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시원한 숲길을 걸으며

김창집 2018. 7. 28. 07:31


어제

오름 강좌로 찾은 노꼬메 족은오름.

상잣성길로 시원스럽게 펼쳐진 숲길.

서어나무, 때죽나무, 산뽕나무, 단풍나무.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로

산수국, 개모시풀, 산쪽풀 들이 펼쳐지고

 

갓 피어나기 시작한 누리장나무 꽃

그 아래 누린내풀 꽃,

나무에 걸린 하눌타리 꽃까지

싱싱한 향기를 내뿜는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

숲속 피서가 그만이다.

   

 

 

칠월의 숲 - 정심 김덕성

 

가마솥 같을 세상을 피해

맑은 바람이 스쳐가는

숲속을 간다

 

나무사이로 내리는 빛줄기가

사랑의 빛으로 빛나고

숲의 세미한 호흡소리

자연의 웅장한 울림으로 들린다

 

칠월의 숲은 안식처

숲에 들어서기만 해도

심신을 맑게 활력을 주고

찌든 영혼 맑아지고

 

청정의 숲속

신기하게도 아픔도

삶의 근심도 더위도 사라진다

숲으로 가자.

 

 

 

푸른 숲이 되고 싶은 오늘 - 박종영

 

언제나 바라보면 기쁘지 않은 숲은 없습니다

숲은 한꺼번에 자신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서서히 그리고 가장 근엄하게

꽃망울 몽글몽글 올라오는 봄으로 시작하여

화려한 꽃을 피워 올린 즐거운 날을 거쳐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 쪽빛 여름과

산의 기운이 성숙해지는 붉은 단풍

웃음소리 들리는 풍요한 가을까지,

백옥의 옷을 입고 신의 이름으로

흩날리는 눈발 속에서 청청하게 서 있는 겨울,

소나무의 기상을 앞세워 천년의 세월

묵언의 약속으로 사람의 마음을 지켜줍니다

숲이 허락하는 만큼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산길을 걷다 보면,

철마다 피는 들꽃들 가슴으로 받아들여

사랑 꽃을 피우게 하고,

구슬처럼 대롱거리는 풍성한 상수리 열매

툭툭 빠지는 소리 들릴 때면,

산 식구 겨울 식량으로 갈무리하는 숲의 지혜를 닮고 싶습니다

오랜 세월을 지키는 소중한 숲이 되고 싶은 오늘입니다.

   

 

 

숲의 향기 - 소산 문재학

 

울울창창(鬱鬱蒼蒼)이 아니라도

가슴에 싱그러운 바람이 분다.

 

짙은 녹음 사이로

쏟아지는 금빛햇살이

맑은 영혼을 걸러내고

 

감미로운 산새들의 화음이

꿈결같이 흐르는 숲

세속의 그림자를 걷어낸다.

 

실바람을 타고 오는 청량감

맑디맑은 숲의 정기

 

깊은 심호흡으로 들이키는 여유로움

상념도 푸르게 푸르게 젖어들고

 

무더위 삭이는 숲의 향기에

생기 넘치는 희열은

새로운 삶의 고동이 된다.

   

 

 

초여름 숲 - 박인걸

 

여린 갈잎이

미풍에 하늘거리고

이름 모를 잡초들

짙은 향을 풍기는

 

초여름 숲에 누우면

몸은 구름 위로 뜨고

마음은 무아(無我)

()인간으로 돌아간다.

 

()은 인간을

숲에서 빚었으리.

보드란 흙에

풀잎 향을 섞었으리.

 

숲에만 오면

순한 양이 되고

어머니 품 보다 더 편안해

언젠가 영원히 돌아갈 품

 

 

 

- 반기룡

 

숲 속에 들어가 본 사람은 안다

나무와 나무가 서로 기대어

온갖 조건과 환경을 잘 견디고 있는 것을

 

햇살이 비칠 때면

지그시 감았던 두 눈 뜨며

자연과 합일되고

강풍이 몰아치면

원가지 곁가지 잔가지 마른가지

할 것 없이 포옹하며

모진 비바람 견디어 내는 것을

 

사람이 사는 것도 별 것 아니다

어려울 때 서로 기대고

힘들 때 버팀목이 되고

가려울 때 그 부분을 긁어주며

연리지처럼 어우러지고 함께 뒹구는 것이다

 

햇살과 비바람이 존재하기에

빛과 어둠이 상생하기에

자신의 밝고 어두운 여백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숲의 바람은 어머니처럼 - 권경업


바람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칭얼대는 숲 달래느라

새벽잠 설치는 어머니

 

짓궂은 소나기에 젖은 가슴

혀 끌끌이며

부드럽게 쓸어안던 거친 손마디

어쩌다 철없음에

회초리 없이 사랑할 수 없음은

오히려 당신의 아픔이었다

 

잔가지가 꺾이고

젖은 잎이 날리도록

그리고 돌아서서 이슥토록

소리 없는 울음으로 운다

숲의 바람이 어머니처럼

 

 

 

숲의 묵언 - 고재종


숲은 아무 말 않고 잎사귀를 보여준다.

저 부신 햇살에 속창까지 길러 낸 푸르른 투명함

바람 한 자락에도 온 세상 환하게 반짝이며

일렁이는 잎새 앞에서

내생 맑게 씻어 내고 걸러 낼 것은 무엇인가

 

숲은 아무 말 않고 새소리를 들려준다.

저것이 어치인지 찌르레기인지

소리 떨리는 둥그런 파문 속에서 무명의 귀청을 열고 들어가

그 무슨 득음을 이루었으면 한다

숲은 그러자 이윽고 꽃을 흔들어 준다

 

어제는 산나리꽃 오늘은 달맞이꽃

깊은 골 백도라지조차 흔들어 주니

내 생 또 얼마나 순해져야

맑은 꽃 한 송이 우주 속 깊이

밀어 올릴 수 있을까

 

문득 계곡의 물소리를 듣는다

때마침 오솔길의 다람쥐 눈빛에 취해

면경처럼 환한 마음일 때라야 들려오는 낭랑한 청청한 소리여

이 고요 지경을 여는 소리여

 

그러면 숲의 침묵이 이룬 외로운 봉우리 하나

이젠 말쑥하게 닦을 수 있을 것 같다

 

설령 내 석삼년 벙어리 외로움일지라도

이 숲 앞에선 아무 것도 아니다

숲은 다만 시원의 솔바람 소리를 들려줄 뿐이다.







'디카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칠석날에 보내는 누리장나무 꽃  (0) 2018.08.17
바다는 혼자서도 잘 논다  (0) 2018.08.10
지삿개의 파도로 더위를  (0) 2018.07.24
바다가 있는 우도 풍경  (0) 2018.07.21
영실로 오른 한라산  (0) 2018.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