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3일) 저녁부터 일요일(7일)까지
가족여행으로
일본 네 큰 섬의 하나인 시코쿠(四國)에
다녀오겠습니다.
두 살 난 손자까지 동행하는 여행이어서
크게 이동하지는 않고
주로 마쓰야마(松山)에 머물게 되는데,
마쓰야마 성과 이시테지(石手寺) 같은 곳도 돌아보고
도고온천(都後溫泉) 같은 데서 쉬며,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와
앞으로의 살아갈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옵니다.
그간
한라산에서 찍은
상고대와 설화 사진으로
방을 꾸미고 가겠습니다.
♧ 상고대 - 채홍조
우유 빛 안개 피어오르는 날
하늘과 땅이 하나 되어
구름 속에 서있는 듯
순백의 세상 속으로 빨려든다
서리꽃 눈부신 면사포 쓰고
선잠 깨어나는 소나무아래
연미복 차려입은 까치들
해 맑은 노래
푸새 위에 은빛으로 반짝인다
갈참나무 잎
바삭거리는 산길 따라
대 숲을 흔드는
한 무리 박새, 재재거리며
은도금한 하얀 숲 속으로 녹아든다
바람 부는 방향으로
고개 숙인 억새 헝클어진 머리
삭아 주저앉은 관절마다
바래 서걱이며 부러진 날개 위에
서럽도록 아름다운 별빛으로 내린다
♧ 상고대 - 권오범
나목들 가장이 붙잡고
밤새 신음하도록
희롱했을
동장군 끄나풀들
모락모락 허비되는 오르가슴 채뜨려
하얀 옷 지어 입혔는지
벚꽃보다 더 눈부시게 태어난 백색터널이
저승같이 고요하다
햇볕 추궁에 글썽거리다
금세 후드득후드득 벗어던져
이실직고하고야 말
바람과의 하룻밤 풋사랑일지라도
♧ 눈꽃 앞에서 - 정심 김덕성
솜사탕을 조금씩 떼어
바람에 날리는 듯
새벽부터 내리는 새하얀 눈
하트를 그리며 사랑의 눈빛으로
나무를 포근하게 감싸는
눈꽃이 정겹다
하얀 살결에
하얀 마음을 겸비하고
지순한 사랑으로 내게로 다가오는 너
눈꽃 보며 부끄러움 앞서지만
반가움에 너를 품고
어느새 눈사람이 된 나
그만 기도드린다
소녀처럼
♧ 눈꽃 - 박동수
망설이던 눈이 함박으로 내린다
긴 겨울날을 알몸으로
견디기 어려웠던 나목(裸木)들
서러움을 달래주는
포근한 은총이
눈꽃으로 덮어가는 겨울 날
나목(裸木)의 아늑한 평안과
봄을 기다리는 복수초의 생기
포근하게 핀 눈꽃 밑에서
소근소근 봄을 향한 속삭임이
들려오는 것은
작은 희망을 안아 주는
소박한 배려의 눈꽃이 피었음이리
♧ 눈꽃자리 하나 - 박종영
낮은 산의 오솔길이거나
빈 들녘이든 황량한 외길을 만들어 가고
또 다른 이승의 길 만들어
찬바람에 얹혀 폴폴 흘러 다니는
가벼운 순백의 날개
그 미량의 속삭임이
가느다란 눈물로 안길 때마다
검은 땅은 극명한 웃음을 감추며 촉촉한 입맞춤이다
들리는 듯 새록새록 첫 밤의 신음소리
백색의 여인과 우직한 땅의 교접을 엿듣는 우리
익숙한 그리움으로 청춘이 콩콩거리고
밟아 뽀드득 아프게 잉태되는 눈사람
지나온 흔적마다
가벼운 생명의 안간힘으로 피어나는
눈꽃자리 하나
♧ 눈꽃나무 - 조철형
길고 긴 겨울날 나 노래를 부릅니다
먼 길 돌아서 내게 올 당신이
바라보기 좋게 서 있습니다
당신을 기다리다 지쳐 얼음꽃 되어도
운명이라면 피하지 않겠습니다
행여 당신이 못 보고 지나갈까
달빛을 한 조각씩 가슴에 안고 밤을 지새웁니다
당신이 오시는 그 길을 비추기 위해
때론 거친 밤을 쏘다니는 짐승들의 차가운 눈빛도
가슴에 품습니다
달도 없고 별도 모두 잠든 밤
당신이 오실 길 환히 밝히기 위해
하얗게 서러운 눈꽃나무로 늘 그대로 서 있습니다
당신이 오실 그 날을 세면서.
♧ 눈꽃 - 류정환
너를 바라보고 있으니
내 눈에도 꽃이 핀다.
어디 내 눈 뿐이랴.
나무도 산도 온통
너로 하여 꽃이다.
그러나 눈물겨운 꽃이여!
나는 짐짓 찬바람인 듯
이만큼 서서 바라볼 뿐이다.
만지면 허공에 흩어질까
더운 가슴으로 안으면
눈물이 될까 저어하여
등산로 길섶 나무 뒤에 숨어
두 눈 가득 꽃을 담아 갈 뿐이다.
♧ 눈꽃이 피거들랑 - 이은별
눈꽃 피거들랑
우리, 함께 고향 가자
북새 떠는 서울 거리
걷고 걸어 벌써 새벽녘인데
빈 가슴 채워 낼
한마디가 듣고 싶구나
때 얼룩 말끔히 씻고
훌훌 길 떠난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北固寺 찾아 떠가는 흰구름의
기막힌 평안함이여
정초에 눈꽃이 활짝 피면
그 해 가을 텃밭이 풍성하느니,
어머님 살아생전의 그 말씀 앞에
몸 둘 바 모르게 황홀할지니,
그때, 우리 고향 가자
가서, 함께 밭을 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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