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합천 황매산엘 다녀왔습니다.
그렇지만 황매산 철쭉제는 5월1일(어제)부터 시작되어
오는 18일까지 22일까지 약 3주간에 걸쳐 실시됩니다.
장기간 발트3국을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다른 사람들이 걱정을 했고
나 자신도 반신반의했지만
기회가 주어졌을 때 가야 한다는 신념으로
황매산 7시간 종주를 거뜬히 소화하고
어제는 5시간 비슬산까지 올랐습니다.
황매산 전체적으로는 30%쯤 피었다고 해야겠지만
산철쭉 능선엔 일부가 활짝 피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고
많은 상춘객이 몰려들어
꽃을 보며 즐거워하는 걸 보고 왔습니다.
이 봄
활짝 갠 날을 택해
짧은 야영장 코스로라도 한 번 들러봄이 어떠한지요?
♧ 철쭉꽃 무리로 피는 그리움 - 정영자
막아야 되네,
지리산 운봉자락 아래
잎만 키 높이로 내려다보는 철쭉 능선을 너머
바람 속에 오르네,
앞서거니 뒤서거니
지나온 길,
그래도 할 말은 남아
꽃으로 피고 있나.
천년만년을 기다려
꽃으로 피고
보고 싶은 마음은 꽃몽오리에 담아
운봉너머 바래봉까지
아직도
그리움 남아서 꽃이 필 것이라는 데,
철쭉골 능선 오솔길에
사랑 하나
실바람 꽃타래로 지나고 있다.
함께 떠났지만
숲길에서 잃어버린
사람,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잃어버려
꽃무리로 피는 그리움,
피고 지고, 피고 지고
억만년을 기다리는 것이네.
♧ 바래봉 철쭉 - 권경업
그대 바라볼 수 있음은
소리치지 못하는 환희입니다
화냥기라구요?
아니에요, 그저 바라만보다 시드는
바래봉 노을입니다
아니 노을 같은 눈물입니다
눈물 같은 고백입니다
♧ 철쭉꽃 - 양전형
다 펼친 게 아름다운가
다 숨긴 게 아름다운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세상은
거침없이 속 다 꺼낸 너를 용서한다
붉은 고백 하나로도
너는 죄를 다 씻었다
네 붉은 입술에 하늘이 내려앉아
묵묵히 불타고 있구나
아, 너의 뜨거움을 바라봄으로
너의 소갈머리 닮은 꽃눈이 지금
북풍설한의 빙점 똟고 돋아난
내 안의 꽃눈들이 지금,
아아 나는 몰라요 그대여!
나 지금 철쭉이어요 피고 싶어요
♧ 문 여는 꽃, 문 닫는 꽃 - 김종제
한탄강 적벽에 기대어 앉아
피다가 만 산벚꽃
지다가 만 산철쭉꽃
내 안에 있다가
닫힌 마음의 창문 열어주는 사람
내 밖에 있다가
열린 마음의 빗장 걸어주는 사람
땅속 깊은 곳에서 올라와
마음 끼리 부딪히면서
이제사 문 여는 꽃
지금 막 문 닫는 꽃
꽃속에도 개심사(開心寺) 같은
절 한 채 있는데
번뇌를 물리쳐주는 일주문도 없고
업을 끊어주는 사천왕도 없이
산사로 향해 열린 길 올라가면
길의 문(門) 막고 서 있는 꽃
닫힌 마음을 열어주는 사람
열린 마음을 닫아주는 사람
저절로 피고 지는
저절로 열고 닫는
꽃의 마음을 알 수가 없어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먼곳에서 바라만 보고 있다가
대웅전에 기대어 앉아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황금꽃
축축한 시선에
봄비가 세상을 가득 덮어버리는데
이슬비 같은 마음에 젖어
목숨 열어 놓고 있는 꽃
가랑비 같은 마음에 젖어
목숨 닫아 놓고 가는 꽃
그 꽃 안으로 붉은 적벽 강물이
마음 열어 놓고 절로 흘러간다
♧ 두루봉에 핀 산철쭉 - 한길수
두루봉 피 묻은 산철쭉 피어
산은 지금도 어린아이 소리를 낸다
사내도 계집도 아닌 산이 낳은 아이
산 아래 세상 기웃거리다 눈멀었다던
시름시름 앓다가 숨 거둔 아기 무덤
봄마다 늙은 여우가 뿌리고 가는 꽃
두루봉 동굴이 세상에 알려지던 날
늙은 여우는 목쉰 울음을 컹컹 토했다
소문엔 여우 잡으러 동굴 들어간 광부
자신의 간 꺼내 늙은 여우 잡았으나
눈 맞아 살림 차려 낳은 아이일거라고
늙은 여우가 언제부터 그솟에 살았는지
사만 년 지난 올 봄도 산철쭉이 피었다
불타는 별똥별이 떨어진 자리
간이 없는 광부의 유골과
성기가 없는 아이 뼈가 발굴된 동굴
지금도 늙은 여우가 살고 있는지
산기슭에 새 주막집이 생기고
아련히 주술 같은 아기 울음 들린다
봄마다 늙은 여우가 뿌리고 가는 꽃
♧ 철쭉제 - 가영심
우리들
이름 없는 풀잎에서
이 시대의 어둠까지
魂혼이 되어
떠도는 한 마리 나비처럼
이름 모를 山河산하를 헤매는가.
부르르 부르르
몸 떨며
신음하며 외쳐부르는
너와 우리와
조국의 이름이여.
그대들
뜨거운 입술이 타는
피같이 붉은 꽃송이로
벙그는 아픔.
곳곳마다
불 지르는 山산철쭉 가슴들아.
시퍼런 匕首비수 물고
지리산 계곡 뒤흔들고 휩쓸어
내려오던 바람이
태백에서
무등에서
한라에까지
이 땅 위에 뜨겁게 血脈혈맥 뛰는
봄이 오고 있을 때
이 땅 위에
또다시 봄이 오고 있을 때
그대들
봄의 정령에 입맞춤하면서
부활의 祭제 올리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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