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한라식물 열다섯 번째 전시회에서

김창집 2016. 5. 3. 10:31

 

한라식물사랑회가 주최하는

열다섯 번째 한라식물전시회가

지난 4월29일부터 5월1일까지

제주학생문화원 전시실에서 있었다.

 

마침 발틱 3국과 모스크바 여행에서 돌아와

황매산 답사가기 하루 전,

오름 9기와 같이 오름에 다녀온 날이었기

일행과 함께 다녀왔다.

 

식물전시회의 특성상

계절이나 시물의 종을 무시할 순 없지만

분재 위주의 외래종이 많아

아쉬움은 있었으나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실내에 전시된 것들이어서 대충 찍을 수밖에 없었기에

사진 몇 장만 골라 시와 같이 올린다.

   

 

♧ 두루미꽃 - 김승기

 

오로지 학처럼 살려고 애써왔다

두루미를 보려고

작은 유혹에도 쉽게 끌리는 배고픔을 참으며

겨울하늘을 따듯하게 품었다

 

왜 두루미는 겨울에만 올까?

 

끝내 학이 되지 못하고 살아온

어느 겨울의 철원평야

무리지어 날아와 내려앉는 두루미 재두루미

한 알의 落穀낙곡을 두고 서로 다투는 허상을 보았다

 

그 후론 여름 백로를 이해하면서도

해마다 겨울은 더 추웠다

둘러보면 모든 게 풍요롭기만 한 세상인데

오히려 갈수록 배고픈 세월

다시 학이 될 수 있을까

 

이제는 그냥 여름산 숲속에서 춤추는 꽃으로 앉아

마냥 하얗게 웃고 싶다  

 

 

♧ 초롱꽃 - 유안진

 

문빗장 절로 벗겨졌나

열리고는 닫기지 않는 가슴

 

그 누가 불러내는가

한사코 뻗친 길을 간다

 

외진 이 기슭에 와 만난

전생의 내 모양 초롱꽃

 

그대 날 돌려 세웠으나

뒤돌아 도로 안길 수밖에 없듯

 

간절코 안타까운 매디마다 정수리마다

이슬 젖은 맨발로 별은 와서 열렸어라

 

이 등불 건네다보며

절간의 쇠북도 울음 삭이리.

 

 

♧ 피뿌리풀꽃 - 양전형

 

뿌리에 흐르는 피 끌어올려

꽃소리로 나를 말하겠네

뒤안길엔 아린 무자년도 있지만

속세의 각다귀판은

가풀진 오름 깊이 묻었네

 

제주 민중의 피가 이리 곱게 사붉었네

노을도 부끄러워 조용히 눈 감는데

누구든 내 핀 가슴 보면

먼발치서 애간장만 태우시게

 

저 하늘에다 대고 청정하지 못한 사람

그 가슴패기 함부로

나를 만지려 들지 말게

온몸 피 다 쏟아내며

오름 비탈에 눕고 마네

   

 

♧ 봄날은 간다 2 - 권오범

 

바람의 속삭임 친절해

맘 놓고 눈 떴을

비비추 윤판나물 둥굴레 관중

꽃샘에 놀라 쫑긋해진 청순한 귀

황사보다 더 너저분하게

확성기 시켜 오염시키는

2012년 춘삼월

속 보이는 선거 소음 공약

복지 공수표 남발에

악취나는 사찰 감찰 표절 폭로 비방 흠집 내기 꼼수에

미치광이들까지 뒤섞여

찜찜한 악수로 꼴값하거나 말거나

줄사철은 못 들은 척

아름드리 양버즘

감고 에돌 시간 없다는 듯

벌써 5미터 쯤 기어오르는 중이고

    

 

♧ 개불알과 털요강 - 김내식

 

시골의 밭둑가에 피어있는

파아란 개불알풀꽃

우리는 기억하지 못하나

어렵게 살아오신 할머니들은 다 아신다

내 자식이 귀하면 귀할수록

천박하게 불러주어

둥근 모습으로 존재하여

원만하기를 기대한다

 

백두대간의 외동 딸

복주머니란에게

털요강꽃이란 이름 지어

다산과 무병 기원한다

 

아는지 모르는지

노란 개나리꽃 울타리 밑에

복실 강아지가 불알에 꽃 달고

혀 바닥 쏙 내밀고

뒹굴며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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