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때 이른 메밀밭

김창집 2017. 6. 3. 16:09


어제는 성읍에 있는 영주산에 올랐다 오는 길에

번영로 사이프러스 골프장 쪽에 마련된

보름왓 메밀축제장에 다녀왔습니다.

 

이미 축제는 끝나 고즈넉한 자리에

다 익은 보리밭과 아직도 꽃이 지지 않은

메밀밭이 아주 좋았습니다.

 

이제 메밀은 옛날과 달라

봄에 꽃이 피고 여름에 수확하는 종자와

여름에 꽃이 피고 가을에 수확하는 종자가 있습니다.

 

보름왓 메밀꽃 축제는 올해 세 번째로

이야기 하나, ‘노랑보리

지난 520~21(,)

인형극, 푸드 토크쇼, 음악회와 일요일 7080 콘서트가 열렸으며,

 

이야기 둘, ‘메밀

지난 527~8(,)

인형극, 길트기, 7080 콘서트 등이 열렸고,

 

이야기 셋, ‘라벤더

63~4(,)

라벤더 작은 음악회를 연다고 되어 있습니다.

 

아직도 메밀꽃은 볼 만하니

생각이 있으신 분은

시간 내서 한 번 다녀오셔도 좋을 겁니다.

 

참고로 보름왓

바람밭의 제주어입니다.

   

 

 

메밀꽃 같은 그리움 - 윤용기

 

불현듯 봄이

목련꽃으로 날아들 때

당신을 향한 그리움은

반추되어

잠 못 이루게 하는 밤입니다

 

호탕호걸 하던 당신의 모습은

언제나 말 없어도

눈빛으로 가르쳐 주었지요

 

백목련 뚜우 뚝 떨어지던 이른 봄날

당신은 말 없이 이승을 떠나갔지요

여름이 오면 메밀꽃 같은 별을

무척이나 좋아하던 당신

 

메밀로 만든 메밀묵을 써서

그렇게 좋아하시던 당신

메밀꽃 같은 그리움이

울컥 스며듭니다

 

이제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당신의 모습마저 떠오르지 않는 20053

당신이 떠나간 날이 다가옵니다

메밀꽃 같은 그리움으로

당신에게 달려가고 싶습니다

 

 

 

메밀꽃 필 무렵 - 김길자

 

봉평에 꽃바람 불면

물보라가 하얗게 부서지며

내 마음 찌릿하도록

메밀꽃 전율이 흐른다

순고한 열매달*의 대지

숨 가쁘게 하루를 고르며

빈 가슴에 내리는 한줄기의 고독으로

그리움만 쌓이던 밤

메밀꽃 필 무렵에서

함께 다니던 동이,

장돌뱅이 허생원 아들임을

알게 하던 풍경 떠 올린다

사정없이 내리는 달빛 유혹에

단 한 번의 사랑에 빠진 메밀꽃

묏바람에 찰랑대는 지금도

까만 별은 여전히 태어나고

---

*열매달 : 9가지마다 열매 맺는 달

   

 

 

메밀 꽃 필 무렵 - 박인걸

 

어슴푸레한 달 빛 아래로

흰 빛 엷은 꽃 파도가

메밀 섶 연실 흔들며

그리움을 토하고 있다.

 

하얗게 핀 밭둑에 앉아

눈빛으로 소곤거릴 때

일렁거리는 꽃향기만큼

우리들 가슴도 출렁거렸지.

 

달아오르던 첫사랑은

꽃잎처럼 활짝 피어나고

꽃잎만큼 많은 이야기들을

은하수가 멈추도록 엮어갔다.

 

지금은 빛바랜 추억으로

마음 한 구석에 뒹굴지만

메밀꽃 필 무렵이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메밀꽃 필 때면 - 우공 이문조

 

올해도 어김없이

하이얀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메밀꽃이 피면

가슴 속에 피어나는

어머니 생각

 

막내아들 장가보내고

죽어야 한다고

무던히도 애를 쓰시고

막내 장가 보낼 때

메밀묵 쑤어야 한다고

해마다

해마다

메밀을

갈무리 하시더니

 

막내아들

장가가는 것도 못 보시고

먼 길 가셨습니다

 

어머니 가신지

십 수 년

막내도 늦장가를 갔고

메밀꽃 피는

이 가을에

자식도 하나 얻었습니다

 

달빛 아래

하얗게 눈부신

메밀꽃을 보면서

 

어머니

당신 생각에 젖어

조용히 불러 봅니다

 

어머니

어머니

사랑하는 어머니......

     

 

메밀꽃 밭을 지나며 - 고재종

 

누이야, 달빛 한 자락만 뿌려도

서리 서리 눈물떼 반짝이는 이 길을

사나이 강 다짐으로 그냥 넘으라는 것이냐

누이야, 잔바람 한 자락만 끼쳐도

마음의 온갖 보석들 싸하니 이는 이 길을

사나이 꺼먹 꺼먹 차마는 못 넘겠다.

 

지나온 절간에서 댕- 울리는 종소리가

한 귀에서 다른 귀로 빠져나가는 순간

영혼의 쇠든 것이 싸악 씻기는 경우였다

그리하여 멧새 몇 마리 뒤척이며

깃에 묻은 이슬 부리는 소리에도

환약 먹은 듯 환약 먹은 듯한 마음 자린데,

누이야, 한 가지에 나고 가는 곳 모르온저*

 

나는 더 더욱 명부의 꽃밭은 모르고

이렇게는 메밀꽃밭을 그냥 넘으라는 것이냐

소금 같은 소금 같은 눈물의 보석 일구어

은하수 하늘에다 서걱 서걱 옮기어 놓고

이렇게는 이 가을 차마는 못 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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