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국내 나들이

남해 다랭이마을의 봄

김창집 2016. 3. 29. 00:50

 

 

지난 주말(3.26) 남해섬에 갔다가

다랭이 마을에 가보았다.

 

‘다랭이’란 말은 좁은 논이나 밭을 가리키는 말로

마을 사람들은 ‘삿갓배미’라 부르기도 한다.

 

중국 윈난성에 유명한 다랭이논이 있는데

그에 비유할 만한 크기는 아니지만

산비탈 토지를 계단식으로 일구어서

농사를 짓는 터전을 만들었다.

 

관광객들이 많이 몰려오는 바람에

차도 잘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비탈이 심한 마을임에도

여러 농가에서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다.

 

때마침 몇 군데 유채꽃이 피어

소박한 농가의 봄을 느낄 수 있었다.

   

 

♧ 남해, 다랭이 마을 - 최홍걸

 

땅의 끝은 어디서나 절벽임을 알겠다

그 절벽을 일구어

손바닥만한 다랭이논으로 목숨을 이어 온

다랭이마을 사람들의 아침은

오르막길이거나 내리막길에서 시작되고

다랭이마을 사람들의 저녁은

저, 막막한 바다로 지는 노을이 아니겠는가

 

겨울 다랭이마을에 맥없이 폴폴 눈이 날리고

절벽에 겨우 몸을 웅크린

낮은 지붕 밑의 사람들은

가려운 허리를 더 힘주어 긁을 것이니

발목을 잡은 파도소리가

하루의 잠을 헤집어 놀을 것이니

 

절벽을 끌어안고 사는

다랭이마을 사람들의 억센 사투리가

오히려 정겨운 것은

우리들 한 생의 귀퉁이에

헛디디면 안 될 절벽 한 칸씩

껴안고 사는 때문이 아닐까

 

 

♧ 다랭이 마을 - 박태언

 

그동안 잊고 살았다

산모롱이 돌아 비탈 층층이 논 다랭이

옹기종기 모여서 놀고 있는 것을

어릴 적 뛰어 다니며

메뚜기 잡던 논두렁

추억도 거기 있었다

무너진 논두렁 돌 주워 모아

정성껏 쌓아 놓은 다랭이도

오늘까지 논을 떠 받들고 있었다

아버지의 우직한 농사

쌀 몇 되박을 얻고자 돌맹이 하나 하나

쌓으시던 정성 모두가 그대로 모여 살고 있었다

 

굽 돌아 가파른 논두렁에서 바라보는

파란 미래는 출렁이고

잔잔한 햇살은 바다 위에서 은색 보석으로

손을 흔들며 지금까지 기다렸다고 환영을 한다

깍아 놓은듯한 뒷동산은

어린 날의 친구들 그리워

먼 정류장 보며 기다리고

오고가는 파도는 한숨으로

외로움 하얗게 토해 내고 있었다

 

그동안 순수함으로 지켜온

다랭이의 부드러운 자태가

아름다운 여인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층층이 외로움으로 발정난 햇살

다랭이를 휘감고 내통하느라 놓아주지 않고 있다

   

 

♧ 다랭이논 - 박종영

 

산골 다랭이논 푸른 물결 술렁이고

무성한 논둑 풀 다독이는 바람의 강에,

여문 가을이 내려와 몸을 씻는다.

 

만물소리 들리니 논 물꼬 낮춰지고

논두렁 콩이 움쑥움쑥 자라

탱글탱글 환한 웃음이다.

 

하늘이 청명하게 열리던 날

소중한 정성으로 시집보낸 어린 모,

어느새 푸른 잉태가 한창이고

열병처럼 줄지어 현란한 풍요를 약속한다.

 

맑은 햇살 들썩이는 논배미마다

겸손한 가을로 뜸들이는 아득한 들녘,

선들바람 타고 알곡 여무는 소리 으뜸이다.

   

 

♧ 다랭이 지겟길 - 靑山 손병흥

 

척박한 바닷가 외진 해변 마을에

경사도 가파른 계단식 논을 만들어

조금씩 언덕 땅 억척스레 개간하면서

아주 험난한 자연환경과 잘도 조화이룬

주민들 지게 지고서도 쉽게 다녔다고하던

고단하고 질긴 세월 살아왔던 옛 사람들 삶

 

다시금 복원된 옛 길인 지겟길 있는

경남 남해군 남면 홍현리 다랭이 마을

볼수록 빼어난 남해바다 경치와 더불어

농촌체험마을로 전국적인 유명세 타면서

이젠 국가지정 명승지로까지 지정되어진

대표적인 관광코스 각광받는 옛 논두렁길

   

 

♧ 천칭(天秤) - 김종제

 

무너지지 않는 하늘을

평평한 막대 삼아

멍석 깔아둔 저 건너 마당에는

면벽의 동안거 끝났으니

다랭이 논 같은 세상에

푸른 마늘대 올라오는

적멸의 봄인 당신을 앉혀놓고

이만큼 떨어진 한 쪽 뒤란에는

단단하게 얼었던 땅이 녹아

산사태로 허물어지는 세상에

파계의 겨울인 나를 세워놓고

어디가 얼마나 낮아지고 높아지는지

무게를 달아보는 것이다

당신과 나 사이의 사변이란

추 같은 무심을

더하는 것뿐만 아니라

추 같은 욕망을

그만큼 덜어내는 것이다

저울에 올라

우리가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고

하늘같이 마주 보고 서 있는다면

그것이 보리수 아래의 깨달음이다

그것이 십자가를 짊어지고

대신하여 못박히는 죄다

그것이 모래사막을 걸어가는

아라비아 경전이다

당신으로부터 나로부터

빼고 더하여 세운

결코 기울어질 수 없는

하늘의 줏대로 조화로운 저울이다

   

 

♧ 설흘산의 봄 - 제산 김대식

 

봄 마중하러

남으로 향한 발길

남쪽엔

봄이 제일 먼저 오는 산이 있었네.

 

남해에서 부는 봄바람 타고

정겨운 다랭이논엔

벌써 봄마늘이 파랗고

설흘산의 봄은 이미

내 마음보다 먼저

자리 잡고 있었네.

 

칼바위 아찔한 벼랑으로

암릉을 타고 오른 응봉산

돌탑으로 쌓아올린 설흘산의 봉수대

상쾌한 바닷바람과 시원한 물결

바다에 펼쳐지는 올망졸망한 섬들은

이미 완연한 봄 가운데 있었네.

 

그곳 바닷가 가천마을엔

봄바람이 난 두 바위가

이미 임신 중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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