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 3국으로 떠나면서

 

1년 만에 다시 해외나들이 간다.

오늘 출발하여 8박 9일.

 

가는 곳은 요즘 들어 알려지기 시작한 발트 3국

옛 소비에트연방(소련)에 속했던

북유럽과 동유럽의 관문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모스크바 바로 서쪽에 이웃해 있어서

모스크바 공항을 통해 가게 되어

모스크바만 둘러보기도 한다.

 

다리가 떨릴 때 떠나려 하지 말고

가슴이 떨릴 때 떠나라고

기회가 있는 대로 다녀온다는 것이

탐문회 식구 45명이나 몰려다닐 것이다.

 

여행의 본질은

잘 보고 잘 먹고 잘 노는 것

함께 즐거운 여행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사진은 라일락.

   

 

♧ 흔들리는 것에 대하여 - 최영희

 

밤에는 달빛이 흔들리더니

낮에는 하늘이,

오늘은

나뭇잎 따라 땅이 흔들린다

 

모스크바 광장의 붉은 깃발의 색깔이

바람에 흔들거리고

인터넷망을 따라 세계의 지축이

늘어졌다 댕겨졌다 한 눈에 들고 난다

쏘아올린 위성은 또

지구의 축을 흔든다

 

좁은 내 시야 문은 열리고

나를 가둔 나의 성이

흔들거린다

 

세상이 흔들거린다

빙빙 돌아간다

부서진다

혼돈의 나.

 

 

♧ 동유럽, 여행 일기(1) - 유소례

 

별천지 요람지를 찾아 헤매는

유랑자처럼 리무진버스가

푸른 평원을 온 종일 달린다

 

체코에서 오스트리아로 가는

어느 길목,

몽매간도 못 잊을 편편 그림 전시장이다

 

자연의 싱그러움 속에

그들의 마음을 내려놓고

에덴 같은 꿈을 풀어

한땀 한땀 쌓아가는 축복의 동산

 

지붕보다 훨씬 웃자란 튼실한 나무 사이 사이

보일 듯 말 듯 빨간 지붕,

다락방 둥근 창에 오밀조밀 대화하는

꽃이 손 흔들어 그 안의 비밀한 사랑을 자랑하듯

 

부러운 내 안의 날개가

옛시절 초록 정원에 꿈꾸어 놓은

내 빨강 불란서식 집으로 날아간다

 

아 - 그것은 가버린 한편의 꿈이었지.

  

 

♧ 내가 모스크바에서 돌아올 때 - 이향아

 

내가 모스크바에서 돌아올 때

몰래 보따리에 싸가지고 온 것이 있다

김포공항 세관원에게 들키지 않고

몇 가지 감추어 들여온 것이 있다

소련산 한국 여자 아라이 모로즈

아라이 모로즈의 슬픈 금니빨

금니빨 가득한 노랑 웃음과

늙은 작가들의 집, 페레델키노의

민들레 들판과 자작나무와

유월, 한밤에도 저물지 않는

발트해로 흘러가는 백야의 강물

파스테르나크여, 나의 사랑과

사과꽃 하얀 나타샤의 집

알마아타 시장 신씨 아주머니의

김치를 퍼 담던 주름진 손등

서커스 곰의 뒤뚱이는 걸음과

내 젊은 날의 언덕이던

아, 토스토예프스키와

뻬제르스부르그

 

 

♧ 유럽의 집시를 만나다 - 김윤자

     -벨기에 문학기행

 

결코 남루하지 않은 남자

언어로 말하지 않고

눈으로, 표정으로 말하는 사람

집시의 낭만이 뚝뚝 흐르는 옷깃에서

생의 자유를 공유하는 턱수염에서

경계선을 넘어선 아름다움이다.

파리 노드역에서 같은 의자에 앉아있던 그 남자가

벨기에 브뤼셀 기차역에서 다시 만났을 때는

그가 더 큰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집을 이고 다니는 사람

보퉁이 몇 개를 양손에 들고, 등에 지고

멈추어 서서 잠시 보다가

계면쩍은 걸음으로 급히 달아난다.

인간에 대한, 세상에 대한

울안을 몰래 들여다보다가 들켜버린 시선

그의 젖은 우수가

사람들 곁에서 바람처럼 날아갔지만

두고 간 연민의 그림자는

아직도 내 가슴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 발트 3국 여행 일정표(8박9일)

 

4/20(수) 제주 - 김포 - 인천 - 모스크바 - 리투아니아 빌뉴스

4/21(목) 빌뉴스 : 새벽의 문 - 성카지미엘스 성당 - 빌뉴스구청사 -게다미나스 언덕

             트라카이 : 트라카이성 - 드루스키닌카이 메아리공원

4/22(금) 카우나스 : 카우나스성과 구시가지

             샤울라이 : 십자가 언덕 - 도심 관광(동유럽의 파리)

             라트비아 : 리가 구시가지(유네스코세계문화유간)

4/23(토) 라트비아 : 룬달레공원 및 장미정원

             리가 : 자유의 여신상 - 시계탑 - 화약탑 - 스웨덴문 - 사에마국회의사당

             삼형제건물 - 이가성 - 돔성당 - 검은머리전당 - 피터성당 전망대

4/24(일) 라트비아 : 시굴다 - 구트마나스 사암절벽

             에스토니아 : 타르투 신의 정원 - 투라이다 중세성 - 사랑의 동굴

4/25(월) 타르투 시내관광 : 에마강 - 벌거벗은 부자상 - 키스하는 학생상 -타르투대학

             토매메기 언덕 - 타르투비숍성당

             탈린 : 중세풍의 성벽과 교회 첨탑 - 구시가지(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국회의사당 광장 - 러시아정교회 알렉산드레냅스키 교회 - 톰베이언덕

4/26(화) 탈린 : 다리삼거리 - 구시청사와 광장 - 중세약국 - 예술가의 거리 - 도미니카 수도원

             모스크바 : 바라뵤비 언덕(구 레닌언덕) - 모스크바국립대학교

4/27(수) 크레믈린 궁 - 붉은광장 - 무명용사의 묘 등 - 모스크바 공항 출발

4/28(목) 인천공항 - 김포공항 - 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