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5월 26일 금요일 맑음
오후에 울란바토르에서 1시간 20분 거리에 있는
테를지 국립공원으로 갔다.
아직 풀은 많이 나지 않았지만
소와 말, 낙타, 염소, 양, 야크 들이
부지런히 풀을 뜯고 있었다.
험한 바위로 이루어진 산과
풀밭으로 이루어진 산은 많은데
나무가 많은 산은 드물었다.
게르로 이동하여
그들의 생활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생활체험을 하고는
각자 말을 타고 1시간 동안 목장과 산비탈을 돌았다.
저녁식사로는
양 한 마리를 통째로 구운
허르헉이라는 전통요리를 먹었다.
저녁식사가 끝나고
4인이 게르 하나씩 차지하여 쉬다가
해가 지자 동산으로 올라가
쏟아져 내리는 별을 보았다.
참으로 오랜만에 별을 바라보며
어릴 적 마당에 멍석을 깔고 누워
동생과 함께 별을 세던
추억 속으로 들어갔다.
밤에 게르에 누워 자는데
천정 유리창 밖으로
어머님 얼굴이 언뜻 비치고는
이내 사라졌다.
♧ 하늘호수, 몽골 - 김안로
사람이 고향의 흔적을 지우고 풀을 따라가다가
발길 닿는 아득한 초원에
새 둥지하나 틀면
금세 하늘 내려와 지붕을 열고, 별을 쏟는다.
하얀 밤을 저어가는 조각달, 지친 하루를 들이고
광야(廣野)의 언덕에 젖은 새벽이 오면
땅의 자유를 누리는
절대고독, 말(馬)을 채찍질 한다.
메마른 땅에 다시
습지가 번식하여 물줄기를 내고
호수를 끌어안은 하늘이 밤낮으로 달리고
배고픈 양(羊)들의 우리(牢)넘어
언 땅 기대고 돋아난 초장(草場)이 푸른 날갯짓을 하는
입만 있어도 살 수 있는 세상이 또 열리고,
♧ 어기노르의 아침 - 오석만
햇살이
살며시 호수를 깨우면
초원은 붉게 물들기 시작하고
언덕위 하얀 게르에도
마음까지 적시며 문을 연다
바람이
산들산들 불기 시작하면
양떼는 호수에 모이고
말들은 초원을 달리며
물고기도 뛰어 오른다
물결이
반짝반짝 별들을 뿌리면
물안개는 하얗게 피어오르고
해뜨는 초원을 향하여
아침정원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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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기노르는 몽골 아르항가이 아이막에 있는 아름다운 호수이다.
♧ 별 - 최범영
몽골 대초원에는 바다가 셋
너른 풀 바다
모래 바다
별 바다
밤이면 하늘에는
어릴 적 잃어버렸던 영웅들의 전설이
하나씩 켜진다
임금이 계신 곳에서
남으로 미리내가 흐르고
영웅들은 배를 타고 진군한다
그리고 뭍으로 내려와
땅 위의 사람들과 역사를 짠다
회오리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하늘과 땅을 하나로 만든다
풀 바다의 질서가 깨질 때마다
모래 바다에서는
별 하나가 별 바다로 뜬다
♧ 잘 하신 일입니다 - 이향아
씨뿌리며 살자 하신 건
잘 하신 일입니다
할아버지
박넝쿨 올린 초가 지붕 밑으로
저녁마다 소를 몰고 돌아 오셨지요
잘 하신 일입니다
살구나무 해를 묵어 늙어가는 고향
문패 달고 살라 하신 건
잘 하신 일입니다
징기스칸의 몽골 초원
여름 별장 천막에서
지평선 어지러운 천궁 아랠 보면서
나는 생각했지요
할아버지 잘 하신 일입니다
양떼를 몰고 물가에서 물가로
유랑하지 말라 하신 건
잘 하신 일입니다
하루 분의 목숨은 그날 그날 끝내고
내일도 못믿을 천기를 보며
이삿짐을 싸지 말라 하신 건
고마운 일입니다
진득하니 눌러 살거라
베짜듯이 영원을 그리며 살라신 건
참 잘하신 일입니다
할아버지
♧ 가진 것 - 한성례
몽골의 초원에서 나는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가능한 덜고 버리고서, 빠드득 물기 마른 지평선 한 자락 몰고 올라가 산뜻하게 걸린 무지개처럼 정말이지 몸이 가벼워지는 것. 지구라는 행성에 나란히 동거하면서도 우린 서로 가진 것이 달랐지요. 몇 마리의 양과 말, 한 나절이면 거뜬히 접어 길을 떠났다. 발 닿으면 다시 세우는 서너 평 남짓한 '겔'. 고작 그 안을 채울 만큼이 온 가족이 가진 것 전부. 그러기에 몽골의 유목민에게는 짙푸른 하늘과 끝없는 초원, 머리 위로 열리는 밤하늘의 수박만한 별들. 이 모두가 다 그들 차지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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