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제주시에 만개한 벚꽃

김창집 2016. 3. 18. 18:48

 

금년, 예년에 없던 한파가 찾아왔던 제주

당시 공항만 아수라장이 된 것이 아니고

밖에서 자라던 아열대 식물과

여러 나무의 순과 꽃순이 얼어버려

서귀포에 처음 벚꽃 피는 시기가

나흘 늦은 3월20일로 예정됐었다.

 

그러나 비가 왔던 어젯밤

운동장 야구장 남쪽에 자리한 벚나무 한 그루에

벚꽃이 만개했다.

 

보아도 보아도 신기해서

옆에 가만히 있었더니

주변의 꿀벌들이 날아와 잉잉 거리고

꽃향기가 사방으로 흩어진다.

 

벚꽃이 이리 고운데다가

향기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 벚꽃 그대 - 임영준

 

내밀한 독백은

이제 그만

 

아름다운 폭발이

버겁다

 

시나브로

달아오르는 햇살 타고

 

때가 되면

다시 돌아와

 

연분홍 절정으로

봄을 들이키는

 

영원을 고대케 하는

벚꽃 그대  

 

 

♧ 벚꽃 - 박인걸

 

벚꽃나무의 영혼이

꽃으로 復活부활하여

가지 위를 맴돌다

홀연히 사라진다.

 

꽃다움의 極致극치는

原罪원죄가 없어서일까

흠도 티도 없는

꽃의 元祖원조로구나

 

탐욕과 利己이기를 버리면

얼굴에 꽃이 피고

미움만 버려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우리.

 

해맑음과 눈부심이

강하게 刺戟자극할 때

꽃과 마주한 나는

큰 부끄러움을 느낀다.

   

 

♧ 벚꽃길을 걷다 - 송연우

 

함께 피며 함께 지며

연분홍 터널 속을 너와 함께 걸어왔네

한내 언덕 촘촘히 선 벚꽃나무가

우직하니 꽃길 지켜주고

한바탕 웃음을 선물하네

검은 장대비 회초리도

고스란히 받아 삭힌

고달프던 그의 봄맞이는

내 머리속처럼 텅 비어 희어진 것일까

길고 험난한 세월을 딛고

떡 벌어진 몸집

짧고 긴 가지에 흐드러지게 핀 꽃 고마워

두 팔 벌려 끌어안으면

머리 위로 내려앉는 하얀 가슴앓이

명지바람에

눈이 내리네

꽃비 내리네

 

 

♧ 벚꽃을 보며 - 강진규

 

내가 앓다 버린 신열의 모서리마다

생의 즐비한 가벼운 노래

오늘은 해종일 눈이 부시다

 

생이 닿지 않는 곳이 있다면 끝끝내

내 생은 부풀어 더욱 가득해지리라

질긴 몸서리마다 꿈이 되어

내 한생 질곡을 환히 밝히려드는가

 

오는 봄을 즐겨 곱게 폈다가

가는 철없는 내 사랑

스스럼없이 부서져 흩어진다

날개마저 달고 싶지 않은 세상으로

오늘은 울음의 길을 펑펑 내고 있다.

 

 

♧ 벚꽃(28) - 손정모

 

벚꽃이 바람결에 휩쓸려

나비처럼 흩날리는 날이면

친구랑 술병을 들고

강둑을 찾는다.

 

아직도 바람결은 매섭지만

떨어져 내리는 꽃잎은

채색 영롱한 별빛처럼

눈부시다.

 

부딪히는 술잔에

아련한 추억이 휩쓸리고

발그레한 벗의 눈에는

조각난 하늘이 흩날린다.

   

 

♧ 벚꽃 - 김승기

 

 말해 무엇 하나요.

 진실은 가슴 속에 묻어두고

 늘 웃음 지어야 하는 거래요.

 몇 날을 함께할 수 있을까

 생각하지 않을래요.

 한 순간 환한 웃음으로

 당신 앞에 서 있기 위해

 여러 날 꿈을 키웠어요.

 

 도로에선 가로수로, 학교에선 정원수로, 마을에선 당산목으로, 공원에 선 관상수로, 산책로에선 왕벚나무로, 들에선 올벚나무로, 계곡에선 산벚나무로 그렇게 당신을 바라보며 서 있어요.

 

 제가 한국 특산 토종임을 알고 있나요? 한라산 두륜산 대둔산이 원산지예요. 대륙성 수목이지요. 일본이 國花로 지정하였다 하여 섬나라 꽃으로 생각하고 미워하면 되나요. 가슴 찢어지는 분노 때문에 창백한 얼굴로 왈칵 쏟아져 내려요. 당신은 가슴 아프지 않나요?

 

 어떻게 말할 수 있나요.

 세찬 바람 온몸을 후려칠 때

 반쪽 남은 얼굴이라도 매달리고 싶은 안간힘

 와르륵 떨어져 내릴 때

 아픔 감추고 웃어야 하는 슬픔

 

 알고 있나요.

 떨어진 꽃잎 쓸지 마세요.

 당신의 발길이 밟는 무게만큼

 기쁨으로 사랑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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