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제주어 글

별헤는 밤 - 윤동주(제주어 역)

김창집 2016. 1. 27. 10:22

 

♧ 별 헤는 밤 -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렸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 벨 세는 밤(김창집 역)

 

철이 가불아가는 하늘 우터렌

실이 숨빡우다.

난 아무 걱정도 읏이

실 소곱에 벨을 다 세어짐직우다.

 

가심 소곱에 나둘 박아지는 벨을

이제지끔 다 못 세는 건

어쓱아부는 따문이고,

닐 밤이 남은 따문이고,

안직도 내 청춘이 팔팔 따문이우다.

 

나에 추억광

나에 랑광

나에 씰씰

나에 동경광

나에 시광

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난 벨 나에 곱닥 디썩 불러봠수다. 소교 때 책상을 ㅌ엿단 아이덜 일름광 패, 경, 옥, 이런 나라 소녀덜 일름광 써라 아기어멍 뒌 지집아이덜 일름광 가난 이윳사름덜 일름광 비둘기, 강셍이, 퉤끼, 노새, 노리,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덜 일름을 불러봠수다.

 

가네덜은 너미도 먼디 싯수다.

벨이 아득게 멀데끼

 

어머님, 경고 당신은

먼먼 북간도에 잇수다.

 

난 무싱것산디 기려완

한한 벨빗이 린 동산 우터레

나 일름를 쎠본 후제

헉으로 덮어부럿수다.

 

생각여보난 밤 새낭 우는 버렝인

부치러운 일름을

슬퍼는 따문이우다.

 

주마는 저실이 가곡

나 벨러레도 봄이 오문

봉분 우티 퍼렁 테역이 돋듯

나 일름 묻어둔 동산 우터레도

자랑데끼 풀이 왕상 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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