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인동덩굴 꽃으로 여는 6월

김창집 2015. 6. 2. 16:30

 

얼핏 월요일을 보내고 나니

뒤늦게 깨달은 유월.

어제는 후덥지근한 날씨로 정신을 못 차리게 하더니

오늘은 비로 흐리멍덩하다.

 

오늘 방송 촬영하다가 비로 중지되어

이제야 컴 앞에 앉아 6월을 맞는 글을 올린다.

 

인동덩굴은 인동과에 속한 반상록 덩굴성 관목으로

잎은 마주 달리고 긴 타원형이며,

가지는 길게 뻗어 다른 물체를 감으면서 올라간다.

꽃은 5~6월에 피고 백색이지만 연한 홍색이 돌며

황색으로 변하고, 두 개씩 잎겨드랑이에 달리며 향기가 있다.

꽃 밑에는 잎 같은 포가 마주나고,

열매는 둥글며 10~11월에 검게 익는다.

한방에서는 잎과 줄기를 종기, 매독, 임질, 치질 등에 사용하며,

해독과 미용 작용이 있다고 하여 차(茶)나 술을 만들기도 한다.

 

 

♧ 6월에는 - 나명욱

 

 

6월에는

평화로워지자

모든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쉬면서 가자

 

되돌아보아도

늦은 날의

후회 같은 쓰라림이어도

꽃의 부드러움으로

 

사는 일

가슴 상하고

아픈 일 한두 가지겠는가

그래서 더 깊어지고 높아지는 것을

 

이제 절반을 살아온 날

품었던 소망들도

사라진 날들만큼 내려놓고

먼 하늘 우러르며 쉬면서 가자

 

 

♧ 6월 - (宵火)고은영

 

네가 푸르면

문득 내가 더 푸르러지고

 

네 가쁜 숨결로

찬연하게 내뿜고 사정하는

애액만으로도

 

이 얼마나 찬란한 행복이냐

이 얼마나 황홀한 전율이냐

 

태초부터 너는 날 위해

만들어진 지극한 사랑

부족한 날 위해 준비된 성찬

 

 

♧ 6월 풀밭을 걷노라면 - 이향아

 

 

6월 풀밭을 걷노라면

예서 졔서 휘파람 소리가 난다

휘파람도 이겨 먹을 피리 소리가 난다

파, 파파

피피, 피

푸, 푸, 푸

 

6월 풀밭을 걷노라면 향기로운 말들

푸나물, 푸새질, 푸르고 푸른

풋사랑, 풋콩, 풋내 풋풋한

6월 소리들은 퍼런 물줄기

풀피리, 풀각시, 풀망태, 풀섶,

풀무질, 풀무치, 풀싸움까지

 

지난 밤 흘린 하나님의 눈물이

천지사방

'푸'자 '풀'자 말씀에 내려

아직 먼 가을 무명밭까지

모두들 거기 가서 목화꽃이 피려는지

 

6월도 한복판 휘휘 둘러보면

챙챙 부서지는 놋쇠 징소리

너도 나도 잠기려고 야단들이다.

숫제 꽹과리가 되려는지 난리들이다

 

 

♧ 6월 - 오세영

 

 

바람은 꽃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

나는 숲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체취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

강물은 꽃잎의 길이고

꽃잎은 기다림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개구리가 저렇게

푸른 울음 우는 밤,

나는 들녘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말씀에

그만 정신이 황홀해졌기 때문입니다.

숲은 숲더러 길이라 하고

들은 들더러 길이라는데

눈먼 나는 아아,

어디로 가야 하나요.

녹음도 지치면 타오르는 불길인 것을,

숨막힐 덧, 숨막힐 듯 푸른 연기 헤치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강물은 강물로 흐르는데

바람은 바람으로 흐르는데.

   

 

♧ 6월, 그리움 - 이승철

 

 

장마 소식 앞세우고

싱그러운 바람 한 줌

망초 꽃, 꽃대궁 사이를

나비처럼 누빈다

한강 둔치

갈대밭 풀숲에는

텃새들의 음모(陰謀)가

은밀하게 자라고

 

텅 빈 벤치엔

땡볕에 말라비틀어져 나뒹구는

한 조각, 희미한 추억 속으로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리는 6월

척박(瘠薄)한 가슴속엔

어느 듯, 민들레꽃이 지고

해체된 기억의 파편들이

아픈 살점을 도려내어도

시퍼렇게 멍든 강물을 가르며

베이스 한 소절로 유람선이 떠난 후

헤어지는 아쉬움으로 멈칫거리다

낮달로 뜨는 6월, 그리움.

   

 

♧ 6월, 장미보다 아름다운 - 목필균

      -느티나무

 

6월이 흐르고 있다

오늘이 스치고 있다

다 지고도 붉은 농염 거두지 못하는

너를 위해 태양은 이마의 땀을 닦는구나.

 

거두거라. 메말라 일그러져 슬픈 네 입술,

이 뜨거운 햇살 아래 지울 수 없는 것은

저 푸른 느티나무의 넓은 그늘이다.

 

안으로 동여맨 세월의 흔적들로

부피를 더해 가는 느티나무에 기대어

하루를 익히는 심장소리를 들어라.

 

땅과 하늘을 잇는 피돌기로

정직한 길을 열고

무성한 잎새들이 수런대며 살아가지 않느냐.

 

너는 한 시절을 접고서도 날선 가시를 남기지만

느티나무는 늘 그 자리에 묵묵히

한 해의 허리를 밟고 서 있을 뿐이다.

 

 

 

'디카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귀띔’ 제6집의 시와 개망초  (0) 2015.06.07
제60회 현충일 아침에  (0) 2015.06.06
부처님 오신 날에  (0) 2015.05.25
보리 익어가는 계절  (0) 2015.05.19
제35주기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0) 2015.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