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송별제

김창집 2016. 3. 23. 00:34

 

어제는 사라봉과 별도봉 사이

알오름 자락에 있는 칠머리당에서

영등굿 송별제가 열려

잠시 들렀다.

 

제주 칠머리당영등굿은

건입동의 본향당(本鄕堂)인 칠머리당에서 하는 굿으로

건입동은 과거 제주시의 작은 어촌으로

주민들은 고기잡이와 해녀작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마을 수호신인 도원수감찰지방관과

요왕해신(龍王海神) 부부에게

마을의 평안과 풍요를 비는 굿을 해왔다.

 

 

제주의 어민들에게 ‘영등굿’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데

음력 2월 영등철이 되면

제주섬 곳곳에서는 영등굿이 열려

바다 작업 중 안전과 풍어를 기원한다.

이렇게 여러 어촌에서 행해지는 영등굿 중

이곳 칠머리당에서 펼쳐지는 굿이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71호와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이다.

 

영등할망은 음력 2월 초하루

제주 서쪽 바닷가로 왔다가

보름에 우도를 거쳐 가게 된다.

이 때 서쪽부터 맞이굿을 시작하여

놀리다가 보름이 가까워지면서

송별제를 지내면서 보내는 것이다.

 

 

이곳 굿날이 되면 건입동 주민 뿐 아니라

시내의 어부와 해녀들도 참가하는데

각 가정에서는 제사에 쓰일 음식을 차려서

당으로 가져다 올린다.

 

재차가 시작되면

매인심방이 징과 북, 설쇠 등의 악기 장단에 맞추어

노래와 춤으로 굿을 진행한다.

 

 

굿의 순서는

모든 신을 불러 굿에 참가한 각 집안의 행운을 비는 초감제,

본향당신인 도원수감찰지방관과

요왕해신부인을 불러

마을의 평안을 비는 본향듦,

용왕신과 영등신이 오시는 길을 닦아 맞이하고

어부와 해녀의 안전을 비는 요왕맞이,

마을전체의 액을 막는 도액막음,

해녀가 바다에서 잡은 것들의 씨를

다시 바다에 뿌리는 씨드림,

영등신을 배에 태워 본국으로 보내는 영감놀이,

처음 불러들인 모든 신들을 돌려보내는 도진으로 끝이 난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은 영등신에 대한

제주도 특유의 해녀신앙임과 동시에

민속신앙이 담겨져 있는 굿이며,

우리나라 유일의 해녀의 굿이라는 점에서

그 특이성과 학술적 가치가 있다.(문화제청 홈 참조)

   

 

♧ 저승에서 훔쳐 온 누나 숨비소리 - 김태일

 

호오오이~

제주 바당 열두 길 물 속 솟아오른 누나

용궁 올래에서 부활한 듯

저승에서 훔쳐 온 긴 숨비소리

호오이~

 

저녁 노을 옥색 물치마 바라보며 호오이~

새끼 잔뜩 품어 안은 한라산 올려다보며 호오오이~

 

그래서 섬이 울었다

파도가 또 그렇게 울었다

누나 눈물은 저승 꽃

제주 바당은 누나의 눈물

 

이승 문턱 수평선 넘어오며 호오이~

파란 하늘 천국문 다시 올려다보며 호오오이~

제주 바당 폭풍우 집채 같은 파도 속

누나 숨비소리

호오오이~ 

 

 

♧ 누이의 바다 - 이승익

 

사리 때만 되면 누이는

바다에 눈을 주더라

처녀적 물속에서 유영하며

자맥질하던 시절 떠올리는 듯

머언 수평선을 멍하니 주시한다

 

누이는 열심히 부엌일을 하다말고

가끔은 스무살적 궤적을 떠올리는지

바다를 바라보는 눈빛이 초롱초롱

가슴속에 묻어둔

가슴속에 간직한

사랑이란 언어들이 삼십년 지난

지금에사 부유하며 떠오르나 보다

 

누이가

바다를 바라보는 눈빛은

금방이라도 바다에 풍덩 뛰어들어

그때 그 바다에 버린 사랑이란 언어들을

건져 올릴 심산이다

 

한 달에 두 번 찾아오는 사리 때만 되면

누이는 바다를 못 잊어 온몸이 열병이 돋아

몸살이 심하다

물살이 잦아든 바다를 보면 누이는

눈빛이 더욱 영롱하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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