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제주어 글

우리 아바님 살아실 적(1)

김창집 2012. 7. 26. 11:53

 * 붉은 인동꽃

 

[제주어로 쓰는 산문]

 

                                         우리 아바님 살아실 적(1)

                                                                               

1. 들어사멍

 

  어영구영 살단 보난, 직장에서 ‘이제랑 집이서 쉬렌’연. 요즘 이레 주왁 저레 주왁 멍 시간을 보내당도, 밤의 안들곡 문 문득문득 우리 아바님 생각이 나마씀. 고만이 생각여 보난, 나가 우리 아바님 저싱에 간 때보단 섯 해나 더 살아젼, 안적 시집 장게 안 보낸 아으덜 생각문 다행 일이주마는, 펜으로 생각문 미안 생각이 들어마씀.

 

 무사 기영 구진 리에 시상에 나완 고생만 단 가신디, 베롱꼼 보카마카 때 하직여시난, 주팔도 그렇게 험악 경우가 시카마씀. 아바님이 할마님 뱃속에 이실 때 할아바님이 돌아가셔부난 유복로 경신년(1920) 월 초이틀에 나난, 그해 여름 을 사름 200멩이 죽엇젠 는 호열자(콜레라)에 용케도 살아남앗주마는, 바로 할마님이 재가(再嫁)여부난 다심테멍 얼매나 고생여시코.

 

 이제 왕 라본들 무신 소용이 시랴마는, 요즘치 어려운 시상을 살멍, 요영 때도 살아신디 영, 꼼이라도 위안이 되카 심에서 시작염수다. 또시 돌아가신지 35년도 더 넘엇주마는 아바님의 생을 돌아보멍, 삶이 무신 건지 생각도 여보곡, 씨는 짐에 엿날 말도 튼내왕 으서져가는 제주말도 살려 보카 염수다.

 

 

2. 부지런 부잰 하늘도 못 막나

 

  우리 아바님 살아실 적엔 식덜신디 느량 는 말이 ‘부지런 부잰 하늘도 못 막낸’ 는 말이라 낫수다. 기사 물착 질왓 판이 으시, 빌레뀅이 두어 판이 졍 퉤끼세끼 ㅌ은 식덜 멕영 살리젠 당보문, 개날 날 으시 길 수베끠 더 이서시쿠가?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쉬는 걸 못 봣고, 다른 사름덜 모냥으로 틈날 때마다 거리에 나강 안지는 일은 일체 으서십주. 비가 오문 다못영 헛간에서 람질 끄든지, 도께아덜 꺾어진 걸 든지, 무사사 경 일거리는 잘 아내는지 몰라마씀. 못 는 일도 읏주마는 이녁냥으로 수 이신 일은 몸을 안 아꼇수다.

 

 그 따문에 우리덜도 연히 뒤라가사 엿수다. 저실 들문 어디 진질(귀덕2리 해변마을)쯤 강 놈의 집 맡아당, 틈만 나문 줄 비렌 여서마씀. 친구덜이 어디 꿩코 논디 돌아보카 영 나가젠 당 보문, 오꼿 걸령 수 으시 손 도암영 줄 비엇수다. 우리가 동네 사름덜광 수눌엉 모다들엉 줄 빌 땐 얼마나 미집니까? 빅 부뜨멍 어울령 장난치멍 당보문 쉽게 끝나주마는 양 끝댕이에 막뎅이 꼬주왕, 다 비문 그레 꿰어뒁 다시 비곡 다시 비곡 당 두 사름 더 엥기문 어울리는 거라마씀.

 

 

 경당 각단 모지레문 고망 각단 레 가사 곡. 번은 방학 때 저 바리메 아픠 고망각단 레 간, 낮 넘으난 ‘늘랑 쉐에 식거 주크메 어둡기 전의 려 가라,’ 바리 잔득 식거주쿠데 쉐 앞지완 털삭털삭 려오단, 어떤 도노미(봉성리) 사름이 암쉐 안 가가난 그 내우살 맡으젠 훌락 튀난 짐은 고만 이서. 확 벗어지난 베 질질 끄신 채로 알러레 터전 는 거라마씀. 막아주는 사름도 하나 읏고 쉐만 심어보젠 으멍 감감 게 집이 가젼. 집이 간 보난 쉐는 질메 진 채로 쉐왕에 들어간 이십디다. 게난 바락바락 쳐 두드리멍 제우 질메만 베껸.

 

 이제 ㅌ으문 질멜 새로 지왕 다시 끄성 갓주마는 두린 때라노난 경도 못고, 동싕덜 거념여놓고 지드리난, 한밤중 뒈어사 어머님만 완 는 말이, “느네 아방은 쉐 짐 버신 거 두 짐으로 꾸면, 짐 졍 참쯤 려왕 부려뒁 또시 강 졍오곡 졍오곡 염시난, 늘랑 잠시문 날랑 밥 졍 강 멕영, 그거 둘이 졍 오켄” 는 거라. 이제사 곰곰이 생각여 보난, 작산놈이 쉐 하나 버쳥 부미[父母] 벌고생 시킨 불효를 저질러진 것 닮안 후회가 막심여마씀. 그때 놈의 집 맡앙 일문 일거리는 하도 수입이 쏠쏠엿수다. 그 돈으로 송애기도 사곡 아의덜 납부금도 내곡 여십주.   

 

 

3. 놈의 새왓 이경 농짓기

 

  집 맡앙 일멍 저실을 지네당, 우수 ․ 경칩이 돌아와 가문 웃드르 땅이 얼엇당 풀리멍 밧이 여집주게. 경문 그때부떤 새왓 이김에 들어갑니다. 엿날은 웃드르 밧 멧 개 지문 새 들영 비당 가불아가문 이경 농를 지서십주.

 

 우리 아바님은 이녁 밧이 으서 부난 놈의 밧 빌엉 이기는디, 이경 3년 동안 벌어 먹으문 주연신디 돌려줫수다. 주연은 농짓질 못 여부난 그로후제 벵작 걸로 영 시작주. 벵작게 뒈문 농 끝낭 갈를 때 반썩 갈르든지 3분패 게 됩니다. 어떤 땐 식거다주기도 주.

 

 새나 테역은 뿔리가 뭉쳐져부난 갈 때 구져마씀. 경나 졍나 새왓을 이기젠 문 힘씬 부룽이가 셔사 는디, 다간 때 다 아불문, 암쉐 두 리 저리메왕 이겨십주게. 근 갈아도 오래 갈지 아니여나부난 막 힘들어마씀. 양짓머리에 배 대영 꼼이라도 짚으게 갈젠 힘쓰당 빌레에 탁 걸리문 안창이 을 주.

 

 

 갈앙 비도 맞곡 얼류왓당 풀어지기도 멍 뿔리덜이 다 랑 죽으문, 곰베로 벙뎅이를 탁탁 두드리멍 풀엉, 보통 모을 갈든지 조를 갑니다. 처얌엔 뿔리가 안 썩엉 걸지도 아니곡 여부난 경는 모냥이곡, 뒷해엔 보통 산디나 조를 갑니다. 비료 으신 때라부난 샛뿔리 썩은 것도 깨 걸름이 뒈영, 조를 갈문 고고리가 홍짓대만썩 여서마씀.

 

 우리 아바님은 시 번째는 조를 갈았수다. 술 담앙 탁배기 먹을 욕심입주게. 새왓 안 이길 땐 놈의 밧 빌엉 뱅작을 드라도 꼭 개발시리 갈앙, 좁로 오메기 떡을 ㄹ망 식어가문 래도고리에 놩 물싹물싹 랑 술을 담읍니다. 나도 두릴 땐 잘도 랏수다. 다 라져 가문 누룩 신 걸 놩 다시 잘 섞엉 항에 담앙 오메기떡 ㄻ아난 국물이영 놩, 항 주둥일 험벅으로 묶엉 놔둡니다. 우리 아바님은 약이 뒌덴 영 특별히 오갈피 가젱이 꺾어당 묶엉 강 놔둡주.

 

 

 꼼 이서가문 쿠싱게 술 익는 내우살이 퍼져마씀. 정말 술맛 아는 사름덜은 그냥 넘어가지 못니다. 잘 익은 후제, 우선 라앚앙 우틔 말깡 술을 ㄹㄹ 떠내영 펭에 담앙 모셧당 지주[祭酒]로 씁주. 그게 축문에 나오는 청주(淸酒) 아니우깡. 청작(淸酌)이엔 는 말깡 술. 남제기 푸달푸달 건 두루 젓엉, 대접 후루룩 들으씨문 배가 든든 탁베기[濁酒]가 뒙주.

 

 헛간에 항 두 개를 싱겅, 나 떨어질만 문 다시 그곡 다시 그곡 멍 우리 집인 탁베기가 그챠지질 아니영, 슬 사람덜이 밧갈당 배고프문 려왕 그거 사발썩 얻어먹엉 갑주. 밧디서 려오문 쳇집이라 노난, 우리 아바님은 술 담앙 놈 멕이는 걸 그치록 좋아 영, 웃사름이든 아랫사름이든 나 적시가 싯고 읏고, 왓걸랑 잘 대접영 보내렝 영, 굴른 오멍멍 조를 경 하영 갈아낫수다.  

 

 

4. 우럭 고망도 물려주곡

 

  우리 아바님은 바당 동네서 커시난, 바당이 이녁 시상이엇주마는 농에 바빠노난 실력을 발휘 기회가 으서십주. 1940년이 되난 태평양전쟁이 아들멍 학도병에 노무자, 위안부 차출광 공출이 심던 때, 겐짜코(일본말, 건착선) 타문 그걸 면 수 잇덴연, 서너 해 그걸 타단 임시 려신디, 각 을에 멧 사름썩 노무자 차출이 려오난, 주위에 누게 으신 사름이옌 북해도 탄광 노무자로 차출되연 둘 나둰 가부난, 우리 어머님만 고생여십주기.

 

 탄광에서 1년 반쯤 살단 해방이 뒈연 어떵어떵 돌아완 난 것이 나우다. 아 낫젠 뭇 지꺼젼 팔세우세 멍 키와십주기. 나 어린 땐 어떵사 경 약여신디 뭇 줴꼉, 밤이 열 나문 업엉 침 맞히레 아댕김이 일이라낫수다. 유월 스무날엔 잡앙 리 다 멕이곡, 동짓날엔 골 놧당 남펭날은 엿 영 멕이곡 멍 어멍아방 하영 들랴시난, 나도 꽤나 불효 놈이우다.

 

 우리 고향 곽지엔 진모살이엔 는 백사장이 이성 멜이 하영 들단보난, 모살접 ․ 중접 ․ 서접 ․ 신접이엔영 멜 잡는 계(契)가 닛이나 셔나신디, 그 중 모살접 공원 맡앙 밧디 갓당도 바당 베리멍 멜떼 왐시냐 ㄹ피당, 멜이 들어와 가문 소임신디 연락영 잡는디, 밤의 작업영 아척이 강 고만이 베렴시문, 멜 거리는 거 ㄹ피당 멩마구리나 큰 궤기 들어시문 하나 심엉 나신디 훅게 데끼곡 여십주.

 

 

 검질 매레 밧디 갓당 비왕 일 못영 집이 오랑 물때가 맞아시문, 낭으로 지렛대 멩글앙 졍 바당에 강, 큰 돌 일르멍 먹보말을 경 하영 잡곡. 성창 다우레 갈 땐 주전지 큰 거 들류왕 강, 담 답젠 큰 돌 일렁 깅이 나오문 훅훅 잡아놓으문, 어이에 주전지 잡앗수다. 번은 중교 댕길 땐디, 우럭 고망 르쳐 주커메 글렌 멍, 시근 멜에 먹소금 놩 게 절류완 전, 저 소로기통 넘어간 옷 벗언 바구리에 담안 여[嶼]레 히어 간, 고망에서 큰 우럭 바구리 잡아신디, 나도 동안 그디서 우럭 잡아먹단 내중엔 간 보난 딱 모살 메어부러십디다.

 

 여름 검질 매당 낮 넘어강 물이 들어가문, 나신디 강 자리 사 오렝 는디, 집이 강 보리 뒈 푸대에 담앙, 꼼은 바구리에 졍 귀덕이나 금성 갯맛에 가문, 궨당어른이나 동창놈이 셔둠서 확 사줭, 지엉 집이 와 가문 거리에서 놀단 어른덜이 두어 개씩 들렁 근 씹어먹읍니다. 잘도 맛좋게 먹어마씀. 아바님은 그게 좋앙 다라도 드려뒁 오랜 주게. 나가 낫살을 꼼 더 먹은 후제 소살 전 궤기 쏘으레 댕겨가난, 일당도 낮 넘어가문 바당에 가렌영, 늦게라도 바당에 강, 물꾸럭 고망 조사문 꼭 술안준 여와십주. 두 개 잡아지문 거리에서 입 촉촉 다시멍 지드리는 어른덜 발썩 끊어먹게 던 일이 꿈치 생각나마씀. (계속)

 

                                                                                          * 제주작가 2011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