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제주 왕벚꽃 축제

김창집 2016. 4. 1. 01:37

 

 

'잔인 한 달' 4월이다.

제주에서는 오늘부터 10일까지 열흘 동안

왕벚꽃 축제를 연다.

 

왕벚꽃이 일본의 국화이고

즐겨 심으며 많은 개량종을 냈지만

원래 자생지가 한라산 기슭이다.

 

그래서 제주의 왕벚꽃 축제는

열흘 동안이나 연다.

 

올해는 전농로나 광령 도로변,

그리고 곳곳에 조성된 벚꽃 거리에서

돌아가며 행사가 열린다.

 

그러나 4월 중순이 지나

한라산 기슭 높은 오름을 바라보면

벚꽃으로 하얗게 빛난다.

 

여러 가지 품종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는데

집 앞 소공원 왕벚꽃을 스케치 해보았다.

 

 

♧ 벚꽃 축제 - 박인혜

 

겨우네

비밀스레 숨어있던

그들이 환하게 피어났다

 

벚꽃 세상을 만들었다

 

벚꽃을 닮은 사람들이 다가오자

벚꽃은 꽃잎을 날리며 환영해준다

 

벚꽃의 세상이다

 

벚꽃아래 옹기종이 모여앉아 점심을 먹는다

벚꽃 같은 사랑을 피고자 하는 연인들이 모여 든다

벚꽃 닮은 강아지가 뛰어 다닌다

벚꽃과 함께 아이들이 웃는다

 

벚꽃세상의 사람들이

벚꽃아래에서

벚꽃처럼 즐거워한다

벚꽃세상에 모여든 사람들의 마음은

벚꽃처럼 아름답다  

 

 

♧ 벚꽃을 보며 - 강진규

 

내가 앓다 버린 신열의 모서리마다

생의 즐비한 가벼운 노래

오늘은 해종일 눈이 부시다

 

생이 닿지 않는 곳이 있다면 끝끝내

내 생은 부풀어 더욱 가득해지리라

질긴 몸서리마다 꿈이 되어

내 한생 질곡을 환히 밝히려드는가

 

오는 봄을 즐겨 곱게 폈다가

가는 철없는 내 사랑

스스럼없이 부서져 흩어진다

날개마저 달고 싶지 않은 세상으로

오늘은 울음의 길을 펑펑 내고 있다.

   

 

♧ 흩날리는 벚꽃(192) - 손정모

 

고개를 드니

따끔거리는 사월의 햇살이

수목의 잎새에

물결처럼 흘러내린다.

 

만발한 벚꽃

눈부시게 흐드러진 산야에서

미모의 여류 시인

서서히 마음을 연다.

 

벚꽃, 하도 아름다워

미소라도 짓지 않으면

서러움에

눈물 흐를까 봐

 

불그레한 눈빛으로

자신의 향기를 탐미하는

대자연을 향해, 그녀

흩날리는 벚꽃이 된다.

 

 

♧ 벚꽃 - 권도중

 

잿빛 날들 지나와

어느새 아득한 곳으로 만개하여

온 하늘 가득하다 못해

치마폭 내리듯

먼 하늘 아래로 지다

 

아직도 옥양목 빨래 같은 빛으로 살아

목피 속 가득 감추어 흘러와

희게 베어 나오는 가지마다

살 속에까지 번져있는 벚꽃 물들임이여

 

너의 마음 이렇게

벚꽃으로 오는구나

   

 

♧ 무심천 벚꽃 1 - 김희숙

 

이른 봄

정갈하게 마음씻고

녹아내리는 봄기운으로

온 몸을 뒤 틀면서

영롱한 햇살 오롯하게 받았지요

 

무심천의 수면은 심장처럼 울렁이고

햇볕은 다글다글 끓어대면서

살랑바람으로 고요한 가슴에

파문을 피워 올렸어요

 

몇 번인가

천천히 뿌리 밑둥부터

피가 역류하는 듯한 열기가

의식의 후미진 곳에서

애인을 애무하듯 뿜어 나왔지요

 

영혼과 육체가 하나 되어

물 속같고 진공같은 틈을 비집고

밝은 햇살 속으로 가뭇없이 사라지듯

삶의 내밀한 고갱이

세상 속에 터트렸지요

 

 

♧ 벚꽃처럼 져내려도 - 김하인

 

남녀가 같이 있는 것만큼 기쁜 일 어디 있겠습니까.

서로 좋아하고 사랑하기만 한다면 달도 해도 맘대로 방 안에서 띄우고 저물게 할 것입니다.

서로 그리워만 한다면 함께 누운 곳마다 수풀 생기고 산과 계곡이 낳아지고 냇물과 강이 분만된 새 세상이 매일 아침처럼 돋고 저녁처럼 지는 것을 함께 볼 것입니다.

서로 사랑하기만 한다면 사랑으로만 살기 원했듯 사랑만으로 죽는 것도 좋습니다.

벚꽃처럼 화려한 절정에서 한꺼번에 이 세상 모든 게 져내려도 좋습니다.

함께 있어서 좋은 관계만큼 아름다운 꽃나무도 없고 향기롭게 설레는 일은 도무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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