여시난, 조화롭게 재산도 늘류곡 한한 식덜 거두완 산 거 닮아마씀. 농 짓는 것도 아바님의 앞상 부지런히 문, 어머님은 뒤에서 말 으시 르멍 큰소리 으시 산 겁주기.

 

 경단 보난, 웨가에 우리 어머님 직계(直系)는 나토 으신 거라마씀. 웨할마님은 인칙 돌아가불고 웨하르바님은 일본에 살앙, 그자 소문으로만 술 좋아영 한량ㅌ이 살암젠 뿐 내왕이 으서시난. 경여도 우리 아바님은 어머님 살단 족은 웨하르바님네 집광 큰집의 과세광 식게엔 죽장 걸르지 아니여십주. 이웃 실이난 아바님광 라가시문 나 좋아는 댕유지광 미깡(일본어) 아름 받앙 와십주기. 그 미로 교 댕김 시작 번도 빠지지 아니라댕겨서마씀.

 

 

 해방 시엔 일본광 국교(國交)가 안 뒈영 영 연락이 두절뒈엿단, 1964년에 동경(東京) 올림픽을 리로 대판[大板]에 사는 배 다른 이모님이 어머님을 초청연 간 십 년만이 부녜상봉(父女相逢)을 여십주. 그로후제 1970년대에 들멍 일본을 유롭게 오곡가곡 게뒈난 웨하르바님이 번 제주에 완 사위고 처얌으로 만낫고, 얼매 으선 앞사거니 뒷사거니 멍 두 분 다 돌아가부러십주.

 

7. 답 오누이 난 둘 죽고

 

  우리 아바님은 춘덜은 싯주마는 혼자 웨롭게 커부난산디 식덜은 나지는 대로 하영 나서마씀. 기사 그 땐 아이덜이 크기 전에 죽는 일이 하부난 나지는 대로 막 낭, 어디 밧디나 오름 가당 보문 공터에 멘 [兒塚]이라나십주. 호열자나 마누라 ㅌ은 전염뒈는 빙[病] 돌문, 하영도 죽어거르쳐십주. 경당 보문 무정게 살아남은 집은 아이덜이 열도 넘곡, 으신 집은 나도 귀영 가차운 디서 양제[養子] 곡.

 

 

 어머님도 비슷게 웨로운 처지라나부난 멕일 거 입질 거 생각 아니영 하영 난 거라마씀. 아바님이 처얌 둘 나 둰 북해도에 징용 갓단 완 나를 나난 뭇 지꺼졍 어디 강 오문 어름씰멍 키왓주마는 약골이라부난 걱정 뒈연, 2년 뒤에 다시 어머님이 아기배난 맛존 거 하영 여단 멕이난 동싕을 실게 나서마씀. 눈광 또랑또랑게 아주 잘 나신디 1년도 못 채완 죽어부러십주.

 

 식이 죽으문 부모 가심에 묻넨 주마는 인칙 죽어부난 포기도 란 2년 뒤에 , 5년 뒤에 또 을 나십주. 경여노난 난 우흐로 누님 둘, 아래로 누이 둘이 뒈영 그 이에서 줴꼉 치지도 아니곡 여둠서, 페랑케 율어가난 해마다 유월 스무날엔 잡앙 온채로 튿으렌 곡, 남펭날은 엿영 멕이멍 팔세우세멍 모셧수다. 경난 아명여도 더 낭 짝 지와사 켄 마흔나에 나 마흔서이에 나, 아 둘을 더 나십주. 어머님은 ㄹ 우이난 마흔 넘언 아 둘을 난 거라마씀.

 

 

 경난 나신딘 남동싕이 띠동갑광 그 두 ㄹ 아래도 션, 동싕이 둘이 뒈단 보난 그제부떤 아프지도 아니곡 지레도 줄락게 커불곡 지 아니니깡. 웨아 줴낀덴 는 잇날 사름덜 말, 그른 거 하나토 으서마씀. 경디 이번엔 나 바로 우의 스물 ㄹ 난 누님이 언니 란 방적에 갓단 아판 오란 아무것도 못 먹곡 율어가는 거라마씀. 빙원[病院]에서 고치지 못연 나와신디, 무신 관절염인가 것이 터젼 고름이 미약미약 나 노난, 민간에서 는 대로 그 고름을 짱 소독여뒁 누룩낭 빈지가죽 벳경 심지 박앙 쳐메는 게 아바님 일이라마씀.

 

 하도 경당 보난, 비위 물른 우리 아바님은 술에 의존게 뒈연, 술 으신 도 못 자는 거라마씀. 경 율단 1년만이 죽언 묻어부난 어떵 거우까? 멧 년 뒤에 죽은 혼[婚事] 시켠 시집보낼 때지 가심 속에 묻엉 살아십주. 그로후제 또 걱정은 큰누님이 시집갓단 이혼연 완 다시 방적에 가분 일이라마씀. 그 걱정 따문에 다시 재혼장 놀문 자꼬 생각나난, 낮인 일에 묻쳥 살곡, 밤인 술 펭 먹어사 자곡단보난 술푸대엔 소문이 나서마씀.(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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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수와서 : 무서워서.

해 : 많이, 거의.

라밧디 : 여러 군데

지꺼지다 : 기뻐하다. 일이 잘되어 만족하다.

죽장 : 늘, 줄곧.

댕유지광 : 당유자와.

총[兒塚] : 아이무덤.

줴꼉 : 병이나 일 따위에 시달려서.

율어가난 : 시들어가니까, 야위어가니까.

                                                                                  [제주작가 2011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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