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수양버들을 찍어 보다

김창집 2016. 3. 24. 00:19

 

영등할망을 배웅하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칠머리당굿을 보고 오다

국립제주박물관에 들렀다.

 

아직도 하얀 동백이 남아 있어 그걸 찍고

이제야 그 이름을 알게 된

크리스마스로즈도 찍었는데,

이건 하나같이 꽃이 고개를 숙이고 있어

제대로 찍을 수가 없다.

 

이어 연못으로 가보니

능수버들 한 그루가 싹을 틔우며

꽃을 피우고 있어

그걸 찍어보려고 했으나

여유롭게 늘어지지 않아

꽤 까다롭다. 

 

 

♧ 버드나무 ·1 - 오하룡

 

神신들이 살 때

그들의 의식 속에서

싹트기 시작했을지 몰라

내려다보길 좋아하는

지극히 높은 지위의

큰 神신이 계시고

그 神신의 눈에 드는 것이

모두의 염원이던 때가

그래서 아래 神신들은

그들끼리 기도라도

열심이었는지 몰라

이승의 절박한 순간에

저승의 天上천성에 닿을 정성,

혹은 그와 비슷한 至純지순의

마음 같은 걸로

그러나 큰 神신의 눈에는

까마득히 미치지 못하고

겨우 가난한 동리의 울이 되어

떨기나 하는지 몰라  

 

 

♧ 교정의 버드나무 - 정군수

 

봄볕보다도 더 먼저

꽃샘바람보다도 더 빨리

겨울을 뚫고 나오는 푸른 눈

버드나무 여린 가지에서

우리의 계절이 봄이었음을 안다

책가방과 도시락가방과

덜 떨어진 눈으로 교문을 들어설 때

친구의 어깨 너머로

아침을 열어주는 푸른 눈

우리가 한밤으로 젖어

실의에 몸 가누지 못하고 돌아설 때도

꽃잎보다도 가볍게

강물보다도 넉넉하게

우리의 가슴을 밀고 들어와

푸르게 웃고 있다

 

 

♧ 버드나무 - 권오범

 

소슬바람 마시고 불콰해진 단풍들

세상 시끄럽게 쏘삭거리느라 난리건만

남루하리만치 자잘한 음표나 걸어놓고

물속 송사리들과 풍월이나 즐기는 너

 

실바람마저 툭하면 달려들어

머리끄덩이 잡고 식식대다

제풀에 지쳐 달아나거나 말거나

하여간 무던한 너를 닮고 싶다

 

재목도 못되는 것이 세상물정 모른 채

혈기만 앞세워 도두뛰려고

강한 척 모가지 핏발 세워 허비한 세월

모두가 일장춘몽이었다

 

난기류에 뿌리째 뽑혀

공원벤치나 뒹구는 나

너를 보며 한수 배우고 있다

고분고분하면 태풍도 비켜간다는 것을

 

 

♧ 천안 삼거리 공원에서 - 목필균

 

흥타령 바람 부는 공원

어리연 고개든 연못 위 영남루

부서진 나무 계단을 올라 둘러보면

 

능수버들 늘어진 풍경 속에

아득한 떠오르는

유년시절 버들피리 소리

 

버드나무 마디 잘라 속대 빼내고

삐리릭 삐리릭 불어대던 기억 속엔

딱지치기, 구슬치기, 고무줄놀이

해 기우는 줄 모르고 놀던 날들이

능소화 주홍빛 나팔소리로 들린다

 

그늘도 없이 서있는 삼층 석탑

기울어진 탑신을 바로 세운 것처럼

부실한 유년을 고쳐 올릴 수 있다면

능수버들 늘어진 가지마다

피리 소리 내어 볼 텐데

   

 

♧ 구진포 나루 - 문병란

 

추억이 졸고 있는

구진포 나루

강가의 버드나무도

늘어진 가지 시름겨워

해마다 잎 피고 진다

 

사람들 떠나나고

세상이 변하여도

초록 제비 날개 따라

다시 찾아오는 뽐

 

뚜우- 기적 소리

서울행 급행열차

바쁘게 지나가고

버들피리 소리 들리지 않는 강마을

지금도 강물은

혼자서 사랑을 싣고 간다.

 

그날의 몸보신 장어구이

첫사랑 소식은 아득히 먼데

쓸쓸히 놓인 짝 잃은 젓가락

다시 찾아온 사나이는

혼자서 연거푸 술잔만 비운다.

 

어디서 역사의 호걸

林白湖임백호 호탕한 웃음소리

황진이 옛 사연 그리움 실어

술잔에 철철 넘칠 듯한 한낮

 

부끄러운 소인국 사나이는

勿哭碑물곡비 굽어보는 봄나루

뛰어들지 못하는 강물에

카~아 소리만 실없이 실어 보낸다.

   

 

♧ 강가에서 - 김종익

 

강촌에 보슬비 내린다

고요한 강물은

보랏빛 안개 되어

강변 버드나무 가지 휘감아

흘러가는 강물에 가슴을 내민다

 

천년을 강물 속에 숨어 지낸

한 줄기 미풍

안개를 서서히 밀어내면

태고의 산 절벽 눈뜨고

버들 숲 강가에 누워 있다

 

강물 속에는

진달래 옷 입은 산이

거꾸로 서 있고

소년이 소 몰고 지나간다

진달래꽃 예쁘게 단장한

단발머리 소녀

버드나무 숲으로 들어가

버드나무가 된다

 

멀리

나룻배 하나

가벼운 물살 퉁기며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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