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멍에랑 들어나 오라
뒷멍에랑 물러나 가라
어긴여랑 사데로구나.
검질 짓고 굴너른 밧듸
곱은쉐로나 여에멍 매게
어긴여랑 사데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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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에 : ‘멍에질’의 준말. 밭의 세로로 난 긴 이랑 끝에 가로로 난 짧은 이랑.
*사데 : ‘사데소리’의 준말. 민요의 하나로 여러 사람이 함께 김매기를 하면서 부르는 노래.
*굴너르다 : 밭의 굴(좋은 쪽) 면적이 넓다.
*곱은쉐 : ‘호미’를 비유로 일컫는 말.
*여에다 : 갈아내다.
하늬름이 씽씽 부는 순덱이 할망네 보리밧듸 들어 앚안, 놀레 반 웃음차제기 반 멍 검질 매단 놉덜이 해가 한라산 우터레 올라 와신디도 주인 할망이 안 나타나가난 사름이 곡지썩 여간다.
“아이고, 이녀리 할망 놉 빌엉 우리 검질매레 보내여 뒁 어떵연 영 안 나타남신고?”
“혹시 오널 수눌엉 검질 메는 거 잊어분 거 아닌가? 세벡부터 나상 서끄는 할망이 이제지 안 올 리가 셔.”
“잊어불긴 무사 잊어부느니야. 언치냑 식게 넘어난 떡 차롱 넹기멍 아신디.”
“경 뎅 물에 들레 간 것도 아니고.”
“에구 야야. 이 날씨에 수눌엉 검질 메는 사름이 무신 물질 말고. 든 넘은 할망이.”
“알아집니까게? 우리신디 맛 좋은 거 물아당 멕이젱사 염신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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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차제기 : 유쾌하게 깔깔 지껄이며 즐김.
*놉 : 일을 하여 줄 사람. 일꾼.
*수눌다 : 품앗이하다.
*언치냑 : 어제 저녁.
*식게 : 제사.
*물다 : 해녀들이 ‘물질’하여 물속의 해산물을 잡아 올리다.
“경문 우리 영철이 아방 밧 가는 디나 가신가원. 강셍이 빌레 르겡이 갈앙 놔둿당 봄에 지슬 싱그켄 영게.”
“어느 밧마씀?”
“아. 할망 밧사 무사 두 개베끼 더 셔게. 이 거 고, 저 오름더레 가는 디 르겡이고. 하 큰 밧 두 밧디 농짓으멍 밧 갈아도렌 수눌엉, 우리 밧 검질 다 메곡, 촐 다 비여 줨주게.”
“경건 영철이 아방신디 전화 여봅서. 훙알진 밧사 벌써 다 갈아실 테주.”
“경카.”
“숭신 숭시우다게. 그 할망 안직 허리도 안 굽엉, 을이 좁뎅 활활 돌아뎅기멍 다 못영 놈의 검질을 메어줘도 시 놀진 아니는 성질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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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겡이 : 그리 넓지 않은 논이나 밭을 일컫는 말.
*지슬 : 감자.
*훙알지다 : 보잘것없다
*숭시 : 좋지 못한 일이 일어날 징조나 단초 또는 흉사(凶事).
“어디 고만시라 보저. 전화나 걸어보켜…. 여보세요? 영철이 아방이우까? 아이고. 예. 예. 게난 하영 다쳣수가? 사름도 못 알아보멘마씀. 아. 구급차 막 도착엿수가? 경문 벵원에 강 봥 결과 보멍 전화서.”
“아이고 성님. 할망 어디 하영 아팟젠 염수가?”
“잘은 몰르는디, 영철이 아방 밧갈안 완, 아멩 여도 근척 엇언 불러봐도 대답 읏이난, 려간 보난 정짓 무뚱에 박아젼 말도 못고 엎어져시난, 119차 불런 막 도착엿젠 염신게.”
“하영 아픈 생이우다예.”
“누게 알아졈서게. 구급차예 식것젠 난 꼼 셔 가문 알아질 테주.”
“경디 낫이 다 뒈염신디 우리 정심은 어떵 코양.”
“어떵은 무신 어떵게. 꼼 싯당 무신 연락 읏걸랑 식당에 불렁 먹주기.”
“할망 아팟젠 는디 밥은 어디 입더레 들어가쿠가게.”
“경문 어떵느니, 산 사름은 먹으멍 일여사주. 다 먹젱 오멍 아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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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뚱 : 드나드는 문이 있는 출입구나 그 언저리.
*오멍 : 움직임. 일함.
순덱이 할망은 밧가는 디역 검질 메는 디, 재게재게 징심 여가젱 서둘르단 정짓 무뚱에서 끄내기에 걸련 부더젼, 오모손이 다치고 갈리뻬에 금난 말도 크게 못 암젠 난, ‘오널 이 검질 다 메여불자.’ 멍 죽을락 살락 다 메여둰, 냑인 멧 사름이 벵원에 위문을 가난, 순덱이 어멍은 막 미안연,
“아니 딱 를진디 나 ㅌ은 걸 사름이옌 영 아와 줜 너미 고마운 걸. 게난 징심덜이영 어떵 아먹어 져신가원.”
“예. 잘 먹엇수다. 영철이 어멍이 자장면 곱빼기로 시켜 줜 잘 먹고, 검질도 다 메여시난 하다 들지 맙서.”
“에구게. 순심이 어멍네 일은 제대로 도웨주지도 못여신디 루종일 고생엿구나게.”
“놀문 무신거 니까게. 그자 디 모다들엉 웃음차제기 는 거주. 엿날이사 보리검질은 밥만 멕여줘도 메엿수게.”
“게매. 경사 주마는…. 경연 나도 그 잘난 아 사는 서월러레 아니 강 이디 살암시녜. 경고 영철이 어멍은 우리 아이덜신디 나 아팟젠 전화지 말아이. 아이덜 놀레영 아옴사 티.”
“알앗수다. 경디 밧 구석에 보난 동지덜 무룩연 좋아십디다.”
“아. 그거. 오일장에 영 강 아시문 다문 얼매라도 받주마는 나 아파부난. 여당덜 먹어불어. 꼼 이시문 세영 못 먹으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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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모손이 : 명치.
*를지다 : 바쁘다.
*동지 : 나물이나 무의 꽃대를 일컫는 말.
*무룩다 : 가득하고 넘치다.
뒷녁날은 오일장이라, 밤에 영철이 어멍아방의 대화가 오갔다.
“여보, 아적이랑 지쳐도 꼼 인칙 일어낭 순덱이 할망네 동지 꺾어당 게.”
“넬은 메주콩 젱 메칠 전부터 발륜 날인디….”
“경여도 콩이랑 다음에 또 날 봥 곡, 닐랑 나 말 들어게.”
“다신 식구덜 띠 맞인 날이 엇어마씀. 경곡 밧 갈아주곡 검질 메여줘시문 말주. 무사 그런 것지 신경 쎰수가?”
“에이, 무정 사름 고는…. 생각여 봐. 우리가 순덱이 어멍 공을 어떵 다 갚을 거라. 젊은 시절 바빵 허덕허덕 때, 누게신디 애기 멧겨서? 서 오누이 다 순덱이 어멍 손에서 커시녜. 경고 아 서울에 대학 합격연 돈 엇언 쩔쩔 맬 때 누게가 돌려줘서…. 이참에 동지 꺾엉 앙 벵원비나 보태여 드리문 좋지 아니커냐?”
[한마음병원 원보 '올레' 2015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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