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향토문화 기행

제주칠머리당굿 송별대제

김창집 2014. 3. 15. 01:02

 * 굿을 시연하고 있는 예능보유자 김윤수 심방 

 

  어제는 사라봉과 별도봉 사이에 있는 제주 칠머리당굿에서 영등송별대제가 행해졌다. 영등굿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 연원이 매우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영등신에 대한 관념과 의례는 제주도 인근 지역에 두루 있었는데, 오늘날에는 제주도에만 뚜렷이 남아 있다.

 

  영등신은 2월 초하루에 들어왔다가 보름에 동쪽으로 떠난다고 한다. 사람들은 영등신이 서풍을 타고 들어와 북풍을 타고 떠나는 것으로 여겼다. 영등신은 바다의 어패류를 까먹는 대신 새로운 씨앗을 뿌려 주고 떠난다고 믿었다. 영등굿은 이러한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

 

 

  옛날에는 제주도 곳곳에서 영등굿을 보름동안 성대하게 벌였다. 2월 초하루에 댓가지 12개를 세워 신을 맞이하는 용왕질침을 하였다. 이때의 영등굿은 밤낮없이 지속하였다. 2월10일부터는 며칠 동안 신을 즐겁게 놀렸다 .말머리 모양의 것에 삼색 비단으로 장식하고 ‘떼몰이 놀이’를 하여 신을 놀렸다. 보름에는 신을 보내는 송별제를 성대하게 벌였다. 이 때 모형배를 만들어 포구에 띄워 보냈다. 초하루에는 맞이굿을 중심으로 하면서 요왕질침을 하였으며, 그 뒤 며칠에 걸쳐 신을 놀리는 굿을 하고, 마지막 날에는 송별제를 벌이되 선앙풀이와 배방선을 하여 마쳤던 것이다.  

 

 

♧ 제주칠머리당 영등굿 보존회 활동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는 1981년에 설립되었다. 1986년 11월에 중요무형문화재 보존단체로 인정되어 영등굿의 전승과 보존에 힘쓰고 있다. 현재 회원은 모두 31명이다. 제주시 무형문화재 전수회관에 사무실을 두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예능보유자

 

  제주칠머리당 영등굿의 예능보유자는 김윤수(1946년생)이다. 집안은 이미 3대째 무업을 하고 있었지만 그는 심방이 되기 싫었다. 그러나 자꾸 아파 16세부터 무업을 시작하였고, 20대에 들어서는 본격적으로 굿 공부에 힘쓰기 시작하였다. 29세에 처음으로 굿을 맡고 자신의 맹두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무업에 뛰어들었다. 그 뒤로 차차 이름을 떨쳐 큰심방으로 널리 알려졌다. 1995년 안사인의 뒤를 이어 제주칠머리당 영등굿의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었다.

  

 

♧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주칠머리당 영등굿은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71호이다. 문화재청은 제주지역 영등굿의 중요성과 가치를 인정하여, 1980년 11월에 안사인 심방을 예능보유자로 하여 제주칠머리당 영등굿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하였다. 처음 지정할 때는 ‘제주칠머리당굿’이라 하였으나, 그 의미를 더욱 분명히 하기 위하여 2006년 6월에 ‘제주칠머리당 영등굿’으로 변경하였다.  

 

 

♧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

 

  제주칠머리당 영등굿은 2009년 9월 30일 유네스코의 세계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으로 등재되었다. 이것은 유네스코의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에 따른 것이다. 이 협약은 문화다양성의 원천인 무형문화유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고취하고, 무형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국가적, 국제적 협력과 지원을 도모하고자 하는 뜻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세계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으로 지정됨으로써 영등굿은 다음 세대를 위한 인류 공동의 무형문화유산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제주도 민속문화의 가치와 역량 또한 세계가 인정한 셈이다.

   

* 소무의 모습

 

♧ 건입동 칠머리당

 

칠머리당은 제주시 건입동의 본향당(本鄕堂)이다. 건입동은 본래 제주성 변두리의 해촌으로 어업과 해녀작업이 성행했던 곳이다. 칠머리당의 신은 도원사감찰(都元師監察) 지방관과 용왕 해신부인(龍王海神婦人)이다. 이 두 신은 부부로서 도원사감찰 지방관은 마을사람의 출생·사망·호적 등 모든 일을 맡아 수호하고, 용왕 해신부인은 어부와 해녀를 맡아 생업을 수호한다.

 

  이 당의 신화인 본풀이에 따르면 도원사감찰 지방관은 하늘을 아버지로, 땅을 어머니로 하여 강남천자국(江南天子國)에서 솟아난 천하명장이다. 남북 적이 성하여 국가가 어지러울 때 백만대병을 거느려 난을 평정한 후, 용왕국에 들어가 용왕 해신부인과 결혼하고 제주로 들어와 이 당의 신으로 좌정했다고 한다.

 

  제주 칠머리당은 어부와 해녀들의 생업과 마을민의 평안을 당굿으로 빌어왔다. 칠머리당은 건입동에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봉과 별도봉 사이 알오름으로 옮겼다. 굿을 할 때는 건입동뿐만 아니라 제주시내의 선박업자, 어부, 해녀 그밖의 여러 가정에서 제물을 차려 모셔오고, 담당 심방에 의해 종일 굿이 벌어진다. 굿은 큰 대를 세워 여러 가지 기를 달아매고 제물을 진설하면 정장한 심방이 소무가 치는 징, 북, 설쇠 등의 장단에 맞추어 노래와 춤으로 진행한다. 2월이어서 날씨가 나쁘면 제주시 수협어판장에 자리를 옮겨 굿을 벌인다.

  

* 해녀 대표들이 절하는 모습

 

♧ 영등굿의 의미

 

1. 영등굿은 바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제주도는 바람이 잦고 세차게 분다. 음력 2월의 찬바람은 특히 매서운데, 서풍이 강하게 불다가 점차 방향이 바뀌면서 잦아든다. 이 시기에는 어떠한 생업활동을 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이 시기를 넘어서면 곧 따뜻한 봄으로 접어든다. 새해의 어로와 농경이 이루어지는 것도 이때부터이다.

 

2. 영등굿은 생업의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

  계절풍을 몰고 온 영등신을 잘 대접하여 보냄으로써 우순풍조하여 풍농, 풍어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절기가 바뀌면 곧 본격적인 생업활동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에 앞서 영등굿을 벌여 어로와 농경의 풍요를 기원하는 것이다.

 

* 현장체험 나온 초등학교 학생들이 제단에 절하는 모습

 

3. 영등굿은 원기를 재충전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시기의 제주도 사람들은 비교적 오랫동안 생업을 쉬게 되는데, 그 동안 영등굿을 벌이면서 가무와 놀이를 즐겼다. 생업활동의 휴식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이렇게 해서 얻은 활력은 곧 생업활동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마련이다.

 

4. 영등굿은 찬바람을 맞이하여 기운 찬 바람을 실어보내는 굿이다.

  사람들은 생산활동이 어려운 시기를 맞이해서도 곧 시작될 생산활동을 대비한다. 또한 의례를 엄숙하게 벌이면서도 신명을 함께 풀어내는 기회로 삼는다. 찬바람은 따뜻한 봄바람을 예고하는 것임을 잘 안다.

  

 

  올해는 3월 1일(음력 2월 1일)에 제주시수협어판장에서 영등 환영 풍어제를 했고, 어제 3월 14일(음력 2월14일)에는 영등송별제를 칠머리당에서 열린 것이다. 이번 영등 축제는 ‘불어라 봄바람, 일어라 영등바람’을 내걸고 3일 동안 제주시무형문화재 전수회관 및 사라봉 일대에서 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 주최로 열렸으며, 제주특별자치도와 문화재청을 비롯 제주동의 방송국과 신문사에서 후원했다.

 

  프로그램도 다양하여 제주지역축제마당으로 각종 놀이 공연, 기획전시로 기메전, 체험마당 등으로 구성되었으며, 학생들도 현장체험을 하였다.

 

* 배방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