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황매산으로 떠나면서

김창집 2016. 4. 30. 07:05

 

발트 3국을 다녀온 지 얼마 안 되었는데

계획이 먼저 서 있어

다시 황매산으로 간다.

 

체력이 받쳐 줄는지 의문이지만

언제나 안 가본 산을 오를 땐 가슴이 뛴다.

 

기암괴석과 철쭉으로 유명한 높이 1,108m의

소백산맥에 솟은 봉우리.

 

오늘 아침 일찍 대구공항으로 날아가

황매산에 올랐다가

내일은 주변을 둘러보고 내일 돌아오게 된다.

 

어제 오름에서 본

금새우란을 올려본다.

 

 

♧ 침묵하는 합천호에 봄은 언제오려나 - 산월 최길준

 

황매산

철 지난 철쭉이

푸른 옷으로 갈아입었다

붉게 수놓던 꽃들의 축제가 사라진 산 능선

얼마나 많은 슬픔이 있었기에

눈물은 마른 골짜기로 흘러 호수를 만들었나

세월을 낚는 강태공

밀집모자에 내려앉은 고추잠자리

호수위에 부서지는 은빛햇살이

그림 같은 산 그림자 누이며

물빛고운 합천호에 내려앉아 오수를 즐긴다

무엇이 그토록

가슴을 할퀴었던가

소리 없는 통곡과 울분을

길 가던 나그네 지친 삶을 벗어던지고

능소화 곱게 핀 그늘 아래서 낮잠을 잔다

무심한 세월의 애달픈 흔적들

침묵하는 합천호에 봄은 언제 오려나

   

 

♧ 철쭉 - 윤인구

 

멋대로 스러져도 좋겠다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연분홍 꽃향기

버거운 숨 잠시 놓아버릴까

아니야 나는 쑥국새가 아니야

 

간밤에 황매산에 비가 내려서

이봐요, 지난밤 고독을 얘기합시다

지들끼리 모여서 수다를 떨다가 그만

툭 툭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네

 

새파란 열일곱 살

장박리 부잣집에 시집가더니

골골거리던 서방님 죽고 탈상도 안지나

떡갈재 철쭉꽃 몸살나게 붉던 날

쑥꾹 쑥꾹새 따라 달아났다고

 

멋모르고 온 산에 꽃불을 질렀네

때가되면 시들어 지고 우는 꽃이 아니야

어느 봄날

미련 없이 꽃잎을 벗어버리지

진한 연분홍 꽃향기 속에 묻히고 싶었네

쑥꾹쑥꾹 애타는 쑥국새 울음소리

온 산에 꽃불을 질러대는

   

 

♧ 상어 - 최남균

 

황매산 철쭉이 봄물 게워놓을 때

사람들은 봄맞이 가고

도시의 상어는

몸을 비틀어 바다의 비린내를 게워낸다

깜박거리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형광등이 켜지는 순간

빛의 파장에서 적외선을 보았다

지느러미가 스치기만 해도

철쭉이 바람결에 선혈을 뿌리듯

주변을 붉게 물들였던 지난 세월

보라색 언저리에 오만한 비웃음

누구도 볼 수 없었던 빛깔을 보았다

허울 좋은 갑옷이 빗발치는 화살을 뚫고

얼마나 많은 상처를 남겼던가

거친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

밤마다 칼을 갈 듯

날카로운 명분으로 죽어간 사람들을 위해

나는 무엇을 했던가

상어가 사람을 잡아먹고 산다는 사실이

거짓이라고 말했던 그 입에서

메아리치는 파도를 게워내고 있다

 


'디카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버이날에 술패랭이꽃을  (0) 2016.05.08
한라식물 열다섯 번째 전시회에서  (0) 2016.05.03
초록빛 들판에 서서  (0) 2016.04.18
꽃마리 작은 꽃  (0) 2016.04.16
참식나무 새싹이 피워낸 꽃  (0) 2016.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