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바위수국으로 여는 6월

김창집 2017. 6. 1. 06:39

봄이 지나는가 했더니

어느덧 더위를 부르는 6월이네요.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

대지가 말라 있어서인지

더욱 덥게 느껴지는 날들입니다.

 

하루빨리 비가 촉촉이 내려

농부들의 걱정을 덜어주고

모든 식물들이 싱그럽게 자라

제 빛을 찾았으면 좋겠네요.

 

이 곳을 찾은 여러분들도

건강한 6월을 맞으세요.

   

6월의 청춘을 벗어 놓고 - (宵火) 고은영

 

아픔과 고통의 진실을 각혈하며

총과 칼에 흩뿌려지던 비애만큼이나

진실로 사랑과 그리움을 부르다

죽어 갔을 그들의 찰나적 절규

유월엔, 스스럼없이

청춘을 잃은 사람들도 있었느니

 

진토 되어 까불려진 넋에

핏빛으로 물든 슬픔의 강은

얼마나 끝이 없었을까

구천을 맴도는 그들의 유월은

얼마나 극명한 끊김이었을까

얼마나 서럽게 지던 꽃잎이었을까

 

눈부시게 맑은 하늘 아래

살아야 한다는 명암이 엇갈리던

그들은 또 얼마나 6월의 장미처럼

처절하게 피었다 져야만 했을까

 

그러므로 푸른 유월의 녹음과

마음의 핏빛 장미는

그들에게 바쳐야 하는

우리의 참된 고백이어야 하리

우리의 진솔한 감사여야 하리

 

호국(護國)영령들의 슬픈 넋을 딛고

우리는 평화와 안녕을 노래한다

사랑과 자유를 노래하며

물오른 강산을 찬양한다

 

지금쯤, 무심한 대지 어디쯤서

그들은 또 다시 아름다운

들꽃으로 피고 있을까

어느 대지 음습한 골짜기

다 못한 사랑, 한 맺힌 노래를 부를까

     

6월 바람 - 성백군

 

바람이 분다

6월 바람

봄과 여름 샛길에서 이는

틈새 바람이 분다

 

봄 꽃향기 대신 여름 풀 내가

내 몸에 풀물을 들인다

이제는 젖내나는 연두 아이가 아니라고

짝을 찾는 신랑 신부처럼 초록이

내 몸을 핥고 지나간다

 

풀들이 일어서고

이파리가 함성을 지르고

나는 그들과 함께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바람을 맞으며 심호흡을 한다.

하다, 바라보면

어느 것 하나 주눅 든 것이 없다

작은 것이나 큰 것이나 잘 섞인 신록이다

서로의 공간을 내어주며 배려하는 적당한 거리

마주 보며 이야기할 수 있는 넉넉한 모습

6월 바람이 만들어낸 싱싱함이다

 

서로 사랑하고

때로는 미워하지만 그게 사는 모양이라서

막히면 안 된다고,

벌컥벌컥 봄 여름 소통하느라

6월 바람이 분다.

   

6월 풀밭을 걷노라면 - 이향아

 

6월 풀밭을 걷노라면

예서 졔서 휘파람 소리가 난다

휘파람도 이겨 먹을 피리 소리가 난다

, 파파

피피,

, ,

 

6월 풀밭을 걷노라면 향기로운 말들

푸나물, 푸새질, 푸르고 푸른

풋사랑, 풋콩, 풋내 풋풋한

6월 소리들은 퍼런 물줄기

풀피리, 풀각시, 풀망태, 풀섶,

풀무질, 풀무치, 풀싸움까지

 

지난 밤 흘린 하나님의 눈물이

천지사방

''''자 말씀에 내려

아직 먼 가을 무명밭까지

모두들 거기 가서 목화꽃이 피려는지

 

6월도 한복판 휘휘 둘러보면

챙챙 부서지는 놋쇠 징소리

너도 나도 잠기려고 야단들이다.

숫제 꽹과리가 되려는지 난리들이다

   

6- 오세영

 

바람은 꽃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

나는 숲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체취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

강물은 꽃잎의 길이고

꽃잎은 기다림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개구리가 저렇게

푸른 울음 우는 밤,

나는 들녘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말씀에

그만 정신이 황홀해졌기 때문입니다.

숲은 숲더러 길이라 하고

들은 들더러 길이라는데

눈먼 나는 아아,

어디로 가야 하나요.

녹음도 지치면 타오르는 불길인 것을,

숨막힐 덧, 숨막힐 듯 푸른 연기 헤치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강물은 강물로 흐르는데

바람은 바람으로 흐르는데.

     

6, 그리움 - 이승철

 

장마 소식 앞세우고

싱그러운 바람 한 줌

망초 꽃, 꽃대궁 사이를

나비처럼 누빈다

 

한강 둔치

갈대밭 풀숲에는

텃새들의 음모(陰謀)

은밀하게 자라고

 

텅 빈 벤치엔

땡볕에 말라비틀어져 나뒹구는

한 조각, 희미한 추억 속으로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리는 6

 

척박(瘠薄)한 가슴속엔

어느 듯, 민들레꽃이 지고

해체된 기억의 파편들이

아픈 살점을 도려내어도

 

시퍼렇게 멍든 강물을 가르며

베이스 한 소절로 유람선이 떠난 후

헤어지는 아쉬움으로 멈칫거리다

낮달로 뜨는 6,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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