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국내 나들이

직소폭포 다녀오다

김창집 2016. 7. 23. 07:17


내소사에서 나와 채석강으로 가는 일행을 보내고

여섯이서 직소폭포에 다녀오기로 했다.

 

지난번에는 내변산에서 바로 내소사로 내렸는데

이번엔 따로 직소폭포에 다녀오려는 것이다.



직소폭포(直沼瀑布)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중계리에 있는 폭포로

높이 30m이며, 변산반도국립공원 내에 자리 잡고 있는 변산8경의 하나이다.

변산반도의 남서부 산악지대인 안변산지역의 선인봉 동남쪽 기슭에

직소천의 지류들이 계곡을 따라 흐르며 이룬 계류폭포이다.

웅장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폭포 아래에는 1.5에 이르는 용소가 있다.

 

이곳에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가뭄이 심할 때는 현감이 용소 앞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계속해서 제2폭포, 3폭포와 옥녀담으로 이어지며,

이 폭포 일대를 안변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는다.

폭포를 중심으로 내소사, 봉래구곡, 중계계곡 등이 있어

일대가 울창한 나무와 암벽들로 심산유곡의 비경지대를 이룬다.

 

해창천-중계계곡-봉래구곡-관음봉-내소사로 연결되는

안변산 횡단등반로는 타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묘미를 맛보게 한다.

                                                                            (Daum백과사전에서)

 

  

 

직소폭포 가는 길 - 정영경

 

   나 몹시 외롭거든 내변산 직소폭포 갈대 무덤길로 갈 것이다 황백색 붉나무랑 한나절 붉어지다가 남몰래 신들림을 당한 신나무 되어 보리라 장구밥나무의 장구를 빼앗아 놀다 쥐가 똥을 싸서 무릎팍이 헐어버린 쥐똥나무 아래 슬쩍 실례도 해보리라 질감이 좋고 향이 기가 막히는 까마귀베개 꽃잎에서 한숨 자다 보면 공작꼬리 흔들며 자귀나무 날 깨우리라 복사나무 그늘에선 복사꽃을 꿈꾸면 안 된다고 꽝꽝 나무 온몸으로 꽝꽝대리라 더러 수려한 수리딸기 잎 지어 누워있는 바로 그 옆에 숨어 있다가 덜꿩나무 엉덩이에 박혀 있는 밑구멍에 똥침을 가하리라 아직은 안 된다 배꼽을 숨겨 앙살 떠는 팥배나무 배꼽도 벗겨 보고 때가 많아 발발이 휘어져 있는 때죽나무 등딱지도 밀어 주리라 다리 꼬인 합다리 나무와 아서요 아서요 손 저어 나무라는 서어나무 그러다 작살난다 벼르는 작살나무 정주면 가슴에 금이 간다 찌어대는 정금나무 모두 저 샛길 담장 아래로 유혹하리라 이도 저도 싫으면 푸레 푸레 눈두덩이 우물진 물푸레나무에 주저앉아 봉래곡 암벽단애 사이 떨어져 내리는 실상용추 물이 되어 흘러가 볼 거이다 분옥담에 엎드려 딱 한번 울음 되어 너를 불러 볼 거이다

 

 

 

직소폭포 - 김선태

 

얼마나 오래도록 탁한 생각을 흘려버려야

직소폭포, 저 차고 깨끗한 물빛이 되는가.

 

얼마나 많은 주저와 두려움을 베어버려야

직소폭포, 저 꼿꼿한 풍경으로 설 수 있는가.

 

얼마나 숱한 울음을 안으로 눌러 죽여야

직소폭포, 저 시원한 소리의 그늘을 드리우는가.

 

그래, 저러히 높고, 크고, 깊게 걸리는 폭포로서만이

내변산 첩첩산중을 두루 흔들어 깨울 수 있는 것이리.

 

 

 

지난 밤 내변산에서는 - 위선환

 

지난 밤, 내변산(內邊山)에서는

어느 골짜기가 깊어지느라고

그리 많은 별빛들이 내려온 것인가

잎사귀들은 잎사귀들끼리 물방울을 흘려주고

가지들은 가지에다 가지를 걸치면서

물줄기를 건네주던데

어둔 나무머리에 시냇물 한 줄기 걸려 있어서

자정 넘게 물소리가 두런대더니

하늘복판으로 그 물줄기 뻗쳐서 환하게

별빛 부신 은냇물로 흘렀던 것 아닌가

새들은 밤보다 검은 눈을 뜨고 떨며

새벽까지 지켜봤던 것이고

새둥지를 포개 덮은 안개 속에서는

안개를 입에 문 이슬들이 또

몇 수만 잔물방울로 눈 뜬 것인가

간밤에는 내내 등덜미가 밝았다

내변산 골짜기가 깊어지면서 나는

어느 별빛 아래를 걸어서 터벅터벅

동틀녘에 닿은 것인가

     

 

實相寺址(실상사지) 相思花(상사화) - 정군수

 

내변산 돌아 내려오다

기진한 발걸음이 머문다

찔레 가시덤풀 우물을 덮고

쓰러진 고목이

바람 속에서 삭아간다

 

깨어진 기왓장을 뚫고

모가지 뽑아 올려 피어나는

붉은 꽃잎이여

잎이 지고 꽃이 피고

닿지 않는 그리움을

낯선 광음으로 피어나는가

 

내가 밟은 이 길 다시 돌아와

꽃잎 옮겨 심은

볼 붉은 스님

 

찔레덤불 맑은 물 흘러

스님의 입술 축이시던 곳

나도 가만히 입술을 댄다

     

 


초가을 내변산 - 여울 김준기

 

나무는 소리 없이

정수리 끝에서부터 열풍처럼 밀려오는

절정의 문턱에서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나무들은 숨죽여

분수로 솟아오를 절정을 위해

보일 듯 보일 듯 이파리들을 치장하며

팽팽하게 부푼 가슴으로

꾹꾹 꾸우욱 숨을 누르고 있다

 

그래,

이제 터질 거야 터질 거야

터뜨려버릴 거야

네 눈이 멀도록 터져버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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