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국내 나들이

내소사 가는 길의 전나무

김창집 2016. 7. 16. 00:34



변산반도 쪽에 갔을 때

가끔씩 내소사를 찾는 이유는

아무래도 그 입구에 늘어선

전나무에 대한 안부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이번 70세 동창들을 이끌고

전라북도 지방에 가서 

꼭 보여주고 싶은 것도 절도 절이지만

나무에도 비중이 있었다.

 

하기야 제주에 흔치 않아 전나무를 아는 사람도 없을 테지만

한라산에 있는 구상나무와 같은 걸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을 터.

 

여름을 맞아 조금은 초록빛이 덜해 보였지만

언제나처럼 맞아주는 전나무 숲길,


나는 가끔씩 오대산 월정사 가는 길과

혼동하는 수가 있어 탈이다.

    

 

 

내소사 - 김승동



놓아야지 놓아야지 하면서

아직도 놓지 못하고 있는

세상의 욕심들

산사의 향불 위에 사르고 올까

내소사로 갔습니다

일주문 지나

하늘을 가려버린 키 큰 전나무와

땅으로 내려앉은 앉은뱅이 대나무들

말은 않지만 서로 속진 응어리

바람소리에 묻어 있습니다

절 집 앞을 지키는 이들도

저렇듯 버리지 못하고 사는데

하물며 이 속물이야

가진 욕심 사를 생각도 못한 채

머리에 눈을 이고 맑은 꿈에 잠긴

대웅전 꽃살 무늬만 바라보고 섰다가

돌아 나왔는데

술 저문 버스 칸에 앉아서야

내 마음 하얗게 빈걸 알았습니다

        

 

내소사 - 박태강


하늘에 닿은

전나무 터널 지나면

능가산 돌바위

병풍으로 둘러있고

사천왕문 지나면

천년 정좌한

살아 있는 부처

느티나무

대웅보전 열린문으로

미소 지으며

맞으시는

관세음보살

보는 이의 마음

한없이 화평하고

스님들 독경소리

마음을 맑히는데

찾아온 길손

녹차 한잔에

정을 담고

내소사를 가슴에 안는다.

    

 

 

내소사 숲길 - 용혜원

 

전나무 숲길을 걸으며

발걸음을

빨리 옮겨놓고 싶지 않다

 

잠시 흐르는 세월을 잊고 걸으면

온몸에 퍼져오는

숲의 향기를 다 받아들이고 싶어진다

 

전나무 행렬 속으로

빠져들다 보면

세상 시름이 다 사라져 버리고

마음에 남아 있던 모든 찌든 것들이

다 사라지고

숲 속에 나만이 남아 있다


 

 

내소사에서 - 최영희

 

능가산자락에 자리한

내생(來生)의 염원을 담았다는

내소사(來蘇寺)를 가려면

먼저 송진 냄새로 가슴 싸-

이 전나무 숲을 지나야 한다

 

전나무 숲 사이로 들리는

-, 바람 소리 독경소리 천상의 문이 열리고

이제 천 년의 시간은 그림자로 내 안에 드나 보다

대웅전 꽃살문의 꽃들은

바람에 씻긴 채 햇살에 바래인 채 선명하고

마당에 수문장처럼 우뚝한

수령이 천 년이라는 느티나무 한 그루

천 년의 비밀을 안은 듯 바람에 너울너울 푸르다

 

대웅전 처마 밑을 돌아 나오면

돌 수반 속, 천 년 우주를 담았을까

하늘이 물에 들고 푸른 나무그늘 사이로

연잎 위 동동 수련 한 송이

내생(來生)에 반드시 소생하겠다던

어느 스님의 넋인 양 해맑고

 

, -얀 연꽃이 세상을 맑히는 우주라면

우주의 중심 같은 노란 꽃술 속에 안긴 벌 한 마리

저놈도 지금 내생을 꿈꾸는 중일까, 잠든 듯 고요하다

사찰을 돌아 나온, 천 년 전에도 천 년 후에도

영원할 바람이여! 바람이여! 천 년 후 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그대 다시 만날까.

 

---

* 내소사(來蘇寺)내생(다음 세상)에 반드시 소생(蘇生)하겠다.’라는 의미심장한 소망을 담아 건립한 사찰이라 한다.

        

 

내소사의 침묵들이 가벼워지고 있다 - 김윤배

 

   내소사에는 모든 침묵들이 있다 내소사 입구의 가문비나무 숲에는 가문비나무의 치묵이 있고 담장 너머 청대 숲에는 청대의 침묵이 숨어 있다 고목이 되어 쓰러진 느티나무 위에, 승방 앞에 벗어놓은 흰고무신 위에, 새로 쌓은 돌담 위에 침묵은 숨쉬고 있다 푸르른 몸이 된 치묵들은 내소사를 물소리 속으로 끌고 가거나 작은 풍경 소리에 놀라 깨게 한다

 

  나는 정교하게 조각된 꽃무늬 문살 위에 머물며 꽃무늬 문살 사이의 푸른 침묵 속으로 든다 침묵이 된다 이상도 하지 스님들 모두 푸른 침묵이 되어 해우소를 말없이 드나들고 이른 시간 내소사를 찾는 사람들도 푸른 침묵에 물들어 있다 내소사를 가득 채우고 있는 저 푸른 침묵들, 청대 숲이 바람에 흔들린다 푸른 침묵들이 일렁이며 무게를 버린다 내소사가 향내 속으로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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