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그리움을 안은 꽃무릇

김창집 2016. 9. 18. 07:42


추석 징검다리 연휴 마지막 날입니다.

이번에는 잘 조정하면 5일간의 여유가 있어서

가족끼리 모여 제법 많은 시간 동안

()을 나눌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남북으로 나뉜 이산가족

70년이 지나도 만날 길이 요원합니다.

이제 헤어진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 돌아가시고 나면

그 후손들끼리라도 만날 날이 올까요?

 

요즘 여기저기에서

평생 서로 못 만나도록 정해진 상사화만

그리움으로 빨갛게 불탑니다.

    

 

 

상사화 2 - 여울 김준기

    -꽃무릇 전설

 

술래야, 슬픈 술래야

선혈이 낭자한 알몸으로

사랑 찾아 곤두박질하는 술래야

깨물고 깨물어서 야위어진 연두 빛 여린 목

주홍 면사포가 눈부셔

차마 뜨지 못하고 내려감은 속눈썹

잡힐 듯 잡힐 듯

임은 초록 망사 치맛자락 노을처럼 끌며

겨우 한 발짝 앞서 걷는데

 

술래야, 슬픈 술래야

쫓아가고 달아나고 다시 쫓겨 가는 술래야

진주홍 면사포에 이슬이 마르면

금방 또 금방

초록 망사치마를 입을 수 있겠지

내일도 끝나지 않을 술래야

오늘도 그리움으로 타오르는 너

이제 지쳐 쓰러질 술래야

그래도 넌 다시 그리움으로 일어설 거지.

 

---

* 꽃무릇 ; 학명은 석산, 꽃무릇은 흔히 상사화라고 불리는 꽃 가운데 하나. 잎과 꽃이 서로 다른 시기에 피어 함께 만나지 못해 잎은 꽃을, 꽃은 잎을 그리워한다는 상사화란 꽃말이 붙여짐.

    

 

 

꽃무릇 피는 산사(山寺)에서 - 김정호

 

물 비늘같은 푸른 안개

산부리를 덮을 때

깊은 산사(山寺) 법고(法鼓) 소리 들려오면

소녀의 초경처럼 피어오르는

저 꽃들의 현란한 탄생

저렇게 붉은 함성이

깃발처럼 일어선 자리아래

푸른 향기 가녀린 잎으로 일어선다

 

이승의 사랑조차 죄가 되어

하늘 끝에 사무치다

꽃으로 다시 태어나도

눈빛 한 번 맞출 수 없는 운명

남 몰래 꽃눈물 번지는 가슴앓이

다음 세상에는 이런 어긋난 사랑도

거슬러 올라가는 강물의 숙명처럼

그대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그 때에는 숲 속에 바람 집을 짓고

네 사랑

목숨처럼 지켜주고 싶다

        

 

꽃무릇 - (宵火)고은영

 

내 가슴에 그대가 심기운 날부터

몽환에 이른 서늘한 달빛에 넋을 태우다

망각의 강도 건너지 못하고

안개 덩굴로 정적을 여는 숲

다홍 빛 기다림으로 서있었다

 

나는 그대를 만날 수 없는가

정녕 가벼운 눈 인사조차 허락되지 않는

충일한 고독으로 홀로서면

사랑은 나를 모른다 도리질했다

사랑의 조건은 영원한 이별로 밖에

설 수 없는 그대와 나의 지극한 형벌인가

 

그대를 구애하면서도

천년이고 만년이고 어긋난 길로

지나쳐야만 했던 운명 속에

세속도 모르고 살았건 만

나의 눈물은 기화(氣化) 되어

사뿐히 하늘 위를 날다가

저 높은 나무 꼭대기에 앉아

지나는 바람에 그리움을 물었다

        

 

꽃무릇 - 안수동

 

잡은 손 놓으신 날

끈 끊어진 연이 되고서야

저도 어미가 되더이다

어머니

 

당신을 여의고

다시는 만날 수 없는 통한이 되고서야

살가운 딸이 되더이다

어머니

 

당신 가신 꽃자리에

이슬로 고인 녹색 그리움을 마시며

상사화는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바람도 볼 수 없는 설움에

꽃잎만 마냥 흔드는데

 

갈래

갈래로 찢어진 갈래꽃

꽃무릇이여

불효한 여식의 삼베 적삼을

핏빛으로 물들인

사모의 꽃이여

    

 

 

꽃무릇 - 강려후

 

널 알지 못한다

널 보지 못한다

 

멀리서 들었다

멀리서 보았다

너에 관한 많은 얘기들

아마 내가 널

깊이

알게 되고 보게 된다면

머리에 꽂을 것 같다

내 안에 들이는 일 없었으면 좋겠다

번뇌는 그만 할란다

 

내게로 오지 마라

    

 

 

꽃무릇 - 박종영

 

꽃무릇 너,

상사화 흉내 내듯

온통 붉은 울음으로 그리움이다

 

그냥 임을 가늠하고 솟아올라도

꽃대는 푸른 잎 감추고 너를 이별하고,

 

네 생애 단 한 번도

찬란한 얼굴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 슬픔으로

붉은 눈물 뚝뚝,

지상에 흩뿌려 한이 되것다

 

오늘도 강산은 핏빛이네,

 

하늘빛 싸리꽃 너머

흔들리는 억새 춤을

불타는 네 가슴에 안겨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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