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제주어 글

가을에 따먹는 열매들

김창집 2013. 11. 28. 07:42

 * 정금

 

  하간 낭덜은 저을 들어가민 이녁만썩 살 오멍덜을 주. 영양분을 꼼이라도 덜 으시대기젱, 입상구리류왕 다 털어불곡, 봄이 피왓단 고장덜은 으로 익엉, 손 번성 시키젱, 씨 우터레 맛존 것을 더펑, 하간 중싕덜신디 먹어도렌 주. 사름도 중싕이라 그걸 고만 내불지 아니엿주. 요세처록 맛 좋은 것덜이 어서노난, 그걸 타 먹으레 오름더레도 올르곡 곶자왈더레도 곡, 시도 고만 싯질 못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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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름 : 열매.

* 오멍다 : 움직이다. 몸을 움직여 나다니거나 일을 하다. 활동하다.

* 곶자왈 : 깊은 산골에 나무나 덩굴 따위가 마구 엉켜 있는 수풀.

 

 * 으름

 

♧ 졸겡인 맛 좋으난 일름도 하

 

 을 들엉 곶자왈에 들어강 고개 들렁 보문 어웃게 벌어진 트멍으로 히뚜룩 물을 문 게 이신디 그것이 졸겡이라. 맛이 좋으난산디 가는 디마다 일름나. 보통 존곙이엔 는디, 우리 동네선 그자 졸겡이엔 주. 어떤디선 고냉이똥, 목통이름, 유럼, 유름, 유으름, 졸, 종겡이엔도 르메. 꼭지에 다섯 개 붙은 것도 싯곡, 늬 개, 싀 개, 두 개, 나짜리도 셔.  

 

 짝 벌어진 거부터 크긴 여도 안적 벌어지지 아닌 거랏질이주. 안 벌어져도 손으로 벨라지는 건 그냥 깡 먹곡, 안적도 설어베문 집이 왕 보리항에서 익형 먹곡. 그 땐 그보단 더 맛좋은 게 이 싀상에 으신 줄 알아서. 요세 트문 바나나주. 입에 놓으문 살살 녹아시난. 경디 이젠 생이덜이 어떵사 한디, 아적이 베르싸지문 주둥이 디물랑 조사먹어부러. 름에 밧디 갓당 잣 우희 이게 앙 이시문 잣 소곱에 곱졍 놔둿당 이제부렁 못 앙 내불기도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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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 : 껍질 속에 들어 있는 알맹이.

* 베르싸지문 : 속엣 것이 겉으로 드러나게 벌어지면.

* 조사먹어부러 : 쪼아먹어버려.

 

* 머루

 

 멀뤼영 레영 타 먹으멍

 

 육지선 을에 주로 멀뤼영 타먹넨 주마는, 이디도 그런 건 하주. 멀뤼는 멀뤼, 가마귀멀뤼, 생이멀뤼, 개멀뤼가 신디, 개멀뤼만 안 먹엉 다 먹으매. 그건 꺼멍케 익질 아니영 어떵 퍼렁케 익으멍도 지 색이 아니라. 그 중에 질 하영 먹는 건 가마귀멀뤼주. 쉐촐 비레 댕기멍 보문 돌담에도 얼거졍 잇곡, 꼬만 낭에 올랑 지락지락, 꺼멍케 익엉 시문 타먹기도 좋아. 술 담앙도 먹곡.

 

* 다래 

 

 레는 노픈 오름이나 곶자왈에 하주. 줄거리가 큰 낭에 올랑, 드러 줄 벋으멍 아놓으문, 타먹기도 어려와. 경여도 하영만 이시문 낭칠는 놈덜은 어성 못 타먹엇주기. 이것도 종네기가 이성 개레영 중이레는 안 먹곡 그냥 레만 먹주. 웨국에선 이 지단 키위 멘들앗젠 는디, 섬져단 멘든 생이라. 잘 익은 거 방올 탕 입에 놩 콕 씹으문, 픽게 까지멍 입안에 좋은 내우살이 퍼지멍 코롬 맛이 일품이주. 이걸로 술 담아도 좋댄여. 

 

* 틀(산딸나무 열매) 

 

틀 타먹은 하르방 허대듯

 

 ‘틀 타먹은 하르방 허대듯다’는 속담이 신디, 그건 ‘벨 것도 아닌 거 정 허대는 걸’ 보멍 는 말이주기. 요세 낭 한 오름에 강 보문 이게 익어감신디, 올흰 태풍 불어나부난 입상구리 다 털어젼, 름만 지락지락게 하선게, 그건 익어가문 생이덜 밥이주. 입상구리 우터레 나왕 지락지락난 타기도 좋앙, 우리 아바님 살아실 적읜 곶의 갓당 동고량에 숨박 타당 주곡 여나신디…. 

 

  틀꼼 비슷 것에 쿳갈제기가 싯주. 그건 쿳가시낭 여름인디, 익으문 벌겅곡 탈 땐 히양 고름이 나와. 꼼 들쿠룽디 먹을만은 여. 요세는 이게 하간디 좋댄 소문이 난, 뿔리, 가지, 입상구리 릴 거 으시 드러 타당 차도 멘들앙 먹곡, 그냥 딸령도 먹곡, 지름 내영 먹으문 암 고찐덴 나라가 들싹들싹, 어서가난 제주섬더레 몰려들엄젠 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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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고량 : 대나 버들고리 따위로 만든 동그스름하고 길이가 30cm쯤의 자그마한 대그릇. 주로 도시락으로 쓰임. → 동고리. 도솔기. 밥장석. 밥차롱.

* 쿳가시낭 : 꾸지뽕나무. → 귓가시낭. 쿳낭. 큇가시낭. * 이형태가 많음.

* 딸리다 : 달이다. 고다. 폭 끓이다. → 딸이다.

 

 * 볼레(보리수) 열매

 

♧ 볼레는 하간디서 만나지곡

 

 을에 익는 볼레는 조폴레옌 곡 동글동글 거주. 늦인 봄에 익는 소롬 큰 건 보리볼레엔 곡. 이건 해거리도 는디, 땐 볼침으시 하영 열문 아래 치매 바투앙 탁탁 털기도 여. 경곡 눈 맞앙 꼼 부풀문 먹을만 주기. 이건 떼로 몰령 이신 경우가 하난, 족아도 타 먹엄시문 시장끼 가시곡 입이 초락초락 여지주기. 그때부떤 탕 술도 담앙 먹곡 매.

 

 이것 말고도 술 담는 것에 정갈리가 잇주. 꼭 삼동 치록 꺼멍케 익는 건디 그냥 먹어도 뒈주마는 술 담을 걸로 타당 기도 여. 맛은 벨로라도 그냥 타먹기도 곡 술도 담는 건 뻘겅 마가목, 덜꿩, 가막살낭 름이주. 모람은 꼼 늦게 익어. 한라산더레 가문 불로초엔 시로미가 잇주마는 여름에 익곡, 노가리 름도 뻘겅게 익으문 맛좋으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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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레 : 보리수나무 열매.

* 초락초락 : 풋감 따위에 탄닌이 많아 떫은 꼴. → 쪼락쪼락.

* 정갈리 : 정금나무. → 정가웨. 정갈뤼.

 

 * 주목(노가리)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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