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중, 비가 내린다는 예보 때문에
찾아간 바닷가 올레길.
절부암이 있는 용수 포구에 차를 세우고
올레길 12코스를 역(逆)으로 걸어
생이기정을 지나 당산봉에 올랐다가,
한치 말리는 자구내 포구에서
만원어치 다섯 마리 구워 모두들 입에 물고,
오름 지층이 보이는 지질공원 코스를 걸어 들어가면서 보았던
수월봉 해변 경치가 너무 좋아
호젓한 분위기를 찍어 올려본다.
♧ 바닷가에서 - 홍경애
저멀리
수평선은 돌아누워
아픈 허리 펴고
잔몰하는 석양은
상심의 바다를
도화빛으로 채색한다
퍼득이며
날개짓하던 갈매기
밀려오는 파도에 놀라
어디론가 향해
둥지를 떠나고
조약돌 마음으로
바다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찬란한 일출의 황홀함을 꿈꾼다
오늘도
미래의 모래탑을 쌓으며
숨바꼭질하는 황혼은
바다 속에 산 그림자와 나란히
추억을 그리고 있다
♧ 바닷가에서 - 황인숙
완전히 완성된 것이 아니야. 그렇다고
불완전한 것도 아니고,
그냥, 삶이야
중얼거리다 나는 가슴이 철렁하여
잠을 깼다. 그리고 다시 철렁했지만
도로 들 수 없었다.
그래서 어쨌단 말이냐, 아니면
어째서 그렇단 말이냐.
한 채의 집이 있었던 것도 같고
을숙도나 난지도나 농부들이나
있었던 것도 같고
왜 나는 문장 하나만 던져지면
그렇게 촐랑 튀어나오는 걸까?
바다 밖으로 몸이 던져진 돌고래들.
고동치는 물결의 우주는 사라지고
딱딱한 얼음 모래에 엎드려
더욱 딱딱한 공기 속에서
툭 턱
툭 턱
툭 턱
들리는 건 자기 몸 안에서 이루어지고
무너지는 고동 소리뿐.
♧ 바닷가에서 - 지창영
파도 소리에 이끌려
예까지 왔네
목이 쉬도록 부르던 그 저녁
매몰차게 빠져나가던 썰물 위에는
섞이지 못한 내 속정의 첫 피가
붉게 일렁이고 있었네
노을마저 잠든 어둠 속에서
바람은 머리카락을 실컷 헝클어 놓고는
여명에 꼬리를 감추고 잠이 들데
밤새 부서져 내린 사념의 모래들은
차가운 이슬에 젖어
발자국마다 아린 물이 고였지
오늘은 그대가 나를 부르네
멍든 가슴 울렁이는 소리에
나는 또 눈멀고 귀먹었네
♧ 바닷가에서 - 장은수
고독은 바라볼수록
까마득히 깊어
잊었던 기억들이
깎아 세운 바위에 달라붙어
시간을 잠식하고 있다
생명이 꿈틀대는 신비가
파도에 흔들려
깊게 파묻힌 망각 속에서
끝도, 깊이도 알 수 없는
파도 우는 소리에
내 영혼은 부서져 내린다.
♧ 어느 날 바닷가에서 - 이영춘
네가 내게서 잊혀지는 날
네 이름을 부르리라
내 가슴속 파도가 잠자는 날
네 이름을 새기리라
그러나 지금은
아무말도 하지 않으련다
오직 침묵으로 잊는 연습을 하리라
끝없이 밀리고 밀쳤던
너의 흔적
지우고 또 지우리라
파도처럼 밀려오느 네 영상
기억 밖으로 밖으로 밀어내리라
그리고 나는 텅 빈 바닷가에 앉아
그 다음 일은
아주 망각하리라
♧ 바닷가에 서면(440) - 손정모
들끓는 심사 가라앉히려
바닷가에 서면
왈칵 가슴으로 밀려드는
장중한 느낌
태풍과 해일에 휘말려도
뿌리 끝내
드러내지 않는 완강함에
송두리째 기울어지는 심정
거세면서도 부드럽고
온화하면서도 아늑한
절대적인 위세에
다소곳해지는 속내.
♧ 바닷가에서 - 전은영
파도소리에 묻혀버린
탄생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무거운 몸짓
밑바닥은 우울한 노래를 부른다
생을 향한
가벼운 인사
물새의 날개 짓을 본다
자맥질하는
해녀의 몸놀림에서
장엄한 삶의 애착을 느낀다
달려 갈 수 없는 자의
안타까운 마음을 삼켜버린
파도의 몸부림을 안는
넓은 마음을 배운다
♧ 바닷가에서 - 김세실
하얀 뭉게구름
수평선위를 나르고
하늘빛 사랑
실어나르는
작은 통통배 하나
파도에 쓸려
조각난 꿈이
밀려올 때면
난 꿈을 수선하는
희망의 날개를 단다
먼 태고적부터
앓아온
사랑의 열병들이
불현듯 나의 가슴을
조율하면
잠자던감성이
파도의 선율따라
깊이 깊이
요동하기 시작한다
바닷가
오늘도 이곳에서
그리운 사람들의
은빛 밀어가
파도처럼 일렁이며
사랑을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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