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제68주년 추념일을 맞아
억울하게 희생된 4.3영령들께 삼가 명복을 빌며
희생자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씀드립니다.
♧ 제주 4‧3 사건
제주4.3사건은 1947년 3월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 3일(음력 2월 24일) 새벽 1시 한라산과 제주지역의 89개 오름에 일제히 봉화가 오르면서 터진 사건으로 아직까지도 좌파(左派)나 우파(右派)가 자신들의 입장에서 해석하고 있으며, 정확한 명칭도 정해지지 않았으나, 머지않은 장래에 역사가들에 의해 정당한 평가가 내려질 것이다.
다음은 4.3사건에 대하여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언급된 내용이다.
① ‘4‧3특별법’ 제2조 - 1947년 3월1일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함.
②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결론 부분 - 1947년 3월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경찰‧서청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단선‧단정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536쪽).
♧ 4‧3문학의 현장을 찾아서(행사 안내)
현기영의 ‘도령마루의 까마귀’
*일시 : 4월 9일(토) 09:00~13:00
*장소 : 제주시 도령마루(해태동산) 일대
*주최 : 사단법인 제주작가회의
*집결 : 제주도의회 주차장(09:00) - 도령마루(10:00) - 4.3해원상생굿(13:00)
♧ 추모시 : 그릅서, 가게마씀 - 강덕환
이래덜 오십서, 안자리에 앉으십서
다랑곶 더렁굴에서
징준이 함박이굴에서
너븐드르 방일리에서
새비리 모롬에서
한 날 한 시에 죽지도 못허영
고넹이동산에서 배염나리 바게밧에서
걸시오름 어스승 곶자왈에서
소개내린 도두리 돔박웃홈에서
오도롱 호병밭에서
이래 돌악 저래 곱악
삐어졍 댕기단 죽곡
태 솔아분 디서도 못 죽엉
육지더레 실러불곡, 바당에 드르쳐불엉
어떵 되분처래도 몰르게
좀팍만헌 봉분 하나 어신 영혼님네
원미그릇에 수저 걸치곡, 청감주 올령
이제사 오십센 청허염시매
하다 칭원허게 생각말앙
도똣헌 안자리로 오십서
젖은 옷 이시민 잽찔앙 몰류곡
하근디 뽀삼시민 여점 직산했당
그릅서, 이디서 몽케지 말앙 그릅서
조손덜신디랑 놈이영 궂은 일 어시
잘 살암시랜 골아두곡
아흔 아홉 골머리 굴미굴산
그 질로 우터래 굳장 가민 어리목 미여지벵디
그 너머 족은드레왓광 큰드레왓
거기가 청산이도 서천꽃밭 아닙디가
일흔 해가 보디어가도
아직도 눈 곰지못허영 칭원헌 원혼덜
헤쓰곡 가르쌍 그믓 긋잰허는 싀상
춤 탁탁 박가 뒁
보름질, 구름질에 재게 그릅서
이제 다 털어부러뒁 가게마씀
♧ 제주 4.3 61주년에 내보냈던
작가 현기영의 평화기원문
봄빛 완연한 좋은 절기에 하늘과 바다는 더욱 푸르러지고, 겨울의 묵은 풀들은 흙으로 돌아가 그 위로 새로운 생명들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만물이 죽음을 뚫고 새 생명을 얻고 있는 이 시간, 우리는 죽음이 아닌 생명과 평화의 이름으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아, 4.3의 영령들이시여. 아, 수만의 떼주검이여. 달랠 길 없는 그 원한과 분노여. 인생의 삼분지 일도 못 살고, 전도양양한 모든 가능성을 빼앗긴 채 요절한 수많은 젊음들이여.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죽어간 수많은 늙신네, 아낙네, 아이들이여. 아, 입으로도 글자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전대미문의 참극이여.
살아남았어도, 죽은 듯이 살아야 했고,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억압과 치욕의 세월, 울음과 탄식이 금지되었던 세월이었습니다. 떼주검이 널렸던 밭에서 평생 피냄새를 맡으며 농사지은 어머니들과 아버지들, 날만 궂으면 얻어맞은 묵은 상처가 도져 서럽게 술로 달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그 분들 중에는 군사독재가 물러난 지금에도 순경이 무서워 지서 앞을 피해가고, 군복만 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지난 세월, 역대 독재정권들은 그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기 위해 얼마나 용의주도하게 우리 도민을 억압해 왔던가요. 그 사건을 무서운 금기의 영역에 가두어 놓고, 그 사건에 대한 발설을 막고, 기억을 말살하려는 이른바 ‘망각의 정치’를 구사해 온 그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진보한다고 우리는 믿었고, 그 믿음이 마침내 승리하여, 4.3은 오랜 억압을 뚫고, 마침내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4.3 61주년을 맞고 있습니다. 사람으로 치자면 환갑을 넘긴 세월입니다. 그 세월의 무게만큼 정신적으로 성숙해진 우리는 이제 증오와 원한의 세월을 보내 버리고, 화해와 상생의 새 역사를 열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4.3 이후 승승장구의 일생을 보냈던 가해자들, 그들 역시 60여 년의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하릴없이 늙어 흙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은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시대가 지나고 손자의 시대가 와 있는 지금, 우리가 증오와 원한이 아닌 화해와 상생을 논의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4.3의 가혹한 경험이 생산적인 동력이 될 수 있기를 우리는 소망합니다. 4.3의 죽음이 헛된 것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죽음이 아닌 생명과 평화를 만들 수 있기를 우리는 소망합니다.
좌와 우, 그 어느 쪽 이데올로기도 인간의 몸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수만의 인간 신체들이 이데올로기의 이름으로 파괴당한 4.3의 대참사에서 우리는 그 이데올로기들이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똑똑히 보았습니다. 자유를 위해 민중을 파괴한다면 그것은 자유가 아니고, 민주주의를 위해 민중을 파괴한다면 역시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이제 우리는 4.3의 참혹한 비극의 기억을 상생과 평화의 비전으로 승화시키기를 소망합니다.
4.3은 양대 이데올로기의 충돌과 미국의 세계전략 속에서 발생한 사태이므로, 우리 제주도민은 세계를 향하여 당당하게 평화를 외칠 자격이 있습니다. 이제 4.3의 참혹한 수난 경험의 바탕 위에서 세계를 향하여 평화의 프로그램을 그릴 수 있기를 우리는 소망합니다. 그렇습니다. 그것이 4.3 조상님들을 가장 잘 진혼하는 길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우리의 소망에 찬물 끼얹는 일들이 생겼습니다. 독재 정권 시절도 아니고, 민주화되었다는 세상에 기상천외의 역사 퇴행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역사 교과서 수정과 4.3특별법 수정 요구가 그것입니다. 도민의 열화 같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요지부동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우리의 선두에서 싸우고 있는 시민단체 여러분들께 격려의 뜨거운 마음을 전합니다. 그렇습니다. 이 음모들이 관철된다면, 그것은 4.3을 또 한 번 죽이는 폭거가 될 것입니다.
아, 함성처럼 피어난 저 노란 유채꽃 무리에서 우리는 4.3조상님들의 분노를 보는 듯합니다. 전쟁과 폭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전쟁과 폭력으로 이룩되는 평화는 더더욱 없습니다. 4.3사태로 무참히 깨지기 전, 우리 제주도는 멀리 탐라시대부터 면면히 이어져 온 상부상조의 평화로운 공동체였습니다.
우리는 다시 그 평화의 전통을 이어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평화는 평화가 낳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후손에게 반인간 사상, 반생명 사상을 물려 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무기 없는 평화의 땅, 평화의 섬을 원합니다. 우리 후손에게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물려주기를 소망합니다.
하늘이여, 부디 이 땅을 굽어 살피소서. 이 땅의 자식들에게 힘과 용기와 지혜를 베풀어 주소서.
(전시마당 : 4.3문화축전 아카이브 전'에서)
○ 천수경 - 삼보사(三寶寺)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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