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제35주기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김창집 2015. 5. 18. 09:08

 

♧ 찔레꽃 만가(輓歌) - 문병란

   -5.18 광주민중항쟁 21주년 추모시

 

남도의 봄빛 흐드러진 5월이 오면

찔레꽃 하얀 가슴에

방울방울 고운 피 묻혀

5·18 그날의 슬픈 노래를 적는다.

 

총탄 맞고 절뚝이며 절뚝이며

쫓겨가던 사람들,

쫓겨가다 죽은 사람들,

그 피눈물 항거의 계절에

자유 민주주의 만세 부르며

포도 위에 쓰러져 죽어

아무데나 함부로 묻혀버린 사람들,

 

21년 세월에도

잊혀지지 않고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그 내릴 수 없는 피깃발

찔레꽃 하얀 가슴에

고운 피 방울방울 묻혀

민주·자유·민족·통일을 외치고 죽은 사람들

그들의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이름을 쓴다.

 

IMF 선진 자본의 빚 독촉에 가위 눌려

파농한 농민의 아픔으로

그 농민의 아들 다시 쫓겨난

구로공단 실직의 쓰라린 절망의 눈물로

우리는 만나야 한다 절규하는

휴전선 넘어 고향을 그리다

한 많은 피난살이 반백년

잃어진 핏줄을 그리며 우는 실향민의 아픔으로

절절히 묻어나는 식민지 100년의 설움을 모아

5·18 광주민중항쟁 21주기 추모의 노래를 쓴다.

 

잠들라 잠들라 하지만

아직은 잠자리가 편치 않아

민주유공자 승격법안 놔두고

티격태격 정쟁에 시끄러운 국회의사당

그 날의 초라한 돌비 아직 피 마르지 않았는데

겨우 벗겨진 폭도의 누명 너무 무거워

아직도 5월은 얼굴 가리고 피눈물 흘러야 하나.

 

꽃다발은 시들고 향기 사라지고

거짓 찬사는 찔레꽃 가시

꽃밭에 숨은 살모사처럼

피멍든 가슴 속 심장에 파고든다

아직도 광주는 썩지 못하는 눈물

망월동에 갇혀 홀로 우는 슬픈 죄인이냐.

 

그날의 무등은 의연히 솟아있는데

하늘엔 태양, 정의의 횃불은 타오르는데

잠들지 못하는 가슴 딛고선

외제 군화는 이다지도 무거워

피젖은 그날의 깃발 어디다 다시 세워야 하랴.

 

깨어나라 깨어나라 외치는

저 구천의 소리 있어 귀 기울이면

자유는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싸워서 누리는 권리

하늘 아래 땅 위에

세월이 가도 식지 않을 가슴

그 잊혀질 수 없는 불멸의 노래로

5·18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잠들지 않는 남도 항거의 심장은 뛰고 있다.

 

떨기 진 찔레꽃 하얀 가슴에 고운 피 방울방울 적셔

다시 불러보는 가신 님들의 이름이여

그 피멍든 가슴에 새기는

불멸의 불꽃 고귀한 자유의 노래

오오 길이길이 타오르라 그날의 함성이여.

 

 

♧ 5.18 공원에서 - 김경숙

 

도시의 한 모퉁이

빌딩 숲 사이

길게 드리워진

오솔길로 접어들면

 

인고忍苦의 세월 속에

짙어지는 신록처럼

모든 생명체들의 숨소리

오월의 햇살에

제 빛을 발한다

 

파아란 하늘 우러른

아카시아 나무 가지 위에

못다 부른

님의 슬픈 노래

배접褙接으로 남아

 

숭얼숭얼 매달린

순백의 꽃망울

슬픈 영혼의 넋이 되어

스치는 미풍에

향불로 피어난다

 

 

 

♧ 작은 마음 - 정아지

 

아픔에 떠는 그대에게

작은 마음을 전할까 합니다

 

노여움이 가고 그대 안에서

작은 사랑이 승리하여

사랑의 열매가 열었으면 좋겠습니다

 

슬픔이 희망으로 변해

평화로 승리해서

그대 쉼터 속에 편히 쉬라 속삭여봅나다

 

그래서 지난날의 슬픔 잊고

여유로움으로 서로 바라보자

내 마음에 희망도 그대에게 전합니다

 

초록진 작은 마음에

사랑 가득 담아 그대에게 보냅니다

 

 

♧ 5월을 보내면서 - 장수남

 

  오월의 장미라 할까. 잔뜩 움츠린 날씨에 어제내린 단비가 아직도 아침 일찍 오월의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고 있다. 내일은 오월십팔일 핏빛 여린 발간 꽃송이들이 아파트 낮은 담 벽을 타고 줄기차게 하늘로 치솟고 있다. 이십구 년 전 오늘을 상기시키면서 더 진하고 빗속에도 장미는 꿋꿋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해마다 이맘때 오월이면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라 하여 크고 작은 많은 행사들이 사회나 가정이나 줄을 이어 즐비하게 치러진다. 기쁜 날은 웃음도 보내주고 슬픈 날은 가슴을 적시기도 한다. 특히 오월은 가정의 달 행사가 더 많은 달이다. 해마다 관습처럼 지칠 줄 모르는 오월의 노동운동 근본적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가. 오월노동의 목소리는 더 높아지고 화물연대의 파업 때론 파괴 과감하고 거친 이 모든 것들이 가정의 달 하루라도 가족과 함께 조용히 쉴 날은 적어지고 우리 모두를 힘들게 한다. 뜻 깊은 행사를 치르면서도 우리의 마음 한구석에는 가볍지는 않고 무거운 짐 떠맡고 가는 기분이다.

 

  오월 민족의 비극 5.16군사 쿠데타 군사독재 정권 그러나 나는 이 사실들을 부정하지 않는다. 우리가 알 것은 알고 배울 것은 배우고 넘어갈 것은 넘어가야 한다, 우리가 배고픈 이시기에 세계사에 볼 수 없는 급속도로 성장을 일궈냈고 민족의 자존심은 세계가 인정하고 배워가고 우리는 과시했다. 오늘의 풍요로운 사회 후손들에게 대물림해줘야 한다. 나는 절대 이 시대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잔혹한 피의 역사 내일 5.18 스물아홉 번째 맞는 추모 기념식이다 하여 각 계 각층에서는 바쁜 하루를 보낼 것이다 독재에 항거하는 민주화 운동의 원동력이요 백의민족의 상징인 자존심이다 부정할 수 없는 이 모든 사실들을 우리가 더 깊이 알고 기어이 가정의 달이라 하여 마음 벅차게만 받아드릴 순 없다

 

  성숙된 국민의 자세로서 지혜를 모으고 모아 우리의 질서를 우리들이 잘 지키면서 가슴 아픈 오월 지난날 들을 한 번 쯤은 돌아보면서 생각하고 보내면 안 될까 하는 아쉬움 들 긴 시간 속에 역사는 비극이 끝난 시대 우리는 시대를 좀 더 가깝게 포옹하면 안 될까. 슬픈 역사는 과감히 벗어버리고 우리의 자존심은 꿋꿋하게 지켜가면서 세게 속에 한 번 더 과시하자.

 

○ 천수경 - 삼보사(三寶寺)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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