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나리난초와 갈매기난초

김창집 2015. 6. 15. 07:03

 

오랜만에 오름 식구들과

한라산 둘레길 2코스를 걸었다.

 

1100도로변 서귀포쪽

거린사슴 입구에서 출발하여

돌오름을 왕복하는 코스 약 13km.

 

들머리 간이화장실 옆

날아갈 듯 달려 있는 갈매기난초 꽃

카메라에 담아두고 뒤늦게 일행을 따라갔는데

허위허위 따라가도 안 보인다.

 

그야말로 가슴이 터질 듯 방망이질 치는

제대로 된 운동점까지 경험했는데

배터리가 간당간당하는 전화기가 울린다.

오디 따먹으러 숲에 들어갔다 나와 뒤에 있다는 것.

잘 되었다 싶어 천천히 숲길을 걸으며

사진의 모델을 찾았으나

이럴 땐 그 흔한 야생란 하나 보이지 않는다.

겨우 그늘에서 서너 개의 옥잠난초를 발견했으나

꽃 핀지 한참 지나 씨방을 갖추는 중이다.

 

그리고 모두 모여 돌오름을 돌아 나오는데

뒤에서 외치는 소리가 ‘나리난초’란다.

그래 모든 인연이라는 것

만나고 싶다고 억지로 맺어지는 건 아니다.

     

 

♧ 이 詩는 무료 광고입니다 - 강순

 

  <평양냉면> 왼쪽 <새로나문구> 오른쪽

  <희망꽃집>을 말할 때는 희망을 함부로 얘기하지 마세요

  1.5평 안에 사는 희망을 안다고 얘기하지 마세요

  다른 꽃집들처럼 장미, 안개꽃, 후레지아, 국화, 카네이션 같은 것들만 있다고 상상하지 마세요

  혹시 금강애기나리나 참나리난초 같은 꽃들과 만나게 될 지 모르잖아요

  혹시 그 위로 날아다니는 호랑나비, 그 황홀한 무늬의 반짝임을 구경할 지도 모르잖아요

  나비를 쫓아 달리다 보면 당신은 푸른 들판 위로 드러 누운 뭉게구름이 되고, 그 구름을 타고 올라가는 칡덩굴이 될 지도 모르잖아요

  희망이란 말이 조금씩 자라서 당신은 페루 안데스산맥 위를 비행하는 콘도르가 되고,

  그 독수리의 뼈를 예리하게 다듬어 산포니아라는 피리를 만들어 부는 인디오가 될 지도 모르잖아요

  1.5평짜리 <희망꽃집>의 희망에 대해 함부로 안다고 자만하지 마세요  

 

 

 

♧ 갈매기는 갈매기라고 운다 - 이향아

   -발트해를 바라보며

 

여기서도 갈매기는 갈매기라고 운다

군산 앞바다 갈매기처럼 운다

군산 앞바다 째보 선창에서

새벽 다섯 시 발트해 연안까지

나무 토막 검불 더미

밀려 와서 쉬는 곳에

해풍에 밀려온 나그네가

바람을 쐰다

오랜 항해 끝에 닻을 내리고

호사스러워라 잠 못드는 한 때

인어처럼 머리 빗고 왕자를 기다린다

발트해 바닷가 검은 갈매기

끼룩끼룩 소련 말로

돌아가라는 갈매기

   

 

♧ 시인과 갈매기 - 이생진

 

꼭 시인이여야 하나

정치인은 어떤데

상인은 안 되고

하필이면 왜 시인인가

갈매가가 날 찾더라고?

그랬을 거다

갈매기와 나는 한배에서 태어났으니까

나는 구름 타고 가고

저는 바람 타고 오고

나는 끝없는 데로 가고

저는 끝없는 데서 오고

우리는 한배에서 태어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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