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국내 나들이

세 번째 가는 무등산

김창집 2019. 1. 14. 23:43



무등산을 오르기 위해

내일아침 일찍 비행기에 오릅니다.

 

20101014일은 비가 와

덜덜 떨며 산을 올랐는데

결국 서석대나 주요 지역을 못 오르고

아쉽게 내려왔고

 

2016119일은 날씨도 좋고

단풍도 그만이었는데

제주에서 늦게 가는 바람에

날이 저물어 더 오르지 못하고

봉우리만 보고서 내려왔습니다.

사진이 제대로운 게 있을 리 없죠.

 

그래서 내일은

먼저 광주공항에 내리자마자

화순에 가서 운주사 등을 둘러보고

모레아침 일찍 오르려고 합니다.

 

물론 하늘이 허한 대로 행하는 거지만

열심히 둘러보고 와서

사진과 글을 올리겠습니다.

 

이틀 후에

뵙겠습니다.    


 

 

운주사 골짜기 - 문정희

 

화순땅 운주사 골짜기에는

돌마다 모두 피가 돌아서

긴긴 해 머리에 이고 웃고 섰더라

하룻밤에 천 불 천 탑을 세우면

극락이 이루어진다는 서원에 따라

밤새도록 돌들이 일어섰는데

그래도 천 불 천 탑이 안 돼

해남 목포 보성 돌까지

우뚝우뚝 걸어와 미륵불로 섰는데

! 불사

새벽에 이미 첫닭이 울었다고

누군가 거짓말을 해 버려

모두들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그래서 지금도 운주사 골짜기에는

뒹구느니 서원이오

채이느니 미륵들.

가득히 가득히 기다리고 서 있더라.

하여간 무언가를 기다리고 서 있더라

  

  

운주사 와불 - 임영조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키 크고 마음 착한 미남 석공과 키 작지만 요염한 공주가 한가윗날 밤 우연히 서로 눈맞아 연정을 품게 되었다 그들은 나름대로 행복한 유부남 유부녀라 아무도 모르게 사랑을 나누게 되었고 사랑이 날로 깊어질수록 한편 괴로워했다 허나 그들은 마침내 야반도주를 모의하고 배 한 척을 마련하려 백방으로 뛰었다 하늘도 그 애틋한 순애에 감복하여 이 세상 아닌 딴 세상에 가서 행복하게 살라고 구름배 한 척을 내려주었다

 

  그들은 사랑에 부픈 돛을 올리고 세상 밖으로 밤낮없이 노를 저었다 그러나 비바람 몰아치던 칠석날 저녁 그들의 배는 북두칠성 모서리에 부딪쳐 화순군 도암 들녁에 추락하고 말았다 그들의 육신과 배의 잔해는 땅에 떨어지면서 크고 작은 부위로 굳어 도처에 널려졌다 하늘은 덫으로 놓아둔 북두칠성에 좌초된 것을 못내 가엾게 여겨 칠석날 저녁이면 일곱별을 내려 곡하게 하고 비를 뿌렸다 그리고 천상의 석공들을 내려보내 천일동안 밤도와 그들의 석상을 세우게 하고 배의 잔해로 천불천탑을 완성하라 명했다

 

  드디어 완성된 석상을 막 세우려는데 어디선가 갑자기 새벽닭이 울었다 그 소리에 놀란 석공들은 그만 서둘러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그래서 지금도 운주사 영구산 마루 양지녁에는 그 석공과 공주가 금실좋은 와불로 누워 세상 밖으로 갈 구름배 한 척 기다리고 있다 곧 나란히 일어날 듯 상체 약간 비스듬히 쳐든 채 지성도 지극하면 성불하는가?


   

무등연가(無等戀歌) - 김재흔金在欣

 

무등산은

南道사람들의 가슴을 닮아서

항상 아픔을 안으로만 안고 있다.

 

곱게 접은 살 한 점 저미어내며

비어 있는 속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손때 묻은 청잣빛을 닮고 싶어서

허물을 홀랑 벗고 하늘을 이고 산다.

 

무등산은

무엇인가 기다려지는 아쉬움에

미련의 길다란 그림잘 늘어뜨리고

총총하게 떠 있는 별들을 불러 모아

산새들의 울음까지 달빛으로 덮어준다.

 

! 무등산은

南道사람들의 얼굴을 닮아서

언제나 반쯤은 취한 모습을 하고

풀어헤친 가슴으로 연가를 부르고 있다.

    

 

무등산 - 신순균

 

무등산

너는 광주를 가슴에 안고

큰 꿈과 소망을 잉태하기 위해

기나긴 세월 속에

무거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입석대

서석대의 정취 대문에

인간의 발길이 여기에 이르렀고

바람도 쉬어가고

구름도 머물다 간다

 

너릿재 바람재

너덜겅 지나 토끼등에 이르고

이 길 오고 가는 사람들

가슴 속에 묻어둔 숱한 대화를

마주치는 사람마다 눈빛으로 대신한다

 

빛고을 광주

한 많은 사연들을

무등산에 묻어 두고

새 역사 창조와 찬란한 내일을 위해

새로운 삶의 의지가 꿈틀 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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