깁스했던 팔목이 100% 구부려지지 않아
오늘도 재활치료를 위해 병원에 갔다.
메르스는 이곳까지 미쳐
입구에서부터 손 소독 후 열을 재고
명단까지 적으란다.
뒤로 온 할머니들
누구 병문안 왔는지
잘 보이지 않은 눈으로
무엇을 적는 난인지 몰라 하다가
이런 거 알았으면 오지 말 걸 후회한다.
잘 안 펴지는 손으로
우산을 들고 돌아오면서
이게 무슨 병이라고
내일까지 예약된 것만 끝내고
그만 두어야 하겠다고 생각한다.
골목을 돌다말고
치자향기가 풍겨 다가서 보니
비 맞는 꽃 자태가 곱다.
♧ 치자꽃 향기 - 권도중
누구의 관심도
누구의 느낌도
누구의 위로도
누구의 조언도
누구의 간섭도
누구의 사랑도
누구의 전화도 필요 없는
몸짓만으로 아픔만으로 그리움만으로 치유만으로 그림자만으로
삶을 참아 작은 꿈 살릴 수 있다고 별 같은 자존 하얀 꽃이라고 열매는 굵은 짙은 향이라고 계곡 가득할 오래 꾼 꿈이었지 하얗게 펴 희망처럼 푸른 그림자 곁에서
슬픔아 마음아
너의 순수도 필요치 않다
존재만이 그리움 일 뿐
내 안에 집을 짖지 말아라
그냥 먼 닿지 않는 사랑으로 편한 사람으로
향기는 그래서 짙고 멀다
♧ 치자꽃(239) - 손정모
남해도 인가의 돌담
어귀를 휘돌 때마다
울마다 은은히 흩날리던
향기의 근원
처음엔 몰랐어라
그게 유자꽃인지 레몬꽃인지조차
백색의 파편으로 치솟아
하늘 언저리
멍석처럼 갈아 뒤엎고도
자줏빛 잔잔한 감성으로
남해의 물빛
끝내 스러지도록
향긋한 내음
바람결에 내뿜으며
시간의 궤적 더듬어
시공을 구현하는 깨달음.
♧ 치자 꽃 - 장미숙(초원)
새벽녘
창 밖에서 달이 하얀데
소리 없는 문틈으로
손을 당기는 요정
정념의 향기
찰라 일 줄이야
달빛에 추스리지 못하는 꽃잎
분분히 풀어놓고
남은 몇 잎도
햇살에 마저 떨굴
여린 옆모습
떠나기 전
한 번 보고싶다던
반달 닮은 그 아이도
쪽문 밖에서
두 볼엔 별을 달고
치자 꽃 하얀 이로
웃고 있었지
♧ 치자꽃 - 반기룡
흰 옷을 좋아했던 어머니가 그리워져요
하얀 웃음 잔잔히 흐르던 나의 유년이
방안 가득 향기로 다가오는 듯해요
그립고 향기로운 것은
망각의 추억을 불러
생각의 언저리를 맴돌게 하지요
뜨락에 피어있는 치자꽃
마치 하얀나비 나풀거리듯
방안 가득 선회를 하네요
부유하는 너의 향은
콧잔등 휘감은 채
사뿐사뿐 어디로 발걸음 옮기려 하나요
차자꽃 향을 맡고 있으니
오늘따라 어머니가 더욱 그리워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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