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제주어 글

웨상으로 잡아먹은 쉐

김창집 2012. 7. 24. 07:26

 

제주어로 쓰는 산문(6)

 

                                            웨상으로 잡아먹은 쉐

    

  이제사 쉐를 목장에서 젯광 궤길 울엉 질루주마는 엿날은 달라십주. 질로지썩 지스멍 살아노난 시라도 쉐가 으시문 안뒈여서마씀. 밧 갈곡, 리곡, 짐 시끄곡, 구루마 끗곡, 방에 돌리곡…. 무사 거 족읍니까? 사름광 쉐가 느량 붙언 살앗수게.

 

  경여노난 쉐 멕이곡 가냥 것도 큰 일이라나십주. 봄 나문 쉐 멕영 오라. 촐영 오라. 에와뒁 오라. 에와둔 거 봥 오라. 물 멕영 오라. 강 앙 오라…. 아의건 어른이건 쉐 부름씨가 진 아니여서마씀. 그치록 일 멍도 암쉔 곱새끼 팡팡 낭, 재산 일루와 주곡, 부룽인 살지왕 궤깃쉐로 문 큰돈이 뒈영, 놈 뀌와줫당 밧도 사곡 집도 사곡 여십주. 서월 강 대는 아신디 자금도 보내곡, 시집 장게도 보내곡, 쉐 리문 안 뒈는 게 엇어십주.

 

  느량 가차이서 지내여노난 ‘쉐’가 등장는 속담도 하마씀.

  제주 여덜이 얼매나 힘들고 고달프문 ‘쉐로 못 낭 여로 난댄’ 엿수가? 작벳디서 조컴질 매당 집이 왕, 식은 보리밥 적 물에 닥닥 앙 후루룩 드르쌍, 바당에 강 물질영 왕, 또 물허벅 정강 물 질어당 놔뒁, 남방에에 겉보리 상, 밥영 상 령 대령멍도 눈치 보멍 사는 생활. 말으시 쉐처럼 드근드근 일멍도 시어멍신디 구박 받으멍 살아온 팔재 기박 섬 메누리덜이랏수게.

 

  쉐광 질 가차운 것이 이난 두 가질 비교는 속담도 하우다. ‘쉐 다리 다리’는 닮긴 여도 영 난 거, ‘ 탄 양반, 쉐 탄 귀양다리’는 제주섬이 귀양지라서 생긴 말 닮고, ‘쉐 둔 둔이엥 랴’나 ‘쉐 노는 듸 쉐 가곡, 노는 듸 간다’, ‘쉐 먹어난 디, 배불르랴’ 는 말덜은 두 가질 비교연 지와낸 말이고….

 

 

  ‘놈 논 건 쉐도 못 나’는 놈 보관지 못 때, ‘놈이 쉐 들러퀴는 건 보기 좋나’는 지 일 아니엔 놈의 불행을 좋은 구경거리처록 는 사름을 탓는 말입주. 또 ‘지 버릇 개 못 준덴’ 는 말이 싯듯, ‘섭보리왓디 들어난 쉐광 지집방에 들어난 놈은 번 가나민 주우릇’고 빙빙 돌령 꼬는 말도 싯곡. 또, ‘쉐잡아 먹을 간세’는 압주예? 농 건 부지런여사 거두와 들일 게 싯는 법인디, 곡석이 제대로 안 뒈영 쉐를 잡아먹어사 정도문 말이 안 뒙주.

 

  경주마는 진짜 를 말이 싯수다. ‘웨상이엔 문 쉐도 잡아먹넨’ 는 말마씀. 요세 유럽에서 질 걱정 뒈는 나라가 어디우까? 그리스, 맛수다. 그리스엔 나라가 어떤 나라우까? 때 유럽 문화를 좌지우지 단 나라 아니우까? 일자리 하영 멩글아주크메 이녁 찍어도렌 영 찍어주문, 빚네멍 공공 일자리 드러 멩글아놩, 우티서도 다먹고 아래서도 다먹으멍 방만 재정운영을 단 보난 빗이 눈뎅이처록 불어난 저 지경에 이른 거 아니우까?

 

  잘 알암실 거우다마는 일본에 부도난 지자체 유바리시를 보멍 타산지석으로 삼아사 거우다. 지자체 웃사름덜이 관광광 수익사업이엔 뭇 글겡이로 돈 글거질 것같이 머릴 굴령, 잘 따주와보지도 아니영 드러 돈 꿔당 사업을 벌이단 보난, 돈 벌미랑마랑 이자도 못 끄리곡 본전도 못 는 장시를 거 아니우까.

 

  놈의 일이 아니우다. 우리도 도민 사름이 낼 지방세 부담이 올히 처음으로 90만원을 넘고, 사름 당 빗이 140만원을 넘엄젠 난 족은 일이 아니우다. 엿날같이 읏이문 읏인 대로 허리띠 라메영 딜 중도 알아사 곡, 가지 일 벌릴 때랑 우리 펜 놈의 펜 리지 말앙 라이 모다들엉, 실수 읏이 는 게 필요 때가 아닌가 염수다. 웨상기 좋덴 경 쉐덜 하영 잡아먹어불문 웨상깝은 누게가 갚을 거우까?

    

---

* 질로지썩 : 제만큼. 자기만큼. → 제만씩.

* 가냥다 : 잘 챙겨 간수하다. 간직하다.

* 곱새끼 : 주로 소나 말이 새끼를 연년생으로 낳는 것.

* 작벳 : 몹시 따가운 볕. 땡볕.

* 주우릇다 : 무엇에 관심을 두고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남몰래 마음을 기울이다.

 

                                                  - 계간 의정소식지 ‘Dream Jeju 21’ 제6호

 

 

 

 

'제주어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아바님 살아실 적(2)  (0) 2012.07.29
우리 아바님 살아실 적(1)  (0) 2012.07.26
삶 - 푸쉬긴(제주어로)  (0) 2012.07.24
내 어머니언어의 사멸을 지켜보며  (0) 2012.07.16
진달래꽃(번역)  (0) 2012.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