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제주어 글

산당화 핀 날 - 양전형

김창집 2016. 1. 12. 19:04

 

♧ 산당화 핀 날 - 양전형

 

벳살이 모도에 지드림 소곱으로 밀려든다

눈거풀  접썩 봄을 깨와내단 산당화

눈두더니에 싯단 압춘 늦추위를

“느 잘 엥겻저”

단박에 눈썹 아래로 리친다

 

“명자야 느 어는제 필탸”

체족는 고망새가 꼴렝이를 세와올릴 때마다

“나도 뜨거와사 핍네께”

탱탱게 가심 도도단 산당화

지저운 누게 고백을 지고 말앗나

 

남루를 걸친 울담 구석에

산당화 핀 날

들엇단 나 의식이 캉캉 죾으곡

에염에 풀광 낭덜 늘게 눈을 튼다

마당이 정서가 못 베지근

 

 

♧ 산당화 핀 날

 

햇살이 모두의 기다림 속으로 밀려든다

눈꺼풀 한 겹씩 봄을 깨워내던 산당화

눈두덩이에 붙어있던 입춘 늦추위를

“너 잘 걸렸다”

단번에 눈썹 아래로 떨어뜨린다

 

“명자야 너 언제 필래”

재촉하는 굴뚝새가 꼬리를 세워 올릴 때마다

“나도 뜨거워야 핍니다”

탱탱하게 가슴 도도하던 산당화

뜨거운 누구의 고백을 삼키고 말았나

 

남루를 걸친 울타리 구석에

산당화 핀 날

개잠들었던 내 의식이 컹컹 짓고

주변에 풀과 나무들 가늘게 눈을 뜬다

마당의 정서 맛이 사뭇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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