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자연이 내린 선물
끝없이 이어진 진초록 숲을 거닐었다.
눈이 피로가 말끔히 가시고
맑은 공기는 몸을 편안하게 한다.
무엇이 부러우랴
비록 내 가진 것 별로 없어도
그리웠던 얼굴들과 얼려
스스로 찾아가 누리는 행복,
어제 오전 내내 거닐며 가슴을 적셨던
그 숲의 빛깔을 여기 옮긴다.
♧ 초록 사랑을 꿈꾸다 - (宵火)고은영
누군들 알랴
청춘의 색깔로
흩뿌리는 계절에
나비는 고운 날개 위
찬란한 빛을 싣고
눈부신
비운의 침묵으로
서러웁게 불 밝힌
싸리꽃 하얀 얼굴
영혼으로 다소곳이 다가서
그 아픔마저도 치료하는
초록 사랑을 떠올리며
하늘 높이 선회하는
행복한 웃음을 머금고 있는지
♧ 녹음 속에서 - 양채영
六月숲에 들어서면
향기로운 풀잎과 수피 향기로
꽃들도 제 이름을 잊은 듯 하늘을 우러러보면
상수리나무며 물푸레나무잎들이 또
제 이름도 없이 열려
새 하늘을 이루어 일렁이고
새소리도 바람소리도
초록 향기가 되어
빠져나갈 수도 없는 천길
깊은 노랫소리로 가득 차오른다.
♧ 초록 파도 - 박인걸
초록 파도가
산 위에서 출렁인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끝없이 퍼져 나간다.
소리 없이 일어서서
푸른빛을 뿜어내며
생명의 에너지를
비처럼 퍼붓고 있다.
동상에 잘린 가지와
바람에 꺾인 상처들도
바다 빛 붕대를 감아
시푸르게 치유하고 있다.
유월의 숲속에 오면
젊은 나무아래 서면
가슴에 난 상처들까지
말끔히 아물어 간다.
피톤치드의 원액과
삼림욕의 효능이 아니다
가슴속을 어루만지는
생명의 손길 때문이다.
♧ 초록 예찬 - 오보영
사람 향해 바라보다
흐려진 눈을
싱그러운 너를 보며 씻어내린다
사람 마음 대하다가
흠집 난 가슴
널리 펼친 품에 안겨 달래어본다
너를 보며 지난 흔적
지워버린다
너를 통해 새론 생기
돋우어본다
♧ 초록 풍경 - 박종영
가슴 볼록한 뭉게구름
그토록 만지고 싶었던 청람색 하늘이
산 바위에 얹혀 손짓하고,
노련하게 흔들리기 위해서
녹색의 여름 산을 오른다
산골 물 시샘하듯
톡톡 쏟아내는 산새울음,
창연한 세월의 이름으로 바람 가르는
아담하게 허리 굵은 동백나무숲,
어느 것 하나 눈으로 담아보고 싶어
은빛 물결 잔잔하게 찾아들고
어느해 그리운 이별 마중했던 날이
가슴을 열고 초록 숲에 숨는다
오래 갖고 싶은 차진 흙의 보람을
어디에서 찾을까
곱게 피어오르는 한그루 나무,
그 향기 재미나게 보듬어주던 시절이
마냥 부끄럼을 탄다
♧ 초록 꽃나무 - 도종환
꽃 피던 짧은 날들은 가고
나무는 다시 평범한 빛갈로
돌아와 있다
꽃을 피우지 못한 나무들과
나란히 서서
나무는 다시 똑같은 초록이다
조금만 떨어져서 보아도
꽃나무인지 아닌지 구별이 안 된다
그렇게 함께 서서
비로소 여럿이 쉴 수 있는
그늘을 만들고
마을 뒷산으로 이어져
숲을 이룬다
꽃 피던 날은 짧았지만
꽃 진 뒤의 날들은 오래도록
푸르고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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