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애월문학의 시와 꽃치자

김창집 2014. 7. 2. 12:12

 

장마 들면서 꽃치자가 피었다.

곧 우윳빛으로 변해버리지만

그 향기가 진한 건

아마도 빗속에 꽃과 나비를

불러들이려는 계략 같다.

 

애월문학 제5호가 늦게 발간되어

이제야 빛을 보는데

때맞춰 장마다.

비가 오면 책을 읽을

기회가 더 주어지지 않을까?  

 

 

♧ 비 1 - 강상돈

 

기별이나 하고 오지, 옥빛 구슬 갖고나 오지

 

먼 기억의 생채기만 습관처럼 드러내는

 

한 여름 탑동바다에

쉴 새 없이 내리는 비

 

어디서 오는 음계일까, 하이힐 신고 오는 소리

 

가만 가만 들어보면 옛 애인의 속삭임

 

교향악 건반을 따라

독백으로 다가온다 

 

 

♧ 동백꽃 전설 - 강연익

 

이제나 올까 저제나 올까

수없이 뒤집히는 세월을 달래며

그대를 기다리지만

그댄 오지 않고

혹한이 밀려드는 겨울 어느 날

면사포에 묻은 피가

영원히 이별하는 사랑의 유서가 되어

기다리다 가슴 후비며 떠난 이여!

 

고운 육체 내던지고

피멍 새기듯 동백 열매로 피어난 영혼

동박새 한 마리 짝을 찾아

한참이나 동백나무에 말없이 앉아 있다

푸드덕 날아갑니다.

 

 

♧ 제주수선화 - 고봉선

 

섬에서 살다 보면 꽃조차도

해녀를 닮아

뭍으로 밀려오던 물결은 넘어져도

한담의 제주수선화 물가로 향한다.

 

발 디딜 곳 먼저 알아 알뿌리 내려놓고

고비를 넘길수록 향기 또한 짙어져서

아, 저런

수선화도 파도향을 풍기네.

 

숨비소리 그 조차도 아련한 한담해변

오늘은 물에 들어

초록파래나 뜯어올까

봄 전령 도착하던 날 바다 앞에 선 그 꽃

 

내 눈에 보이는 저 곳은 벼랑이다

요령껏

장애 피해 에스자를 그리는 꽃

입춘의 문턱을 넘자 바다에도 향이다.

 

 

♧ 자주달개비 - 김영란

 

흔들리면 먼 보랏빛

생수 같은 오월 아침

 

바람 속에

생각 속에

숨겨둔 그리움이

 

이 사랑 어쩌면 좋아

 

돛을 달고

오는

너. 

 

 

♧ 감기 - 김옥순

 

코에

콧물이 잠자다 깨어 흐르고

 

눈에

눈물은 웃으며 고이네

 

오뉴월 감기가 심술을 부린다

에취 에취 에취

개도 안 걸린다 하더니

 

형체도 없는 그가

기약도 없이

최후의

안식처인 양 머물러

슬프게 한다 

 

 

 봄 - 김이종

 

고드름에선 물방울 소리 영롱하고

강물에선 얼음이 이별을 손짓한다

 

잠자던 땅에선

새싹이 빵끗 웃고,

 

발밑의 언덕과 산에선

새 생명의 몸짓 소리 요란하다.

 

하늘엔 종달새가 울고

공우너엔 꽃이 피고

농부들은 새싹의 인사를 받는다.

 

아! 아름다운 봄

싱그러운 봄

향기 기득한 봄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