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제주어 글

재선충 빙든 소낭

김창집 2013. 12. 18. 10:41

 제주어로 쓰는 산문(11)                                -계간제주의정소식지 Dream Jeju 21  

 

 

                                       재선충 빙든 소낭

 

 소낭버렝이 잡으레 뎅겨 봅디강? 봄 낭 소낭에 연 순이 나오기 시작문, 고치에 자단 버렝이 알덜이 오망오망 깨여낭, 누게 시키지 아니여도 제냥으로 구짝 솔잎더레 아졍그네 쏘왁쏘악 쒜물앙, 새순을 딱 동그려 먹어지문 다른 디로 가곡멍, 소낭을 못살게 굴어십주. 고만이 먹는 대로 놔두문 얼뭇얼뭇 크멍 똥만 실강게 털으챵, 낭을 랑 죽게 멩그는 거라마씀.

 

 경문 어렵사리 싱근 낭 라죽기 전의 살리젱, 아의덜 동원영 그걸 잡게 뒈는디, 버렝이 잡으레 갈 땐, 족대 나 비영 발쯤 지럭시랑, 끗뎅일 깨영 트멍더레 세역 박앙, 짝은 고망 르곡 짝은 씰 묶엉 고망으로 흘령, 씰 아뎅기문 아지게 멩글아십주. 잡아놓을 깡통 졍 오렌 문 깡통은 어디 셔서. 그냥 가문 교선 세기지름 정 강 불 살랑 죽이든지 묻어시난에.

 

 잡는디 무쳥 버렝이가 모제나 옷에 털어지는 중 몰랑 야게기에 아져사 혼겁절에 털어내문 털이 송송 박아졍, 려왕 북북 긁으문 야게기가 무룩게 붓어나십주. 큰 것쯤은 만이 베려보문 수와마씀. 대가리가 호랭이터럭 색깔 여둠서 끄딱끄딱 는 것이 말로 벨여십주. 잘못르문 픽게 까지문 기분이 영 말이 아니여십주.  경멍 질룬 소낭이 요즘 한창 보기 좋을 정도로 커신디, 벌겅랑 죽은 걸 보문 정말 가심이 는착마씀.

 

 

 낭 싱글 땐 어떵 엿수가. 해방이 뒈연 나사난 산이 헐벗언, 6.25전쟁에 참전 다른 나라 사름덜이 봔 벌거숭이 산이렌덜 오죽 숭봣수가. 경주마는 세기지름 방올 나지 아니는 나라의서 뭣으로 밥영 먹읍니까. 솔짝솔짝 그차단 불 단 보난 경 거주마씀. 우리 섬의선 중산간지대가 목장이라 놓으난, 매해에 방에 붙영 나는냥 으시데겨 불곡, 내창이나 곶자왈에 신 것덜은 지들커로 여당 때여부난 낭이 클 어간이 엇어십주. 금오름(今岳)치 4.3때 공비 소탕젠 불 붙여분 디도 하마씀.

 

 정신 려져 가난, 그제사 낭 싱그렌 식목일도 멩글고, 아이덜 동원여 놓으문 저년 아의덜은 지대로 싱거져서. 송이만 잔뜩 오름에 소낭 메종 할당시켜 놓으문 겡이로 아명 근어도 지대로 파져사주. 벡봄의 정심도 안 쌍 강, 낭 싱그렌 문 셋불리 파먹는 놈, 칙불리 질강질강 씹어 먹는 놈 여십주. 날은 무사 경 짐광. 오당 보문 웃학년 심으젱이 인 놈덜 자왈 소곱더레 곱졍 내분 거 이성, 아명여도 그냥 놔두문 줴지실 거 닮앙 선생님신디 보고문, 뎃겨분 놈 앙 훈두왁 욕들은 놈은 또 보고리곡.

 

 

 그치록 매 맞이멍 싱거 놓은 소낭, 잘 직여사 행정당국의서 대움 하영 죽여먹엇젱 난 생각만 여도 을큰우다. 엿날 생각여봅서. 소낭 가지 멧 게 허가 읏이 거시려 왓젠, 몰멩 사름 오라 가라 멍 못 살게 굴당 가막소도 보내곡 여신디, 마가라. 재선충벵이엔 걸로 큰큰 낭덜 죽게 대움 줸 어떵 다시려사 거우까?

 

 풍솔로 낭, 크는 것덜이사 주마는, 적당 디 싱겅 뽄 좋게 컹 ‘불르는 게 깝’일 정도로 좋은 낭덜은 어떵문 좋으쿠강. 300년 전의 멩근 탐라순력도 ‘산방배작(山房盃酌)’에 나온 소낭이 죽어부러시니, 으로 애가 끊어질 노릇이우다. 족은 노릇이 아니라마씀.

 

 

 경주마는 죽은 아기 코 아봐도 살아나지 아니곡, 누게가 대움엿을 갑세 앞으로 남은 걸 잘 직는 것이 우리덜이 일이우다. 소낭버렝이덜은 둥이에 짚 감안 죽엿고, 솔잎흑린 수간주사 놩 살렷듯이, 이것도 당 보문 더 존 대처법이 생겨날 텝주. 느 탓 나 탓멍 뒷짐졍 렘만 지말앙, 될 때지 손도웸여 봅주.

 

 재선충벵이 이디만 신 게 아니난, 놈의 대동여사 여마씀. 사름의 심으로 뒐 일이 싯곡 안 뒈는 일도 시난 너미 낙담 말게마씀. 연은 적자생존(適者生存)이 질서라서 적응는 것덜은 살아남을 거고, 디지 못 는 건 멜종뒈어 왓수게. 사름이 들엉 그 한한 걸 다 거념 수는 읏수다. 우리 크게 음 먹엉 여지는 디장만 여 보게마씀.                               

                                                             (김창집/ 소설가. 제주작가회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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