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바다가 있는 우도 풍경

김창집 2018. 7. 21. 09:54


지난 목요일(7.19)

우도 올레를 걸었습니다.

 

신문에 연재하는 올레 이야기

마지막 21코스로 들어가기 전에

1-1코스인 우도 올레를 먼저 다녀와야

마지막 코스 종점인 종달리에서

차례를 갖춰 이야기를 끝맺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우도행을 결심한 겁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성산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갔는데

첫 도항선이 8시에 있어

20여분 걸려 하우목동항에 도착하니,

벌써 태양은 저 만큼 올라와

이글거리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20코스까지 걸은 뚝심으로

오봉리를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가지 탈 것을 타고

휙휙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혼자 뚜벅뚜벅 걸어

우도봉에 올랐다가 내려와

천진항을 거쳐 130분에 다시 하우목동항으로 돌아와

중국집에서 시원한 냉우동을 사먹는 걸로

통행료를 대신하였습니다.

 

우도 이야기는

김창집의 올레 이야기

724, 31일에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세요.

    

 

 

우도봉 연가 - 양전형

 

항구에 물 들었다 뱃고동 친다

잠시 머물렀던 사람들 떠날 시간

간밤의 가없던 꿈 털어내며 하나 둘 일어선다

 

갈 사람 가고 남을 사람 남아라

섬은 한 번도 어느 누구를 붙들지 않았다

섬에서는 누구나 이별을 한다

섬에 남는 것들은 모두 기다림이며

기다림이 커지면 꽃이 된다

 

파도 드세거나

짙은 해무에 가려진 새벽일수록

갯메꽃은 입 더 크게 벌린다

천년 전 떠난 그대 돌아오는 길 잃을까

무적은 새끼 잃은 어미소처럼 부르짖고

바다 향해 핀 갯메꽃 목젖이 점점 붉어 간다

 

내가 아는 오랜 이름 하나여,

무적 소리 찾아 이 등대 아래로 오라

섬에 있으면 다 아름다운 것

섬에 남으면 누구든 피어 나는 것

우리 또한 이 섬에 어떤 꽃송이가 되어

 

    

 

우도에 가면 - 서정혜

 

밤새 별을 품은 파도가

모래 둔덕에 앉아 기웃거린다

싱싱한 새벽 건져 올리는 해안선

물풀은 한없이 자유롭고

돌아와 누우면

가슴팍을 찾아드는 뱃고동 소리

단단하게 속이 찬 하늘

깊이 뿌리박고 끔을 부르면

비로소 닻을 내리는 바다

 

목 쉰 등대 몰아대는

우도의 바람은 불지 않고 늘

운다.   

    

 

우도(牛島) - 이생진

 

끊어졌던 물이

서로 손을 잡고 내려간다

헤어졌던 구름이 다시 모여

하늘에 오르고

쏟아졌던 햇빛이 다시 돌아가

태양이 되는데

우도(牛島)는 그렇게

순간처럼 누웠으면서도

우도야

우도야

부르는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우도바다 강물소리 - 김태일

 

성산포 해안도로

지미봉(地未峰) 자락

암대극 꽃피워 바람 타는 날

차마 못 잊어

사뭇 사무쳐

우성강*을 건너요

애끓는 애증(愛憎)의 강

 

우도봉 올라선 눈을 감아요

일출봉 봉우리마다 그리움 나부끼고

한라산 뭉게구름 제주바다 안아 흐느낄 적

너울너울 흘러내리는 강물소리

흘깃할깃 뒤돌아보는 거친 숨소리

 

차라리 잊어요

귀도 막아요

저 서러운 금빛 노을소리

바다도 그리우면 강물 되어 흘러요

이 가슴 속 강물처럼

 

---

* 우성강 : 제주특별자치도 우도와 성산읍 사이를

강물처럼 급히 흐르는 바다를 일컬음

 

     

시인의 아내 - 강연옥


바다를 사이에 두고

우도와 마주보고 있는

오조리 바다의 집

바다에다 시를 쓰는 글쟁이와

그 시를 주우러 바다로 나가는

시인의 아내가 살고 있다

 

바다 물결이 옆으로만 흐르며

섬을 성산포로 떠밀어도

오랜 세월 마주 보며 살아온

부부의 끈끈한 정 잊지 못해

발밑에 힘을 주고 서서

조난 신호 보내는 우도 등대

그날 밤 시인은

'우도등대'를 물결 위에 쓰기 시작하고

등대는 밤새 불을 밝혀주었다

 

아침이 되자 밤새 들렸던 소 울음소리

백사장에 하얗게 드러누웠는지 간 데 없고

아내는 무료하다며 슬그머니 바다로 나간다

물결이 흩어놓은 시어(詩語)들을

깅이 발에 주렁주렁 매달고 돌아와서는

온갖 양념 바르고 기름에 튀겨낸다

 

남편 찾아온 친구 앞에

갓 튀겨낸 깅이 반찬과 소주 한 병 내어놓고

멀리 앉아 바라보는 아내의 소박한 미소

바삭 바삭 씹히는 소리에

신이 나서 시를 읊는 시인의 밝은 미소

 

사람 사는 소리가 난다

살맛이 난다

 

---

* ‘깅이는 바다의 작은 게라는 제주 사투리

* ‘바다의 집은 성산포 오조리에 있는 우도가 바라보이는 향토 식당

    

   

고래콧구멍 - 오승철


간신히 돌아앉아 마음잡은 우도바다

때로는 돌고레 떼, 트랙터 쟁깃날처럼

유랑의 바다 한 끝을 휘휘 갈아엎는다.

길이란 길은 죄다 바다에 와 끊기고

들고양이처럼 장다리꽃 밭돌담 넘는 오후

섬 뱅뱅 토악질하듯 떠도는 저 숨비소리

4.3도 섬을 그냥 비켜가지 않았는가.

토박이, 토박이말로 주간명월晝間明月 돌아들면

어머니 가슴 한복판 대낮에도 달이 뜬다.

파도치지 않아도 우도여, 넌 노래다.

누가 이 그리움 통발로 가뒀는지

한 마리 고래콧구멍, 석관악기 불어댄다.

---

*고래콧구멍 : 동안경굴이라고도 하며 우도팔경중 하나. 해마다 이곳에서 동굴음악회가 열린다

 

  

 

우도에 가다 - 이승익

   -서빈백사


우도 바다는 매일 다비식이 한창이다

물보라 철렁이는 하얀 불기둥 속엔

업장소멸 하려는 죄 많은 인간들

아우성과 야단법석으로

낭낭하게 울리는

독경소리 마져

바람에

부서진다.

밀려드는 파도는 타다남은 사리들을

날마다 우도 바위에 날라다 논다

하이얀 사리 밭 길게 펼처져

햇빛 맞은 옥빛 사리들

지은 죄 사죄하듯

세차게 부는

바람 앞에

밤마다

숨죽인다.    


 


 

우도의 봄 - 김연미


1

사월 우도에는 바다가 '올레'로 든다

가마우지 꽃반지가 발그레 물에 뜨고

수심을 바람에 풀며, 장다리꽃 피우며

꽃처럼 별처럼 그리운 이 눈빛처럼

낮달 뒤편으로 물때 맞춰 오는 그대

온종일 바다 이랑엔 꽃잎들로 빛났다


2

몸 안에 차오르는 그대 숨결이 저랬을까

보리밭 끝자락에 가볍게 출렁이는

수평선 초록 눈금의 바다 마음이 저랬을까

사람이 그리우면 제가 먼저 아파 운다는

푸른 눈시울에 한우처럼 온순한 섬

오늘은 그 섬 꼭대기에 소라뿔을 보았다    


 

  

해녀의 죽음 - 김석교


우도(牛島)의 칠십대 해녀 할머니

어제 바다에서 생을 마감했다고

조간신문에 짤막히 한 줄

신문지가 갑자기 망망대해 같다

열 살 무렵 물에 들어

일생을 숨비질하던 바다

할머니, 자로 허리접은 채

바다를 껴안고 놓지 않는다

산다는 게 하루하루 저승이었으리

물에서 나고 물에서 숨 놓으니

거친 바다도 이제는 극락이라

태어나서 처음으로 편안해진 할머니

수경(水鏡) 낀 얼굴에는

물거품 같은 미소도 떠올랐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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