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해외 나들이

리가의 저녁과 아침 풍경

김창집 2016. 4. 29. 02:28

 

  리가(Riga)는 서드비나 강가에 자리하고 있는 라트비아의 수도인데, 리보니아의 주교였던 알베르토 1세가 1201년 이곳에 도시를 건설하고 주교관구를 세우면서 도시의 면모를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후 리가는 1282년 한자동맹에 가입하면서, 리가만과 가까운 교통의 요지여서 발트 해에서 중요한 무역중심지로 발달했다. 그래서 리가는 폴란드나 스웨덴에 의해 통치될 때도 행정자치권이 허용될 정도였다.

 

  1710년을 전후하여 러시아에 의해 점령되었으며, 1721에 스웨덴이 공식적으로 러시아에게 이양했다. 소비에트연방에 합병된 것은 1940년이며, 1991년 소련이 8월 쿠데타에 실패하자 나라에서 요청해서 독립을 인정받았고, 독립국가연합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해안에 있는 성(城)과 1215년경에 세워진 도마 대성당, 중세의 상인 가옥들과 상점 등 많은 유적들이 남아 있다.

사진은 저녁에 시가지를 돌다 만난 석양에 비친 건물들의 모습과 호텔로 들어가다 본 장면,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강가를 산책하면서 찍은 모습들이다.

 

 

♧ 도시 불빛 - 양인숙

 

나는 오래된 그늘이었다

길들여지지 않은 섬 바람에

세상이 눈부셔 바닥 밑으로 물꼬를 틀던

칸나 뿌리의 불온한 문신이었다

질기디 질긴 습성으로 숨겨진 비명을 지른다

거센 보폭의 해일이 넘칠 때

잃어버린 지도를 따라 나선다

해가 진 뒤 음습한 뒷골목에 서식하기 시작하는 도시의 불빛

쇼윈도마다 마녀의 눈썹처럼 숱이 무성한 주술의 달빛

밤이 새도록

구름 바벨탑이 뜯겨나간다

첨탑 끝 십자가에 걸린

불빛, 핏물 흥건히 쏟는다

고층 빌딩의 불켜진 감옥마다 창틀 완강히 닫힌다

불빛, 닫혀진 방마다 블라인드 사이에 끼인다

돌아갈 방을 만들지 않았으므로

퇴화한 날개 죽지 파닥이며

무인도를 건넌다 시체 몇 몇 달빛 바다에 잠긴다

흑백도시의 관 뚜껑을 열면 만선을 잃어버린

슬픈 어족의 비늘

돌아갈 방을 만들지 않는 그늘이 허공으로만 뿌리 뻗는다

 

 

♧ 이방인 - (宵火)고은영

 

이제 방황을 끝내고 싶다

낯선 이곳에서의 방황을 끝내고 싶다

방황은 방황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저 방황일 뿐이고

늘 바람을 동반한 아픔이다

눈을 씻고 찾아야 원하는 필요는 어디에도 없었다

 

나의 빈곤하고 후줄근한 저고리 주머니엔

세상을 탈환하고픈 욕망에

화려한 비상을 꿈꾸는 몇 장의 지폐와

떨어진 단추 하나와 몇 년 동안 쌓인 먼지만이 숨을 쉬고

구겨진 지폐는 끝없는 탈옥을 희망하고 있다

 

산다는 것은 피곤한 일 피곤한 만큼 힘든 일

힘든 만큼 괴로운 일 괴로운 만큼 슬픈 일

슬픈 만큼 서럽고 서러운 만큼 아픈 일이다

기쁨도 찰나고 행복도 쥐 꼬리만 하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나 간절하게 기뻐지기를 원하는가

행복해 지기를 절실히 원하는가

정녕 따듯한 가슴을 바라고 정겹게 보듬고 싶어하는가

 

이제 방황을 끝내고 싶다

지리한 시간과 추한 탐욕과 죄의 가랑이 사이

숨 쉬는 욕망의 끄나풀들

방황은 그저 방황일 뿐이고 보편적인 삶 가운데

그 흔한 사람의 온기 하나 세상은 나에게 주지 않았다

 

나의 방황은 여기서 끝나야 한다

늘 낯선 길을 걷고 낯선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치고

스치는 모든 것들의 무관심과 건조한 몰인정과

무료하고 나태한 획일주의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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