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못
* 청제비
영천에서 영천향교에 들러 그곳 전교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도 듣고, 보물 제616호 영천향교 대성전을 본 우리는, 제주에 와서 여러 가지 일을 했다는 ‘탐라순력도’의 병와 이형상 목사의 ‘호연정(浩然亭)’을 어렵게 찾아보고, 숭렬당을 거쳐 나오다 들른 곳은 청못이었다.
경부고속도로 개설로 두 동강이 났다는데, 이곳 영천시 금호읍 도남리에 있는 신라시대에 쌓은 수리시설을 일컬어 ‘청못(靑池)’ 또는 ‘청제(靑堤)’라 부른다. 골목길로 들어갔기 때문에 표지판을 따라 들어가 보니, 길다란 제방이 눈앞에 펼쳐진다.
삼한시대의 수리시설로 흔히 김제 벽골제, 밀양의 수산제, 제천의 의림지를 꼽지만, 이곳의 규모도 그에 못지않고 연대도 그에 버금간다. 1986년 3월 영천군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최초의 축조연대는 서기330년(신라 흘해왕 21)이라 추청했는데, 김제의 벽골제의 시축연도와 맞먹을 정도로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켜온 수리시설이다.
비가 오기 때문에 젖은 풀들을 헤치고 어렵사리 제방에 올라 못 저편의 풍경을 보니, 채약산을 두른 풍경이 안개 속 산수화 같다. 거기 도착한 분들만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나와 청제비로 갔다. 청제비는 못의 서북편 얕은 산기슭에 세워진 비석을 말하는데, 청제(靑堤)의 역사를 새긴 기록으로 보물 제517호이다. 두 개의 낮은 비석이 있는데 하나는 청제비, 하나는 청제중립비이다. 전자가 청제를 처음 만들고 이를 기념하여 새긴 축조명(築造銘)이라면, 다른 하나는 청제의 파손을 수리한 사실을 새긴 수치명(水治銘)이다.(답사여행의 길잡이8, 팔공산 자락에서)
모두가 기다린다고 빨리 오라는 전갈을 받고는 허겁지겁 뛰쳐나오는데,
옆에 이 나도송이풀이 나를 향해 눈짓한다.
나도송이풀은 현삼과에 속한 반기생 한해살이풀로
높이는 30~60cm 정도로 자라고,
잎은 깃꼴로 깊게 갈라지며 마주난다.
8~9월에 연한 홍자색 꽃이 피는데,
산이나 들의 양지바른 곳에서 자라고
우리나라, 중국, 일본, 타이완 등지에 분포한다.
♧ 나도송이풀 - 김승기
오솔길을 걸어 산모롱이 돌아가는 한 사람이 보이네
가다가 서서 멀리 경치를 둘러보고
가다가 쉬며 또 그러네
얼마 후 또 한 사람이 산모롱이를 돌아가네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어느새 자취도 없고
그가 지나간 허전한 오솔길
발길에 부러진 풀꽃 송이 외롭게 남아
아프다는 말도 못하고 있네
나도 한 송이 꽃인데
송이향 품은, 어엿이 이름을 가진 꽃인데
한번쯤 머리 숙여 눈인사라도 하고 가지,
그저 이름 모를 잡초일 뿐이라고
거들떠보지도 않네
들길 산길을 걸을 때
발아래 한번 살펴보지 않는 사람은
들꽃을 외롭게 하는 사람이네
♧ 나도송이풀 - 김윤현
가뭄이 들면
잎으로 슬픔을 말립니다
바람이 세차게 불면
가지로 슬픔을 부러뜨립니다
서리 맵차게 내리면
열매로 슬픔을 떨어뜨립니다
혹한이 불어 닥치면
뿌리로 슬픔을 땅속에 묻습니다
나도송이풀은 슬퍼도 슬퍼하지 않다가
그 슬픔으로 다시 꽃을 피웁니다
♧ 혼자서 빈손으로 - 나태주
혼자 오길 잘했지
그대 같이 왔더라면
이끼낀 돌자갈 길에
미끄러지지나 않을까
그대 손 잡아주고 어깨 감싸주느라
가을비에 고개 숙인 애기며느리밥풀꽃 나도송이풀꽃
저 애처로운 옆모습 미처
보지 못했을 거야
빈손으로 오길 잘했지
우산 받고 왔더라면
어느 왕조의 패망인 양
슬프게 무너져 내리는 하늘구름의 성채
그리고 찬비에 천천히 치마말기가 벗겨지면서
알몸이 되어가는 갈잎나무들의 아랫도리
차마 곁눈질해 보지 못했을 거야
저것 좀 보아
저 소리 좀 들어보아
혼자서 빈손으로 왔기에
옆에 없는 그대 때때로 불러
나는 이렇게 이야기도
나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