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깁스를 풀고 나서

김창집 2015. 6. 11. 12:37

* 갯메꽃

 

 

달력의 어제 날짜 아래엔

‘6.10 민주항쟁 기념일’이라 씌어 있다.

어제까지 웬만하면 밖으로 나다니고 싶지 않아

집에서 3일 동안 국무총리 청문회를 보면서

우리 민주주의가 그런 대로 뿌리내리고 있음을 느꼈다.

 

그렇지만 왜 우리나라엔 여야가 원하는

그야말로 ‘원로’ 소리를 듣는 사람,

병역을 제대로 필한 건강하고 상식이 통하는 사람,

다른 법은 잘 몰라도 세법은 잘 알아 세금을 제대로 내는 사람,

힘없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그런

존경스런 분을 내세우지 못하고,

고르고 골라 내세운 분이

오로지 출세만을 위해 달려온

윗사람 비위나 잘 맞추는 그런 사람들이어야 하는지

참으로 한심하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병원에 가서

지난 5월 3일에 다쳐 깁스를 했던 것을

근 6주만에 풀었다.

팔은 자유를 얻어 시원하지만

함부로 쓰지 말고 부딪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며

무거운 것도 들지 말아야 한다는 당부와 함께

내일부터 물리치료를 받으라 한다.

그것은

자유는 누리는 만큼 지킬 게 많다는 얘기일 터,

정말 속박을 받아봐야 자유의 소중함을 알겠다.

 

 

♧ 민주주의를 위하여 - 최범영

 

내가 잘났기에

모임에서 바보들이 내린 결정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버리고

 

대갈빡 좋아

금새 금새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고

내린 결정 업신여겨도 안 되며

잘못되었더라도

결정이 고쳐질 때까지는 지켜야 하네

 

내 의견이 존중되고 싶으면

남의 의견도 존중하여야 하고

 

좋은 깃발 들었건

꾀죄죄하게 다 헐은 옷을 입었건

어머니가 태어날 때 쑥 잘났건

콩 멍석에 얹혀 얼굴이 얽었건

모두는 한 표뿐이라네

 

하느님 숭내를 내도 안 되며

하늘 위에서 내려 보는 것처럼

날뛰는 사람도 있어서 안 되고

우린 모두 이 땅위에 나란히 서서

땅위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네

 

나도 한마디 하겠다고

다 한소리를 해도 안 되며

숨넘어가는 문제가 있는데도

지엽적인 것 가지고 물고 뜯어도 안 되며

잘났다고 뻐겨도 안 되고

 

좋은 결정 내리기 위해서만

좋은 대갈빡 써야지

남을 헐뜯고 눈 부라리라고

성질내고 쌈질하기 위해서

쓰면 안 된다네

 

저를 사랑치 못하는 자는

민주주의를 말하지 말라

 

강 건너 살면서

되나 가나 지껄이는 패거리는 입을 다물라

제 살 뜯어먹고 싶은 자 이 땅을 떠나라

 

못된 도둑패거리 위해

되지 않는 소리 지껄이는 자는 떠나라

 

이 어렵게 지켜 온 땅에

움터 오는 우리의 민주주의 싹을 위하여

   

 

♧ 철면피 공화국 - 임영준

 

그간에 쌓은 허물이

산성의 부실한 축대가 되었는데

끝내 뉘우치지 않는구나

추종하던 패거리들이 뇌물로

국정을 함부로 농락했는데

실소로 대충 넘어가려 하는구나

최상의 자리에서 일말의 공경도

끌어내지 못한 주제에

자화자찬으로 구토만 유발케 하는

저 철면피의 공화국에선

민주주의를 남발하는 사이비들은

왜 거의 모두가 하나같이

영달의 선상에 올라서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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