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꼿(채송화)
양전형 제주어 시집
‘게무로사 못 살리카’가 나왔다.
작년 ‘제주어 한 책’으로 선정된 바 있는
‘허천바레당 푸더진다’에 이어,
제주어 시집으로는 두 권째인데
제주어를 ‘게무로사 못 살리카’
하는 심정으로 썼다 한다.
23년간 같이 해온 시 작업의 경험으로
‘제주어도 있고 문학성도 있는 시’를 꿈꾸며
시집을 냈다는 얘기다.
제주어가 다시 살아나길 빌며
시 한 수를 옮긴다.
* 고냉이술 꽃(괭이밥 꽃)
♧ 걸어댕이는 꼿
엊치냑밤 허드랑 꿈 몸질로 털어내고
게엿던 꽃섭 거쓴 멍 또시 핀다
나는 아척마다 피어낭 걸어댕이는 꼿
출근질 마당에 땅꽃도 눈 반착 텃다
질디 인칙 깨어난 잘도 아까운 고냉이술꼿덜
줄쭈러니 둘러앚안 라 아척놀이다
공원에 지레 큰 자귀낭
아척 산뽀 나산 사름꼿덜 웅상거림에
오모렷던 썹 페우멍 선홍짓 꼿을 받화 든다
민들레꼿 눈 비비멍 진 목으로 두릿두릿다
이 시상 꼿덜 건줌 다 눈텃구나
나 모냥광 향기를 실피 풍기기 위영
오널도 정신 짝 피영 셔사 다
* 자귀낭(자귀나무)
♧ 걸어다니는 꽃
간밤 허튼 꿈 뒤척이며 털어내고
접었던 꽃잎 얼른 열며 다시 핀다
나는 아침마다 피어나 걸어다니는 꽃
출근길 마당의 채송화도 반눈쯤 떴다
길가에 일찍 깨어난 앙증맞은 괭이밥꽃들
쪼르르 둘러앉아 벌써 아침놀이다
공원의 키 큰 자귀나무
아침 산책 나온 사람꽃들 웅성거림에
오므렸던 잎 펴며 선홍깃 꽃을 받쳐 든다
민들레꽃 눈 비비며 긴 목으로 두리번거린다
이 세상 꽃들 거의 다 눈떴구나
나의 자태와 향기를 한껏 풍기기 위하여
오늘도 정신 바짝 피어 있어야 한다
* 고롬풀(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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