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산에 스치는 바람 2(소상호)

김창집 2014. 7. 5. 07:13

 

아침 오름 길라잡이 과정 5강 답사 가기 전에

후목 소상호 시인의 ‘산에 스치는 바람’을 편다.

 

산을 좋아 하는 후목 선생의

산을 대하는 진솔한 마음이

곳곳에 드러나 있다.

 

몇 꼭지를 골라

재작년에 올랐던

계룡산 사진 몇 편과 올린다.  

 

 

 산 그리고 안개

 

하늘이 땅이 그리워

구름을 데리고 내려와

산 근처에 진을 치니 그것이 안개로다

너무 보이지 않고 답답해

가야지 하면서 머무르다 잠이 든다

해가 얼굴을 내미니 온 세상이 훤하게 열려

안개는 가는 길을 찾아

서러워 우는 이슬이 되어

풀잎에 꼭 매달린다

 

 

 

 황혼의 무지개

 

  싸늘한 바람은 해거름을 타고 호박잎을 쓸며, 되박이 따로따로 잡곡을 올려 밤나무 휘어진 막대기에 몸을 담아 하얀 낮달을 훔치며, 구리색 주머니 물고 있는 노점상 할아버지,

 

  하얗게 솟은 밤송이 머리에 서글픔이 모락모락 피고지고, 바쁘게 싸도는 일개미를 보면서, 천장에 별세는 할머니의 여윈 눈빛과 싸우고 있다

 

  할머니 기력이 살아나 강짜 쇠 소리 울리고, 방글한 미소 피게 하여 고샅길 휘젓도록 하고 싶어서, 자주자주 눈 가는 곳이 있다

 

  그래도 되박이에 뿔난 곡식 알 하나 둘 지나가는 발걸음이 어쩐지 구슬프게 되어, 밭일 끝난 삯꾼처럼 호주머니 속 돈 잎을 세어 본다

 

  시집 간 딸내미 올 때, 고기 사야 할 텐데, 쫄랑쫄랑 딸려오는 손자 용돈도 주어야 할 텐 데, 그러나 뿔난 곡식은 꾸벅꾸벅 졸며 침을 흘린다.

 

  담벼락에 뒤엉켜 풀칠하는 호박꽃은 선하품을 하고. 토박이 일개미는 땀을 닦으며 지나간다. 그리고 할아버지 무지개는 하얀 낮달 품으로 소리 없이 빨려 들어간다.

 

 

 

△ 산이 조용한 것은

 

우산을 준비한

여름날 산행

도봉산으로

왜 끌리는 듯 다가서 가는가.

산에 숨어있는 메아리 얻고자

땀을 선물로 드리는 것인가.

말이 약이 되는 나이

지난날의 잔상이 철학을 만들어

그의 힘으로 살고

산에 가는 힘도

그의 힘일 것이다

산은 얼마나 많은 것을 품고 있는지

젊잖아 말이 없다.

나와 긴 시간의 대비가

커지는 모습으로 확대되어 두렵기도 하다

산은 높던 낮던

느끼지 못하는 곳이 아니라

대화하지 못하는 곳인지

너무 크기 때문인지

가진 자의 넉넉함이 어디서 왔을까.

바다 건너 강을 넘어

길을 따라 맑은 산으로 높은 산으로

산이 주는 거룩한 여유

발로 집어 눈으로 먹다 가슴에 담아

거룩한 산신을 가지고 간다.

천년만년 가지고 살

나의 집으로 

 

 

 

△ 산행을 하면서

 

항상

묵은 삶을 보나

짙은 삶을 보나

어릴 때 부모님의 애틋한 추억이

서러운 기억으로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것은

자식 사랑의 아픔으로

다가서는 힘일 것이다.

산행을 하면서도

산우인들의 자그마한 숨소리가

어머니의 숨결로 들리니

불효자식들의 가슴이 울컥 뜨거워지는 것은

산이 주는 구수한 반가움이

어머니의 품속이려니

여겨지는

하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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