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국내 나들이

순천만 국가정원의 가을

김창집 2015. 11. 8. 07:56

 

10월도 다 가는 29일 아침

순천만 국가정원을 찾았다.

 

갈대와 갯벌과 철새의 낙원 순천에

2013년 4월 20일부터 10월 20일까지 6개월간

국제정원박람회를 열었던 자리를 보전하고자

꾸며 놓은 정원이다.

 

국제적인 규모라 그런지

넓은 자리에 넉넉하게 꾸며

돌아다니며 보게 되어 있다.

 

조금 높은 산 모양의 언덕과

호수가 잘 어울리고

궤도차를 타고 농촌과 논밭이 보이는

교외를 돌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

 

가는 곳곳에 조성해 놓은 꽃밭과

옮겨 심어 놓은 나무들이

이제는 많이 자라

이렇게 가을빛을 드러냈다.

 

그 곳 어느 한적한 구석지에서

우리만 깜짝 열었던 낙지 파티,

세상 다시 태어나도 다시는 있을 수 없는

쫀득쫀득 지금도 잊지 못하는 그 맛,

영원한 추억이 되리라.

   

 

♧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 靑山 손병흥

 

고흥반도와 여수반도 사이 들어서있는

끝도 없이 펼쳐진 갈대밭 광활한 갯벌

전국 최고 자연생태공원으로 인정받은

세계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의 대장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생태환경 살아 숨 쉬는 대한민국 생태수도

순천만 일원에서 개최되는 국제정원박람회

람사르 습지로도 지정되어있는 지구의 정원

 

국제습지센터 주제영상관 생태학습관 수목원

해외 전통정원 세계정원 한국정원 편백휴양숲

온실 정원나무 도감원 피톤치드 넘치는 자연 속

테마별로 볼거리 비경 가득한 휴식정원 힐링공간

 

 

 

♧ 순천만 갈대 - 이승철

 

내 앉은 키 만한 정충들이 거친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려왔다

때마침 자궁 속을 빠져나온 울부짖음들이 쇳통소리를 내며

들판 가득 잠들지 못하는 넋들을 호명하고 있었다

서럽게 포개지는 갈대숲 어귀

청정한 눈빛마다 생기가 돌아, 꽃다지보다 더 싱그러웠다

제 한 몸을 건사치 못한 새하얀 손길들이

흙발로 다가와 들녘 어디서나 시리도록 출렁대고

順天치 못한 넋들이 여기 모여 살고 있는 한

참담한 세월은 다시금 휘몰아쳐 올 것이다

예쁜 상여꽃들이 밤새도록 날 붙잡고 흐느낀다

그래, 내가 몇 밤을 더 기다리고 그리워해야

흔들리며 서걱대는 네 마음을 읽을 수 있겠느냐.

   

 

♧ 순천만 갈대밭에게 - 권도중

 

상사相思 여윈 것을 내가 여기에 두고 가려 한다

두고 간 것들이 못 떠난 이 장엄함에 내 것도 두려고 한다

 

허공이 와서 갯벌 드러난 바닥에도 물길이 패여

썰물 따라 바다 쪽으로 미련도 없이 밀리어 가느니

순천만엔 저녁에 올 일이다

어스름이 묻힐 때 그대 사랑도 묻히기에 편하다

아까운 사람을 이 정도는 되어야 두고 떠날 수 있지 않겠느냐

 

사연은 저 넉넉한 갈대로 살아서

바람 불어 평화처럼 넓게 퍼져 간다

잃은 가슴을 떠나보내려면 늦가을에 올 일이다

바람에게 전하던 말을 선혈의 노을에 걸쳐 두어라

 

상처뿐인 소중한 가슴아 오라 다친 저 넓은 속으로 가 보아라

세상은 사랑은 사연이 이렇게 많다고 마디마디를

아픈 것이 이렇게 아름다워서 위로를 받으리라

 

떠난 사람도 울어야 그대 사랑도 보낼 수 있다 울게 내버려두라

짐 내려 어두워진 길을 따라서 그리고 돌아가라

노을 속 펼쳐진 한 때의 진실이

삶을 끌어주는 슬픈 힘이 되리라

지구 구석에 작은 인간이 태어나 감당 못 할 그리움에 지쳤지만

서툰 네 사랑을 순천만 갈대밭은 대신 펼치리, 잊지 않고 펼치리니

어느 날 다시 여기에 오면 수 천 만 평 갈대는

그대 대신 울고 붉은 가슴 대신 토했음을 알리라

사랑의 평온으로 지상에서 고귀한 완성을 보리라

영원으로 있는 것을 보리라

 

 

♧ 내 마음속에 - 閔丙蓮(민병련)

 

내 마음속을 열어야 마음 속의 너와 만날 수 있겠지.

내 마음에 꽃이 있어야 이름 모를 꽃을 만날 수 있겠지.

내 마음속에 황톳길이 있어야 짚신을 신어볼 수 있겠지.

내 마음에 청송곡이 있어야 단소 소리를 만날 수 있겠지.

내 마음속에 갈대를 품어야 순천만 늪지에서의 갈대를 품을 수 있겠지.

내 마음에 어제 만났던 바람이 있어야 내일의 바람을 만날 수 있겠지.

내 마음속에 시가 있어야 시와 함께 거닐 수 있는 친구를 만날 수 있겠지.

내 마음에 구름을 만나야 비를 만들 수 있는 친구를 만날 수 있겠지.

내 마음속에 소리가 들려야 소리를 따라서 그를 만날 수 있겠지.

내 마음에 그대가 들어와 있어야 그대를 만나러 동구 밖 길을 나설 수 있겠지.

내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누구인가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만추(晩秋2) - 나상국

 

가을 햇볕이

빗질을 하는

가을 공원의

오후 한나절

쪼그려 앉았다가

길게 드러누운

벤치 그림자 옆

 

바닥에 떨어져 수북이 쌓인

빨간 단풍

나뭇가지 사이를

헤집고 나온 바람에

찰랑거리는 저 햇빛 좀 봐

 

원앙새 한 쌍

한가로이 자맥질을

즐기는 호수 위

작은 파문에 일렁이는 물살

납작 엎드려 노 저어가는

노란 은행잎을 봐

 

수심 깊은 곳으로

파란 하늘

텀벙 뛰어들어

단풍구경에 열중하네

 

 

 

♧ 만추(晩秋) - 엄원용

 

춘천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북한산 밑을 지났다.

산의 계곡 아래쪽으로는

단풍이 다투어 제 몸을 불태우고 있었다.

그러나 등성이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나뭇잎들은

이미 제 빛깔을 잃고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나뭇잎들은 여름날의 찬란했던 그 빛깔들을

가볍게 내려놓고 아주 홀가분히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작별이었다.

한 때 온 몸을 감싸고 있던 붉고 푸르던 빛깔들이

차츰 그 빛을 잃어 다해 갈 때쯤이면

우리도 떠나야 하는 단풍이겠거니

그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이별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버스가 지나는 북한 산 길

노을이 지는 나무 사이로 단풍이 곱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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