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국내 나들이

황매산 철쭉제

김창집 2016. 5. 2. 10:04

 

지난 토요일 합천 황매산엘 다녀왔습니다.

그렇지만 황매산 철쭉제는 5월1일(어제)부터 시작되어

오는 18일까지 22일까지 약 3주간에 걸쳐 실시됩니다.

 

장기간 발트3국을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다른 사람들이 걱정을 했고

나 자신도 반신반의했지만

기회가 주어졌을 때 가야 한다는 신념으로

황매산 7시간 종주를 거뜬히 소화하고

어제는 5시간 비슬산까지 올랐습니다.

 

황매산 전체적으로는 30%쯤 피었다고 해야겠지만

산철쭉 능선엔 일부가 활짝 피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고

많은 상춘객이 몰려들어

꽃을 보며 즐거워하는 걸 보고 왔습니다.

 

이 봄

활짝 갠 날을 택해

짧은 야영장 코스로라도 한 번 들러봄이 어떠한지요?

   

 

♧ 철쭉꽃 무리로 피는 그리움 - 정영자

 

막아야 되네,

 

지리산 운봉자락 아래

잎만 키 높이로 내려다보는 철쭉 능선을 너머

바람 속에 오르네,

 

앞서거니 뒤서거니

지나온 길,

그래도 할 말은 남아

꽃으로 피고 있나.

 

천년만년을 기다려

꽃으로 피고

보고 싶은 마음은 꽃몽오리에 담아

 

운봉너머 바래봉까지

아직도

그리움 남아서 꽃이 필 것이라는 데,

철쭉골 능선 오솔길에

사랑 하나

실바람 꽃타래로 지나고 있다.

 

함께 떠났지만

숲길에서 잃어버린

사람,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잃어버려

꽃무리로 피는 그리움,

피고 지고, 피고 지고

억만년을 기다리는 것이네.  

 

 

♧ 바래봉 철쭉 - 권경업

 

그대 바라볼 수 있음은

소리치지 못하는 환희입니다

 

화냥기라구요?

아니에요, 그저 바라만보다 시드는

바래봉 노을입니다

 

아니 노을 같은 눈물입니다

눈물 같은 고백입니다

   

 

♧ 철쭉꽃 - 양전형

 

다 펼친 게 아름다운가

다 숨긴 게 아름다운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세상은

거침없이 속 다 꺼낸 너를 용서한다

붉은 고백 하나로도

너는 죄를 다 씻었다

네 붉은 입술에 하늘이 내려앉아

묵묵히 불타고 있구나

아, 너의 뜨거움을 바라봄으로

너의 소갈머리 닮은 꽃눈이 지금

북풍설한의 빙점 똟고 돋아난

내 안의 꽃눈들이 지금,

아아 나는 몰라요 그대여!

나 지금 철쭉이어요 피고 싶어요

   

 

♧ 문 여는 꽃, 문 닫는 꽃 - 김종제

 

한탄강 적벽에 기대어 앉아

피다가 만 산벚꽃

지다가 만 산철쭉꽃

내 안에 있다가

닫힌 마음의 창문 열어주는 사람

내 밖에 있다가

열린 마음의 빗장 걸어주는 사람

땅속 깊은 곳에서 올라와

마음 끼리 부딪히면서

이제사 문 여는 꽃

지금 막 문 닫는 꽃

꽃속에도 개심사(開心寺) 같은

절 한 채 있는데

번뇌를 물리쳐주는 일주문도 없고

업을 끊어주는 사천왕도 없이

산사로 향해 열린 길 올라가면

길의 문(門) 막고 서 있는 꽃

닫힌 마음을 열어주는 사람

열린 마음을 닫아주는 사람

저절로 피고 지는

저절로 열고 닫는

꽃의 마음을 알 수가 없어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먼곳에서 바라만 보고 있다가

대웅전에 기대어 앉아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황금꽃

축축한 시선에

봄비가 세상을 가득 덮어버리는데

이슬비 같은 마음에 젖어

목숨 열어 놓고 있는 꽃

가랑비 같은 마음에 젖어

목숨 닫아 놓고 가는 꽃

그 꽃 안으로 붉은 적벽 강물이

마음 열어 놓고 절로 흘러간다  

 

 

♧ 두루봉에 핀 산철쭉 - 한길수

 

두루봉 피 묻은 산철쭉 피어

산은 지금도 어린아이 소리를 낸다

사내도 계집도 아닌 산이 낳은 아이

산 아래 세상 기웃거리다 눈멀었다던

시름시름 앓다가 숨 거둔 아기 무덤

봄마다 늙은 여우가 뿌리고 가는 꽃

두루봉 동굴이 세상에 알려지던 날

늙은 여우는 목쉰 울음을 컹컹 토했다

소문엔 여우 잡으러 동굴 들어간 광부

자신의 간 꺼내 늙은 여우 잡았으나

눈 맞아 살림 차려 낳은 아이일거라고

늙은 여우가 언제부터 그솟에 살았는지

사만 년 지난 올 봄도 산철쭉이 피었다

불타는 별똥별이 떨어진 자리

간이 없는 광부의 유골과

성기가 없는 아이 뼈가 발굴된 동굴

지금도 늙은 여우가 살고 있는지

산기슭에 새 주막집이 생기고

아련히 주술 같은 아기 울음 들린다

봄마다 늙은 여우가 뿌리고 가는 꽃  

 

 

♧ 철쭉제 - 가영심

 

우리들

이름 없는 풀잎에서

이 시대의 어둠까지

魂혼이 되어

떠도는 한 마리 나비처럼

이름 모를 山河산하를 헤매는가.

 

부르르 부르르

몸 떨며

신음하며 외쳐부르는

너와 우리와

조국의 이름이여.

 

그대들

뜨거운 입술이 타는

피같이 붉은 꽃송이로

벙그는 아픔.

곳곳마다

불 지르는 山산철쭉 가슴들아.

 

시퍼런 匕首비수 물고

지리산 계곡 뒤흔들고 휩쓸어

내려오던 바람이

 

태백에서

무등에서

한라에까지

이 땅 위에 뜨겁게 血脈혈맥 뛰는

봄이 오고 있을 때

 

이 땅 위에

또다시 봄이 오고 있을 때

 

그대들

봄의 정령에 입맞춤하면서

부활의 祭제 올리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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