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국내 나들이

50년만의 나들이

김창집 2016. 7. 10. 23:39

*모시대



읍지역의 시골 고등학교 동창들을 이끌고

졸업 50년 만에 나들이 간다.

 

작년에 대구 경북 쪽으로 계획을 세워 며칠을 앞두고

메르스 때문에 불발되어 다시는 가잔 말 말자고 했는데,

올해 또 사정사정해서 결국 전라북도 쪽으로 유람을 떠난다.

 

이제는 할아버지가 되어

7순 기념으로 가게 된 여행.

 

힘든 부분은 줄이고

마음껏 먹고 즐기면서

모두들 건강하게 돌아왔으면, 하고 빌어본다.

      

711() 07:05 제주국제공항 도착 수속 08:05 광주행 출발

    08:50 광주공항 도착 선운산도립공원으로 출발

    10:50 고창 선운사 관람

    12:00 점심(풍천장어+복분자주)

    14:00 변산반도국립공원 - 채석강 - 격포 - 새만금간척지

    18:00 전주 도착, 저녁식사(전주비빔밥) 호텔 1


712() 07:00 기상, 세수, 식사 - 08:00 출발

    10:00 마이산도립공원 마이산탑

    12:00 무주구천동 도착 점심(산채정식)

    13:00 무주구천동 구경 즐기기

    15:30 용담댐

    17:00 전주 도착전주한옥마을 관람 후 식사(정식) 1

 

713() 07:00 기상, 세수, 식사 - 08:00 출발

    10:00 순창 강천산(강천사)

    11:00 순창고추장마을 - 12:00 남원(점심 : 추어탕) - 광한루원

    13:30 담양 죽녹원 -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 소쇄원 등

    15:30 광주공항 도착 수속 후 탑승 16:30 광주공항 출발

    17:15 제주공항도착 해산

        

 

여름, 선운사 - 김학철

 

여름 한 나절, 선운사 대웅전 뒤뜰엔

동백꽃 한 송이도 없고

쉬어 터진 술집 작부의 육자배기 한 가락 들리질 않고

뜨거운 바람만 뒤꿈치를 밀어

땀에 절은 나를 가라 한다.

 

대웅전 현판 하나

흐려서 구분 못하는 나를

가라, 가라 한다.

 

용마루 높이 올릴 기왓장에

선명하게 내 이름자 쓰고

서역 먼 길 가까이로 가려 했는데

동백 아닌 백일홍 붉은 꽃들이

슬며시 손을 들어

산문을 가리킨다.

 

졸 듯이 먼 산만 보다가

밀려서 돌아 나오는

여름, 선운사.

        

 

채석강 - 김윤자

 

어느 선비가

서해안 끝자락 변산반도까지 와서

학문을 닦았단 말인가

들고 가지도 못할 만큼 수많은 책들을

격포항 닭이봉 해변 언덕에

수북이 쌓아놓고 떠나갔음에

해풍과 세월이 켜켜이 다져놓은

초자연의 걸작품 앞에서

혹자는 시루떡을 쌓아올린 떡장바위라 부르고

혹자는 책장을 쌓아올린 책장바위라 부르고

절벽을 타고 흐르는 칼빛 바위림

집시의 날개로 솟아오르는 분무

당나라 이태백이 빠져죽은 강과 같아

채석강이라 부른다는데

달빛을 먹고 자란 뽀얀 속살이

생명의 빛으로 바다의 혼을 흡입하고 있다.

   


마이산에서 - 최범영

 

  마이산은 말 귀처럼 생겼다고 이름이 그렇대. 이리 와봐, 저건 말 귀 아닌데. 저기 봐, 도깨비 호도뿔. 남에서 보면 귀 두 개 가운데 말갈기, 그러니 말 귀, 맞잖아. 고개 돌려봐, 저건 토끼야. 동에서 봐, 저건 코끼리 엉덩이. 서에서 보자. 저 자갈바위 능선은 용이다. 마이산은 용 뿔이네.

 

  탑사를 돌며 마이산 속을 보고 올라오는 길 스님 한 분이 마이산이 어찌 만들어졌는지 입 보시에 침이 꽤 튀었다. 지각변동이란 말이 뜨끔 내게 떨어졌다. 스님에게 능청 물었다. 누가 자갈을 비벼다 저 높이 부려놓았데요? 자갈바위 앞까지 날 끌고 간 스님, 이놈아, 내가 어찌 알아. 바위한테 대고 물어봐. 우르르 마이산 자갈들, 내 머리 위에 퇴적되었다.

       

 

무주구천동 - 강해림


   내 가는 길이 길이거니, 첩첩산중 마음이 내어준 구불텅한 길 따라 가을 숲길을 걸었습니다 스쳐 지날 때마다 산죽(山竹)은 물결소리를 냅니다 혹 잘못 들어선 길은 아닌지, ()도 행려도 물소리에 실려가고 어디론가 가야겠는데 저 반쯤 채색한 시간이 풀어내는 그늘 속에서 잠시 서 있었습니다 왜 산은 저 잡목들 무수히 방목하고도 품안에 든 가파름 하나로 화엄에 들지 못하고 메아리만 키우는지, 숲속의 길들은 모두 산정으로만 닿아 있는지 내 의문 속 뒹구는 도토리들 도란도란 저희들끼리 다정합니다 나무들 비탈에 서서 다시 신열에 뜨고, 단 한번도 제 의지대로 타오르지 못한 내 마음 골짜기 돌멩이 하나 구르는 소리

하산을 서둘러야겠는데 저 절정의 붉은 고요, 능선 너머로 마음은 자꾸만 넘어가자 합니다

        

 

강천사에서 - 이해완

 

강천사 앞개울에 멈춘 듯 흐르는 물

이 물빛 맑음새에 환하게 드러나는

알몸의 돌멩이들은

참말 평화로워라.

 

한번은 우리들도 돌멩이로 태어나서

타는 불볕 아래 육신을 말리거나

조용히 흐르는 물에

밀린 때를 벗겨야 하리

 

정말 가능하다면 그렇게 때를 씻고

경건히 그대 손에 들려진 작은 돌멩이로

간절한 소망의 돌탑

그 위에나 앉고 싶네.

        

 

광한루 - 제산 김 대식

 

지리산 자락의 아름다운 남원

광한루 옛 누각 전하는 사랑

춘향과 이몽룡 사랑의 자취

고귀한 사랑 애틋한 사랑

 

한양 간 이 도령 그리는 사랑

가슴 울리던 춘향의 맹세

죽음도 불사한 춘향의 절개

열녀 춘향 그 절개 눈물겨워라.

 

성춘향 이 도령 만나던 그 자리

사내 마음 흔들던 춘향의 그네

그리움 간직한 둘만의 오작교

사랑이 꽃피던 광한루 연못

 

광한루 연못엔 하늘 내려와

흰 구름 두둥실 연못에 떠가고

수양버들 제 모습 물에 비췰 때

비단잉어 이리저리 몰려다니네  

    

 

소쇄원 - 예랑 양명호

 

빛소리 빛고을에 닿고

청아한 물 광풍각에 닿았으니

소쇄처사 양공지려의 원림

무등산 자락에 핀 산삼화로구나

 

세월 모진 풍상 이끼 되어

초야에 묻혔으나

양산보의 꿈 가사문학의 꽃대로 솟아올라

맑은 향 삼천리 지나 구만리에 이르니

새벽이면 어김없이 돌아와

풀잎마다 이슬되어 송송이 맺혔고나

 

세상사 사념이여

계곡 맑은 물 씻을까나

저고리 능선너머 온 바람 씻을까나

비 닮은 물소리 사이사이

우암의 발자국 소리도 들리는 데

연못에 비친 사군자와 호젓이 마주앉아

또 다른 세월을 낚아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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