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 인동꽃
[제주어로 쓰는 산문]
우리 아바님 살아실 적(1)
1. 들어사멍
어영구영 살단 보난, 직장에서 ‘이제랑 집이서 쉬렌’연. 요즘 이레 주왁 저레 주왁 멍 시간을 보내당도, 밤의 안들곡 문 문득문득 우리 아바님 생각이 나마씀. 고만이 생각여 보난, 나가 우리 아바님 저싱에 간 때보단 섯 해나 더 살아젼, 안적 시집 장게 안 보낸 아으덜 생각문 다행 일이주마는, 펜으로 생각문 미안 생각이 들어마씀.
무사 기영 구진 리에 시상에 나완 고생만 단 가신디, 베롱 꼴 꼼 보카마카 때 하직여시난, 주팔도 그렇게 험악 경우가 시카마씀. 아바님이 할마님 뱃속에 이실 때 할아바님이 돌아가셔부난 유복로 경신년(1920) 월 초이틀에 나난, 그해 여름 을 사름 200멩이 죽엇젠 는 호열자(콜레라)에 용케도 살아남앗주마는, 바로 할마님이 재가(再嫁)여부난 다심테멍 얼매나 고생여시코.
이제 왕 라본들 무신 소용이 시랴마는, 요즘치 어려운 시상을 살멍, 요영 때도 살아신디 영, 꼼이라도 위안이 되카 는 심에서 시작염수다. 또시 돌아가신지 35년도 더 넘엇주마는 아바님의 생을 돌아보멍, 삶이 무신 건지 생각도 여보곡, 씨는 짐에 엿날 말도 튼내왕 으서져가는 제주말도 살려 보카 염수다.
2. 부지런 부잰 하늘도 못 막나
우리 아바님 살아실 적엔 식덜신디 느량 는 말이 ‘부지런 부잰 하늘도 못 막낸’ 는 말이라 낫수다. 기사 물착 질왓 판이 으시, 빌레뀅이 두어 판이 졍 퉤끼세끼 ㅌ은 식덜 멕영 살리젠 당보문, 개날 날 으시 길 수베끠 더 이서시쿠가?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쉬는 걸 못 봣고, 다른 사름덜 모냥으로 틈날 때마다 거리에 나강 안지는 일은 일체 으서십주. 비가 오문 다못영 헛간에서 람질 끄든지, 도께아덜 꺾어진 걸 든지, 무사사 경 일거리는 잘 아내는지 몰라마씀. 못 는 일도 읏주마는 이녁냥으로 수 이신 일은 몸을 안 아꼇수다.
그 따문에 우리덜도 연히 뒤라가사 엿수다. 저실 들문 어디 진질(귀덕2리 해변마을)쯤 강 놈의 집 맡아당, 틈만 나문 줄 비렌 여서마씀. 친구덜이 어디 꿩코 논디 돌아보카 영 나가젠 당 보문, 오꼿 걸령 수 으시 손 도암영 줄 비엇수다. 우리가 동네 사름덜광 수눌엉 모다들엉 줄 빌 땐 얼마나 미집니까? 빅 부뜨멍 어울령 장난치멍 당보문 쉽게 끝나주마는 양 끝댕이에 막뎅이 꼬주왕, 다 비문 그레 꿰어뒁 다시 비곡 다시 비곡 당 두 사름 더 엥기문 어울리는 거라마씀.
경당 각단 모지레문 고망 각단 레 가사 곡. 번은 방학 때 저 바리메 아픠 고망각단 레 간, 낮 넘으난 ‘늘랑 쉐에 식거 주크메 어둡기 전의 려 가라,’ 멍 바리 잔득 식거주쿠데 쉐 앞지완 털삭털삭 려오단, 어떤 도노미(봉성리) 사름이 암쉐 안 가가난 그 내우살 맡으젠 훌락 튀난 짐은 고만 이서. 확 벗어지난 베 질질 끄신 채로 알러레 터전 는 거라마씀. 막아주는 사름도 하나 읏고 쉐만 심어보젠 으멍 감감 게 집이 가젼. 집이 간 보난 쉐는 질메 진 채로 쉐왕에 들어간 이십디다. 게난 바락바락 쳐 두드리멍 제우 질메만 베껸.
이제 ㅌ으문 질멜 새로 지왕 다시 끄성 갓주마는 두린 때라노난 경도 못고, 동싕덜 거념멍 냑 여놓고 지드리난, 한밤중 뒈어사 어머님만 완 는 말이, “느네 아방은 쉐 짐 버신 거 두 짐으로 꾸면, 짐 졍 참쯤 려왕 부려뒁 또시 강 졍오곡 졍오곡 염시난, 늘랑 잠시문 날랑 밥 졍 강 멕영, 그거 둘이 졍 오켄” 는 거라. 이제사 곰곰이 생각여 보난, 작산놈이 쉐 하나 버쳥 부미[父母] 벌고생 시킨 불효를 저질러진 것 닮안 후회가 막심여마씀. 그때 놈의 집 맡앙 일문 일거리는 하도 수입이 쏠쏠엿수다. 그 돈으로 송애기도 사곡 아의덜 납부금도 내곡 여십주.
3. 놈의 새왓 이경 농짓기
집 맡앙 일멍 저실을 지네당, 우수 ․ 경칩이 돌아와 가문 웃드르 땅이 얼엇당 풀리멍 밧이 들들여집주게. 경문 그때부떤 새왓 이김에 들어갑니다. 엿날은 웃드르 밧 멧 개 지문 새 들영 비당 가불아가문 이경 농를 지서십주.
우리 아바님은 이녁 밧이 으서 부난 놈의 밧 빌엉 이기는디, 이경 3년 동안 벌어 먹으문 주연신디 돌려줫수다. 주연은 농짓질 못 여부난 그로후제 벵작 걸로 영 시작주. 벵작게 뒈문 농 끝낭 갈를 때 반썩 갈르든지 3분패 게 됩니다. 어떤 땐 식거다주기도 주.
새나 테역은 뿔리가 뭉쳐져부난 갈 때 구져마씀. 경나 졍나 새왓을 이기젠 문 힘씬 부룽이가 셔사 는디, 다간 때 다 아불문, 암쉐 두 리 저리메왕 이겨십주게. 근근 갈아도 오래 갈지 아니여나부난 막 힘들어마씀. 양짓머리에 배 대영 꼼이라도 짚으게 갈젠 힘쓰당 빌레에 탁 걸리문 안창이 을 주.
갈앙 비도 맞곡 얼류왓당 풀어지기도 멍 뿔리덜이 다 랑 죽으문, 곰베로 벙뎅이를 탁탁 두드리멍 풀엉, 보통 모을 갈든지 조를 갑니다. 처얌엔 뿔리가 안 썩엉 걸지도 아니곡 여부난 경는 모냥이곡, 뒷해엔 보통 산디나 조를 갑니다. 비료 으신 때라부난 샛뿔리 썩은 것도 깨 걸름이 뒈영, 조를 갈문 고고리가 홍짓대만썩 여서마씀.
우리 아바님은 시 번째는 조를 갈았수다. 술 담앙 탁배기 먹을 욕심입주게. 새왓 안 이길 땐 놈의 밧 빌엉 뱅작을 드라도 꼭 개발시리 갈앙, 좁로 오메기 떡을 영 ㄹ망 식어가문 래도고리에 놩 물싹물싹 랑 술을 담읍니다. 나도 두릴 땐 잘도 랏수다. 다 라져 가문 누룩 신 걸 놩 다시 잘 섞엉 항에 담앙 오메기떡 ㄻ아난 국물이영 놩, 항 주둥일 험벅으로 묶엉 놔둡니다. 우리 아바님은 약이 뒌덴 영 특별히 오갈피 가젱이 꺾어당 묶엉 강 놔둡주.
꼼 이서가문 쿠싱게 술 익는 내우살이 퍼져마씀. 정말 술맛 아는 사름덜은 그냥 넘어가지 못니다. 잘 익은 후제, 우선 라앚앙 우틔 말깡 술을 ㄹㄹ 떠내영 펭에 담앙 모셧당 지주[祭酒]로 씁주. 그게 축문에 나오는 청주(淸酒) 아니우깡. 청작(淸酌)이엔 는 말깡 술. 남제기 푸달푸달 건 두루 젓엉, 대접 후루룩 들으씨문 배가 든든 탁베기[濁酒]가 뒙주.
헛간에 항 두 개를 싱겅, 나 떨어질만 문 다시 그곡 다시 그곡 멍 우리 집인 탁베기가 그챠지질 아니영, 슬 사람덜이 밧갈당 배고프문 려왕 그거 사발썩 얻어먹엉 갑주. 밧디서 려오문 쳇집이라 노난, 우리 아바님은 술 담앙 놈 멕이는 걸 그치록 좋아 영, 웃사름이든 아랫사름이든 나 적시가 싯고 읏고, 왓걸랑 잘 대접영 보내렝 영, 굴른 오멍멍 조를 경 하영 갈아낫수다.
4. 우럭 고망도 물려주곡
우리 아바님은 바당 동네서 커시난, 바당이 이녁 시상이엇주마는 농에 바빠노난 실력을 발휘 기회가 으서십주. 1940년이 되난 태평양전쟁이 아들멍 학도병에 노무자, 위안부 차출광 공출이 심던 때, 겐짜코(일본말, 건착선) 타문 그걸 면 수 잇덴연, 서너 해 그걸 타단 임시 려신디, 각 을에 멧 사름썩 노무자 차출이 려오난, 주위에 누게 으신 사름이옌 북해도 탄광 노무자로 차출되연 둘 나둰 가부난, 우리 어머님만 고생여십주기.
탄광에서 1년 반쯤 살단 해방이 뒈연 어떵어떵 돌아완 난 것이 나우다. 아 낫젠 뭇 지꺼젼 팔세우세 멍 키와십주기. 나 어린 땐 어떵사 경 약여신디 뭇 줴꼉, 밤이 열 나문 업엉 침 맞히레 아댕김이 일이라낫수다. 유월 스무날엔 잡앙 리 다 멕이곡, 동짓날엔 골 놧당 남펭날은 엿 영 멕이곡 게 멍 어멍아방 하영 들랴시난, 나도 꽤나 불효 놈이우다.
우리 고향 곽지엔 진모살이엔 는 백사장이 이성 멜이 하영 들단보난, 모살접 ․ 중접 ․ 서접 ․ 신접이엔영 멜 잡는 계(契)가 닛이나 셔나신디, 그 중 모살접 공원 맡앙 밧디 갓당도 바당 베리멍 멜떼 왐시냐 ㄹ피당, 멜이 들어와 가문 소임신디 연락영 잡는디, 밤의 작업영 아척이 강 고만이 베렴시문, 멜 거리는 거 ㄹ피당 멩마구리나 큰 궤기 들어시문 하나 심엉 나신디 훅게 데끼곡 여십주.
검질 매레 밧디 갓당 비왕 일 못영 집이 오랑 물때가 맞아시문, 낭으로 지렛대 멩글앙 졍 바당에 강, 큰 돌 일르멍 먹보말을 경 하영 잡곡. 성창 다우레 갈 땐 주전지 큰 거 들류왕 강, 담 답젠 큰 돌 일렁 깅이 나오문 훅훅 잡아놓으문, 어이에 주전지 잡앗수다. 번은 중교 댕길 땐디, 우럭 고망 르쳐 주커메 글렌 멍, 시근 멜에 먹소금 놩 짝게 절류완 전, 저 소로기통 넘어간 옷 벗언 바구리에 담안 여[嶼]레 히어 간, 고망에서 큰 우럭 바구리 잡아신디, 나도 동안 그디서 우럭 잡아먹단 내중엔 간 보난 딱 모살 메어부러십디다.
여름 검질 매당 낮 넘어강 물이 들어가문, 나신디 강 자리 사 오렝 는디, 집이 강 보리 뒈 푸대에 담앙, 꼼은 바구리에 졍 귀덕이나 금성 갯맛에 가문, 궨당어른이나 동창놈이 셔둠서 확 사줭, 지엉 집이 와 가문 거리에서 놀단 어른덜이 두어 개씩 들렁 근근 씹어먹읍니다. 잘도 맛좋게 먹어마씀. 아바님은 그게 좋앙 다라도 드려뒁 오랜 주게. 나가 낫살을 꼼 더 먹은 후제 소살 전 궤기 쏘으레 댕겨가난, 일당도 낮 넘어가문 바당에 가렌영, 늦게라도 바당에 강, 물꾸럭 고망 조사문 꼭 술안준 여와십주. 두 개 잡아지문 거리에서 입 촉촉 다시멍 지드리는 어른덜 발썩 끊어먹게 던 일이 꿈치 생각나마씀. (계속)
* 제주작가 2011년 봄호
'제주어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민일보 제주어기획(82) 물질 (0) | 2012.08.22 |
---|---|
우리 아바님 살아실 적(2) (0) | 2012.07.29 |
웨상으로 잡아먹은 쉐 (0) | 2012.07.24 |
삶 - 푸쉬긴(제주어로) (0) | 2012.07.24 |
내 어머니언어의 사멸을 지켜보며 (0) | 2012.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