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들면서 꽃치자가 피었다.
곧 우윳빛으로 변해버리지만
그 향기가 진한 건
아마도 빗속에 꽃과 나비를
불러들이려는 계략 같다.
애월문학 제5호가 늦게 발간되어
이제야 빛을 보는데
때맞춰 장마다.
비가 오면 책을 읽을
기회가 더 주어지지 않을까?
♧ 비 1 - 강상돈
기별이나 하고 오지, 옥빛 구슬 갖고나 오지
먼 기억의 생채기만 습관처럼 드러내는
한 여름 탑동바다에
쉴 새 없이 내리는 비
어디서 오는 음계일까, 하이힐 신고 오는 소리
가만 가만 들어보면 옛 애인의 속삭임
교향악 건반을 따라
독백으로 다가온다
♧ 동백꽃 전설 - 강연익
이제나 올까 저제나 올까
수없이 뒤집히는 세월을 달래며
그대를 기다리지만
그댄 오지 않고
혹한이 밀려드는 겨울 어느 날
면사포에 묻은 피가
영원히 이별하는 사랑의 유서가 되어
기다리다 가슴 후비며 떠난 이여!
고운 육체 내던지고
피멍 새기듯 동백 열매로 피어난 영혼
동박새 한 마리 짝을 찾아
한참이나 동백나무에 말없이 앉아 있다
푸드덕 날아갑니다.
♧ 제주수선화 - 고봉선
섬에서 살다 보면 꽃조차도
해녀를 닮아
뭍으로 밀려오던 물결은 넘어져도
한담의 제주수선화 물가로 향한다.
발 디딜 곳 먼저 알아 알뿌리 내려놓고
고비를 넘길수록 향기 또한 짙어져서
아, 저런
수선화도 파도향을 풍기네.
숨비소리 그 조차도 아련한 한담해변
오늘은 물에 들어
초록파래나 뜯어올까
봄 전령 도착하던 날 바다 앞에 선 그 꽃
내 눈에 보이는 저 곳은 벼랑이다
요령껏
장애 피해 에스자를 그리는 꽃
입춘의 문턱을 넘자 바다에도 향이다.
♧ 자주달개비 - 김영란
흔들리면 먼 보랏빛
생수 같은 오월 아침
바람 속에
생각 속에
숨겨둔 그리움이
이 사랑 어쩌면 좋아
돛을 달고
오는
너.
♧ 감기 - 김옥순
코에
콧물이 잠자다 깨어 흐르고
눈에
눈물은 웃으며 고이네
오뉴월 감기가 심술을 부린다
에취 에취 에취
개도 안 걸린다 하더니
형체도 없는 그가
기약도 없이
최후의
안식처인 양 머물러
슬프게 한다
♧ 봄 - 김이종
고드름에선 물방울 소리 영롱하고
강물에선 얼음이 이별을 손짓한다
잠자던 땅에선
새싹이 빵끗 웃고,
발밑의 언덕과 산에선
새 생명의 몸짓 소리 요란하다.
하늘엔 종달새가 울고
공우너엔 꽃이 피고
농부들은 새싹의 인사를 받는다.
아! 아름다운 봄
싱그러운 봄
향기 기득한 봄이로구나!
'문학의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詩 7월호의 시와 소엽풍란 (0) | 2014.07.06 |
---|---|
우리詩 7월호와 두루미천남성 (0) | 2014.07.04 |
애월문학 5호의 시와 메꽃 (0) | 2014.07.01 |
양전형의 시와 약모밀 꽃 (0) | 2014.06.30 |
소상호 시집 ‘꽃들의 기억’ (0) | 2014.06.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