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해외 나들이

샹글리아(中甸)로 가는 길

김창집 2015. 12. 2. 10:46

* 아직은 이른 때여서 건조한 고지대 밭들은 붉은색 그대로다.

 

♧ 티베트 민가에 들르다

 

  차마고도에서 내려와 점심을 먹은 일행은 진사강[金沙江]을 옆에 끼고 샹그릴라로 달린다. 깊은 강과 계곡, 아직은 흙빛으로 그냥 있는 들판 사이로 간간히 집들이 보인다. 좀처럼 움직여서는 풍경이 바뀌지 않는 것을 보며 넓은 중국 땅덩어리를 느낀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더니, 그렇게 넓은 땅을 가지고 있으면서 주변국의 국토에 욕심을 내고 독립시켜 주지 않으니, 세상은 힘없으면 어쩔 도리가 없나 보다.

 

  리장에서 중덴[中甸]까지는 거의 200km 거리이다. 가다가 지친 우리는 과일이라도 사 먹자는 요구에 따라 조그만 휴게소에 이르러 작은 사과를 사 먹으며 쉬고 나서 한 참을 달리다가 오다 들를 계획으로 돼 있는 티베트 민가 방문을 가는 길에 하기로 했다. 현지 가이드가 미리 단골집에 예약을 해두었는지 그게 좋겠다고 한다. 얼마 안가 샹글리아의 외곽지에 이르렀고, 한 민가 앞에서 차를 세운다.

 

* 지붕에서 한가롭게 노는 닭(대부분 검은 닭들이다.)과 2층 구조의 티베트 민가.

 

* 2층 응접실 가운데 원통기둥과 장식(위), 불상을 모신 곳(가운데), 말린 돼지고기(아래).

 

 시골답게 닭들이 자유롭게 놀고 있다. 티베트족을 중국에서 장족(藏族)이라고 하는데, 티베트 고원에서 주로 살았으나 이제는 주변으로 옮겨 사는 사람들도 많다. 사실 티베트는 거대한 산맥으로 에워싸인 높은 고원의 땅인데, 북쪽으로는 쿤룬 산맥, 서쪽과 남쪽 경계는 에베레스트 산을 안고 네팔과의 국경에 늘어선 히말라야 산맥이고 보면, 남들이 살기를 꺼려하는 곳에서 살던 민족이었다.

 

  대문으로 들어서니 생각보다 깨끗한 2층집이 나타난다. 수돗물도 깨끗하고 차다. 티베트 족들의 집이 2층인 이유는 아래층은 가축 축사나 창고로 쓰고 위층은 사람이 거주하기 위해서란다.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 안내하는 대로 왼쪽 응접실로 들어갔는데, 방안에 둥그런 기둥이 그대로 드러났다. 얘기를 들어보니 이 기둥의 크기나 장식으로 가세(家勢)를 나타낸다고 했다.

 

  그런 대로 깨끗한 자리에 앉아 그들이 대접하는 수유차를 대접받았다. 차와 야크버터, 소금으로 만들었다는데 맛있다. 응접실을 나와 오른쪽으로 가보니, 부처님을 모신 방이 있다. 그들이 믿는 종교는 티베트 불교인데, 흔히 라마교라고 한다. ‘라마(喇)’란 티베트어의 음역으로 ‘높은 스승’, ‘교사’를 의미하는 말이다. 예를 들면, ‘달라이 라마’와 ‘빤찬 라마’처럼 석가모니의 현현(顯顯)으로 보아 모든 능력을 갖추고 있는 존재를 믿는 것이다. 그들은 오체투지로 성지 순례하는 것을 최고의 영광으로 생각한다.

 

  티베트는 1950년대 이전까지는 외부세계와 거의 고립되었었는데, 지금은 중국의 자치구로서 정식 행정 지명은 시짱자치구[西藏自治區]이다. 티베트족은 역사적으로 독립국가로 지속되었기 때문에 중국의 다른 소수민족과 다르게 독립을 신념이 이런 신앙심을 바탕으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별히 해외에 망명중인 달라이 라마를 중심으로 하는 종교 중심의 종족이므로 이로 인해 중국의 중앙 정부와 늘 긴장상태를 이루고 있다.

 

* 중전고성 앞 월광광장(위) 오르는 사람들(둘째), 대불사 현판(셋째), 주변 풍경(넷째)

 

 

♧ 중전고성 대불사의 마니차

 

  티베트 민가에서 나와 찾은 곳은 중전고성이었다. 많은 관광객이 북적이는 이곳은 야시장으로도 유명한데, 밤에는 들르지 않은 것으로 되어 있다. 고성(古城)이라지만 사실은 구시가지로 민속마을과 같은 곳이다. 차에서 내린 우리는 동산 위에 세워 놓은 대불사의 황금빛 마니차를 향해 오른다. 오르는 곳에는 커다란 표지석이 서 있는데, ‘中國魅力民族風情名鎭(중국매력민족풍정명진)’이라 새겼다.

 

  해태상처럼 생긴 석상을 지나 계단을 오르는데, 이상하게 숨이 가빠 가만히 서서 생각하니, 이곳이 3,200m가 넘는 지대라 그런가 보다. ‘그러면 내일은 더 높다는데 어떡하지’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든다. 그러나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하며 천천히 오른다. 중간에 토속신상을 모셨는데 조금 우스꽝스런 모습이다. 드디어 ‘大佛寺’라는 대문으로 보아 우리나라 절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절을 두른 주위 벽 위로는 울긋불긋 경전의 글귀를 새긴 깃발인 타르쵸가 여러 겹 둘러 있었는데, 바람에 나부낀다. 그 때마다 새겨진 경전의 내용이 부처님께 전해진다고 믿는다. 대웅전 앞에서 바로 오른쪽 마니차가 있는 곳으로 가보니, 일행이 벌써 도착하여 마니차를 돌리고 있었다. 엄청나게 큰 마니차를 한 10명이 밀고 있다.

 

* 대불사의 마니차(위)와 그곳에 새긴 불상과 소수민족(아래)

 

  이 마니차는 세상의 온갖 경전이 들어 있는 경통(經筒)으로 한 번 돌리면 그것을 한 차례 다 읽는 것과 같다 한다. 다른 절에는 좀 작은 것도 있고, 작게 만들어 손에 갖고 다니다가 돌리며 ‘옴마니밧메홈’을 외운다. ‘옴마니밧메홈’은 ‘연꽃 속의 작은 보석이여!’라는 뜻이다. 달려들어 빈자리에 끼어 같이 돌려본다. 큰 마니차에는 부처님과 50여 개 소수민족의 모습과 여러 가지 무늬, 또 불경 구절이 새겨져 있다. 이걸 돌리며 여러 소수민족이 화합하여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단다.

 

 사방을 둘러보고 나서 우리나라와는 다른 중국의 벚꽃을 감상하며, 천천히 내려와 광장으로 돌아오니, 먼저 내려온 일행이 야크를 타고 사진을 찍고 있다. 블랙야크만 있는 것이 아니라 흰 야크도 있었다. 또 한쪽에는 수억을 호가한다는 사자개도 등장했다. 기념품 가게를 돌며 싸게 선물을 사려는 쇼핑 팀을 따라 들어가니, 야크 뿔로 만든 빗 같은 상품과 여러 가지 모자, 작은 민속 기념품들이 많다.

 

* 흰 야크를 타고 사진을 찍는 사람(위)와 빌려 입고 사진을 찍는 민속의상(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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