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할망을 배웅하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칠머리당굿을 보고 오다
국립제주박물관에 들렀다.
아직도 하얀 동백이 남아 있어 그걸 찍고
이제야 그 이름을 알게 된
크리스마스로즈도 찍었는데,
이건 하나같이 꽃이 고개를 숙이고 있어
제대로 찍을 수가 없다.
이어 연못으로 가보니
능수버들 한 그루가 싹을 틔우며
꽃을 피우고 있어
그걸 찍어보려고 했으나
여유롭게 늘어지지 않아
꽤 까다롭다.
♧ 버드나무 ·1 - 오하룡
神신들이 살 때
그들의 의식 속에서
싹트기 시작했을지 몰라
내려다보길 좋아하는
지극히 높은 지위의
큰 神신이 계시고
그 神신의 눈에 드는 것이
모두의 염원이던 때가
그래서 아래 神신들은
그들끼리 기도라도
열심이었는지 몰라
이승의 절박한 순간에
저승의 天上천성에 닿을 정성,
혹은 그와 비슷한 至純지순의
마음 같은 걸로
그러나 큰 神신의 눈에는
까마득히 미치지 못하고
겨우 가난한 동리의 울이 되어
떨기나 하는지 몰라
♧ 교정의 버드나무 - 정군수
봄볕보다도 더 먼저
꽃샘바람보다도 더 빨리
겨울을 뚫고 나오는 푸른 눈
버드나무 여린 가지에서
우리의 계절이 봄이었음을 안다
책가방과 도시락가방과
덜 떨어진 눈으로 교문을 들어설 때
친구의 어깨 너머로
아침을 열어주는 푸른 눈
우리가 한밤으로 젖어
실의에 몸 가누지 못하고 돌아설 때도
꽃잎보다도 가볍게
강물보다도 넉넉하게
우리의 가슴을 밀고 들어와
푸르게 웃고 있다
♧ 버드나무 - 권오범
소슬바람 마시고 불콰해진 단풍들
세상 시끄럽게 쏘삭거리느라 난리건만
남루하리만치 자잘한 음표나 걸어놓고
물속 송사리들과 풍월이나 즐기는 너
실바람마저 툭하면 달려들어
머리끄덩이 잡고 식식대다
제풀에 지쳐 달아나거나 말거나
하여간 무던한 너를 닮고 싶다
재목도 못되는 것이 세상물정 모른 채
혈기만 앞세워 도두뛰려고
강한 척 모가지 핏발 세워 허비한 세월
모두가 일장춘몽이었다
난기류에 뿌리째 뽑혀
공원벤치나 뒹구는 나
너를 보며 한수 배우고 있다
고분고분하면 태풍도 비켜간다는 것을
♧ 천안 삼거리 공원에서 - 목필균
흥타령 바람 부는 공원
어리연 고개든 연못 위 영남루
부서진 나무 계단을 올라 둘러보면
능수버들 늘어진 풍경 속에
아득한 떠오르는
유년시절 버들피리 소리
버드나무 마디 잘라 속대 빼내고
삐리릭 삐리릭 불어대던 기억 속엔
딱지치기, 구슬치기, 고무줄놀이
해 기우는 줄 모르고 놀던 날들이
능소화 주홍빛 나팔소리로 들린다
그늘도 없이 서있는 삼층 석탑
기울어진 탑신을 바로 세운 것처럼
부실한 유년을 고쳐 올릴 수 있다면
능수버들 늘어진 가지마다
피리 소리 내어 볼 텐데
♧ 구진포 나루 - 문병란
추억이 졸고 있는
구진포 나루
강가의 버드나무도
늘어진 가지 시름겨워
해마다 잎 피고 진다
사람들 떠나나고
세상이 변하여도
초록 제비 날개 따라
다시 찾아오는 뽐
뚜우- 기적 소리
서울행 급행열차
바쁘게 지나가고
버들피리 소리 들리지 않는 강마을
지금도 강물은
혼자서 사랑을 싣고 간다.
그날의 몸보신 장어구이
첫사랑 소식은 아득히 먼데
쓸쓸히 놓인 짝 잃은 젓가락
다시 찾아온 사나이는
혼자서 연거푸 술잔만 비운다.
어디서 역사의 호걸
林白湖임백호 호탕한 웃음소리
황진이 옛 사연 그리움 실어
술잔에 철철 넘칠 듯한 한낮
부끄러운 소인국 사나이는
勿哭碑물곡비 굽어보는 봄나루
뛰어들지 못하는 강물에
카~아 소리만 실없이 실어 보낸다.
♧ 강가에서 - 김종익
강촌에 보슬비 내린다
고요한 강물은
보랏빛 안개 되어
강변 버드나무 가지 휘감아
흘러가는 강물에 가슴을 내민다
천년을 강물 속에 숨어 지낸
한 줄기 미풍
안개를 서서히 밀어내면
태고의 산 절벽 눈뜨고
버들 숲 강가에 누워 있다
강물 속에는
진달래 옷 입은 산이
거꾸로 서 있고
소년이 소 몰고 지나간다
진달래꽃 예쁘게 단장한
단발머리 소녀
버드나무 숲으로 들어가
버드나무가 된다
멀리
나룻배 하나
가벼운 물살 퉁기며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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